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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의 지각변동 - 미래가 보내온 7가지 시그널! 무너질 것인가, 기회를 만들 것인가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KBS 보도본부 경제부장 '박종훈'의 신간이다. 기자 출신답게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를 상당히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지금까지 박종훈 기자가 낸 책은 다 읽어 봤는데, 책 내용의 맞고 그름을 떠나서 모든 저서를 만족스럽게 읽었다. 이번 신간도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유익하고, 흥미롭게 잘 읽었다. 미리 말하자면, 경제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얼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해 놓은 점이 추천하는 부분.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가. 성공은 복잡해 보이는 것을 단순하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고로 이 책은 정리가 잘된 책으로, 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면 좋겠다. 뭔가 뿌옇고 복잡해 보이던 것이, 좀 명확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에 관심은 있으나 경제가 어렵다는 분들께 좋을 듯 싶다.
이제 책 이야기로 고-
제목이 상당히 세기말적이다. 표지까지!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이동하는 것 같은 이미지로, 뭔가 2020년 부의 이동을 예언해 놓은 책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바로 6개월도 안 남은 우리 경제(세계 경제 포함) 이야기임! (WHAT!! 그래요, 2020년도 이제 6개월도 채 안 남았어요) 책 제목이나 표지 느낌이 뭔가 SF적인 느낌인데, 제목과 달리 상당히 현실적이고 지금에 대한 이야기다. 내 생각에는 책 제목이 책 내용과 좀 안 맞는 것 같다. 차라리 『2020년 경제를 읽기 위한 시그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이 책의 요지는 이렇다.
현재 세계 여러 경제 석학들이 2020년에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은 초저금리 기조와 양적 완화를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였다. 값싼 이자로 시중에 풀린 돈은 눈먼 돈이 되어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한 번도 겪지 않은 것처럼 다시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렸고, 주식도 가파르게 올렸다. 경제 석학들은 여러 신빙성 있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이것은 분명 버블이고,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버블이라고. 버블이 발생하면 필히 버블이 터지고 조정되는 시기가 찾아오는데 그 때가 바로 2020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석학들의 말이 과연 맞는지 되짚어 본다. 경제 석학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는 꼭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어떤 조짐이 보이고, 이 조짐을 눈치챈 사람들이 곧바로 전략을 달리하기 때문에 경제는 결코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단다.
그래서 저자의 주장은, 누구의 말이 옳다고 믿는 것보다 스스로 유의미한 경제 시그널을 포착하고, 이 시그널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단다. 그래야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뉴스, 미디어, 전문가의 말을 맹신하지 않기!
스스로 시그널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기!!
일반 사람들은 경제 변화(위기) 신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 신호를 읽고, 어떻게 이 신호를 읽어서 앞으로의 경제 흐름을 추측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경제 변화를 읽기 위한 시그널로 저자는 총 7가지 분야를 든다
1. 금리
2. 부채
3. 버블
4. 환율
5. 중국
6. 인구
7. 쏠림
전부 익숙한 분야인가요?! 하나씩 설명해보자.
<< 금리 >>
금리가 보내오는 신호를 잘 포착해야 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 꼭 세계 어디에선가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일본의 버블 붕괴, 아시아의 경제 위기, 북유럽 부동산 폭락 등등. 미국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금리를 올리면 어디선가 타격을 받는 것을 알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경제 상황에 맞게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이게 문제가 된 것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원래 미 연준은 금리를 올리겠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올리곤 했는데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시 자기들도 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에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 올라도 금리를 제대로 인상할 수 없었고, 아주 천천히 인상했다. 문제는, 현재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고, 더이상 금리를 올리는 게 힘들어 졌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는 시기를 포착하라고 한다. 호황이 끝났다는 의미로 말이다.
<< 부채 >>
부채는 바로 금리와 연관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세계 각국은 저금리 기조로 사람들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었고, 시중에 돈이 넘쳐나게 된다. 저자는, 부채는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부채가 보내는 신호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때보다 부채 증가가 둔화되거나 줄어드는 때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 때가 바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돈을 갚기가 어려워진 시기라고. 이런 부채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는 바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 버블 >>
금리 이야기와 연관된다. 초저금리로 시중이 풀려난 돈은 자산 가격을 밀어 올렸고,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 가격이 오르면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과연 이만한 가치가 있는가 라고 의심하고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너도나도 시장에 내다팔면 그 순간 버블은 터지게 된다. 현재 세계 여러나라의 부동산이 너무 올랐다. 주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가도 액면가 그대로 읽지 말고, 주가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식으로 계산한 후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주식은 상당히 능동적이고 빠른 시장인데, 그래서 실물 경제보다 한 박자 앞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주가가 폭락하면 대체로 6~12개월 뒤에 실물 경제가 악화되거나, 6~24개월 뒤에 부동산 시장이 불황으로 접어들었다고. 따라서 이와 관련한 시그널을 잘 읽으라고 한다.
<< 환율 >>
돈의 흐름을 한박자 앞서 판단할 수 있는 게 환율이라고 설명한다. 환율과 관련해서 중국 위안화의 설명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트럼트는 위안화가 저평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독일 은행은 위안화가 고평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저자도 위안화가 고평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15년 동안 위안화는 달러 대비 23%나 올랐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미국보다 오른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수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수출에 애먹고 있는데, 그래도 그 기업들이 망하지 않는 건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그렇단다. 만약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계속 낮아지게 된다면 중국 경제에 상당히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해외 투자를 규제하고 있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단다. 중국 당국의 환율 정책과 자국민의 해외 투자를 어떻게 규제하는지는 앞으로의 경제를 읽는 데 아주 중요한 신호라고 한다.
<< 중국 >>
2008년 글로벌 세계 위기로 크게 덕을 본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앞으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초저금리를 선택했고, 그렇게 남아도는 돈은 중국으로 밀려들었다. 저렴한 이자의 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자, 중국은 그 돈으로 과도한 투자를 했는데, 그것의 결과는 과잉 생산이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이라면 비효율적인 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이 중국이라는 점이다. 망해야 할 기업을 망하지 않도록 보조금을 주어 계속 연명시키고 있다. 좀비기업과 그림자 금융, 중국 정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만의 경제 생태계가 그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손 쓸 수가 없어서 '회색 코뿔소'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중국과 너무나 긴밀하다는 점이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중국이 휘청거리면, 그 옆의 우리는 고꾸라 넘어질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나오는 경제 신호도 필히 눈 여겨 봐야 한다.
<< 인구 >>
일본도 그렇고,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그랬듯이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활력이 줄어들고, 저성장 혹은 불황의 나락을 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 속도가 너무 빨라서 큰일이다. 어쨌든 인구가 보내는 시그널도 잘 포착하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중국을 비롯해 세계 인구 변화도 눈여겨 봐야 한다.
<< 쏠림 >>
우리의 쏠림 문화. 반도체에 쏠려 있고, 중국에 쏠려 있고,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이 문제. 여기서 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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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렇게 2020년에 정말 위기가 올 것인지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7가지에서 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뒤에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 될 수 있을지 시나리오 3가지를 소개하며,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가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맨 처음 말했듯, 뉴스나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이 책 역시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저자는 본인의 책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서 준 게 아니라, 낚시대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속에서 본인에게 유익한 내용은 잘 받아들이고, 경제 공부의 수단으로 삼아서 경제 변화를 읽는데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유익하고 재밌게 잘 읽었다.
앞으로의 경제 변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