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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리커버 에디션) - 남다른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김태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에 출판된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리커버 버전.
9년 전 책 표지는 저자 김태원 씨가 전면에 있다. 그 당시 유행하던 표지. 요즘에도 이런 표지를 내는 곳이 있긴 하지만 요즘엔 대체로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내 어릴 때 유행하던 그림체 같기도 하고.. 약간 뉴트로의 느낌이 든다. 어쨌든 리커버는 환영이에요. 10년 전 표지는 확실히 지금 보니 올드한 느낌이 든다.
책 내용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구글에 입사한 젊은 형(?), 젊은 오빠가 방황하고 고민하는 대학생의 멘토가 되어 그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주는 듯한 느낌으로 쓰여 있다.
2010년,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작지만 놀라운 기계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2~3년 만에 세상은 거의 완전히 바뀌었고 세상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조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조언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연륜 있는 분이었지만, 이제는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주 젊은 사람이 되었다. 상전벽해. 하지만 이 분야는 워낙 시간이 빨리 흐르다 보니, 젊다고 해도 IT 발전 속도에 맞춰 보면 젊은 사람이라 해도 결코 경험이나 지식, 지혜가 설익다고는 할 수 없다. 뭐든 그 분야의 시간에 맞춰 바라봐야 한다.
사회는 신기하게도 어떤 분기점에 접어들면 항상 '창의력', '상상력'을 중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을 때도 우리 사회 화두는 '창의력'과 '상상력'이었다. 거의 모든 학부모와 신문지 상의 칼럼들은 천편일률적이고 주입식 한국 공교육이 문제라며 들끓었다. 이 책은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요구하던 바에 맞춰 쓰였다.
그래요, 남다른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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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유저들이 어떤 UI를 접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거든요. (...) 세상이 점점 더 온라인으로 옮겨갈수록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UI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 18쪽)
우리는 UI를 바꾸기보다는 UI에 순응하거나 이끌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UI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면, 반대로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게 UI를 적극적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 19쪽)
우리가 어떤 프레임, 어떤 구성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의식과 선택은 달라진다. UI도 그렇고 똑같은 그래프 자료라 하더라도, 앞 위 어떤 맥락에 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자료 해석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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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에 저자가 UI에 대해서 먼저 말하는 것이 의미심장한데, 우리 인간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것을 싫어한다. 뇌는 도전보다 안주하기를 좋아하고, 늘 알던 것만 알기를 원한다. 새로운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 오늘과 똑같을 내일.
뇌에게는 이것만큼 안온하고 평화로운 선택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도 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이 책의 핵심은, <상관 없어 보이는 이것과 저것의 연결이다>. 새로운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는 뭔가 엄청나고 새로운 영감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기존의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고, 이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스티브 잡스가 IT와 인문학의 만남을 말한 것도 이와 상통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이것과 저것의 '만남'. 그리고 '연결'. 바로 여기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탄생한다. 창의력 지수는 어쩌면 기존의 것을 새롭게 연결하는 지능 지수일지도 모르겠다.
또 이 책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주요 화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조금 달리 볼 것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이는 김태원 씨가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 회사에 다녀서 더욱 와닿았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쌓이는 검색어들. 이 검색어들만 모아두고 통계를 내도 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지도 9년. 이 9년 동안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발달했고, 시너지 효과로 인공지능이나 사물 인터넷 분야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의미 있게 재활용할 것인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9년 전보다도 더. (근데 이것도 위에 말한, '이것'과 '저것'의 연결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산다.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간다. 문제는 정말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나가는 사람, 멋진 사람을 동경하면서도 그 사람처럼 멋있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은 크게 하지 않는다. 김태원 씨가 이 책을 쓰고 조금 특별한 위치에서 많은 사람들의 멘토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실행력'이 아닐까 한다. 사실 김태원 씨가 이 책에서 말 그대로 '생각을 선물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알려주고, 본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 비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는데 문제는 그 비법을 따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초반에 언급되는 UI 문제로 다시 되돌아간다. 사람들은, 자극을 받아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자극도 일순간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UI, 익숙한 본인의 삶의 패턴으로 곧장 돌아가기 때문에 늘 비슷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본인 혼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를 이어간다. 싫다던 부모처럼 본인이 살고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본인의 모습 그대로 자식들이 사는 것이다. 우리 뇌는 충분히 다른 가능성은 알지만, 보이는 대로 익숙한 대로 살기를 택한다. 그러므로 가볍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자기만의 익숙한 UI를 바꿔야 한다. 정말 별것 아닌데, 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럴 경우 뇌에 당근을 줘가며, 변화를 주는 건 재미난 게임과 같다고 달래고 얼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엄청 힘든데, 어떻게 보면 재밌는 게임처럼 가볍고 즐거운 변화로 뇌에 인식시켜야 한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실행'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