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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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의 에세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 들어야 하는 말 그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생생히 들어 있다. 나도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아닌 부분도 물론 있고.



저자는 오랜 시간 기자로 일하다가, 잡지사 편집장까지 지낸다. 야근이 일상화된 삶에서 저자에게 남은 건 우울증과 난청이었다. 편집장 자리를 박차고 1년 동안 여행을 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라는 곳에서 1년을 살았는데, 사람이 도로가에 서 있어도 차들이 자연스레 멈추는 곳으로 저자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저자에게 남아 있는 것은? 처절한 자기 인식.



애매한 나이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천우신조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MBC 라디오 방송작가가 되었지만, 기쁨도 잠시 일하는 동안에도 '나이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굳이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안다. 풋풋한 후배를 도와줬는데 어느 순간 본인을 제치는 느낌, 그러고는 후배가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빵빵 터지고, 피디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에 비해 저자는.... 또르르르. 방송 개편할 시기가 되었을 때, 새로 부임한 피디는, 단도 직입적으로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다른 작가가 있다고. 그 말로 저자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또다시 처절한 자기 인식. 이때는 처음의 자기 인식보다 5년이 훌쩍 더 지난 터라, 자기 인식은 더욱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다. 저자가 이력서를 넣은 곳을 보면, 눈물이.......



잡지사 편집장을 하신 분이,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에서 일하고, 모 대형마트에도 지원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부분들을 읽는데 이게 꼭 이 분만의 경험은 아닌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읽고 전에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길가의 거지들을 보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가정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미래의 두려움, 밥 벌이의 고충이 있겠지만 비혼인 사람들은 이런 고충이 있다. 직업이 안정되면 그나마 이런 생각을 덜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혼자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이런 위기의식 같은 게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초반은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나, 뒤로 갈수록 저자의 이야기에 웃퍼진다. 저자는 미드 속의 잘 나가는 비혼 여성이 아니다. 멋있긴 하지만, 현실이 어떤지 직접 부딪힌 사람이라고 할까.



읽으면 꽤나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도 방송작가를 하면서, 이런 구성을 토대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시트콤 느낌이었다.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혹은 옛날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로맨틱 코미디(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사랑' 빠지면 안 되니까)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재밌으면서도 남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쓰라렸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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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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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일을 두고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도무지 자기 머리로 생각할 줄을 모른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두 가지 이유로 옳지 않다. 

   생각이란 사실 머리나 뇌로 하는 것이 아니다. 손으로 생각하거나 종이 위에서 생각하거나 냉장고의 내용물을 손에 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이 첫째 이유다. 

   그리고 혼자서 생각하지도 않는다. 설령 혼자서 뭔가를 하고 있을 때라도 거기에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목소리가 아닌 말, 그리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실제로 생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 44쪽, 노야 세게키, 『처음 생각할 때처럼』 재인용 
중학생이 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보통 중2병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볼 땐 '이전의 나'와 '현재 달라지고 있는 나'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때문에 철학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낯섦>은 곧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므로 이 시기엔 친구와 어울리고 싶고 이성에게 많은 호기심을 갖는다. 기나긴 인생에서 누군가를 그토록 열성적으로 알려고 하는 시기는 바로 이때가 아닐까(다른 시기 때는 '판단'이 앞서지, '호기심'은 크게 없다고 본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비추어 나를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곧 철학이며, 생각하는 자는 철학자다. 그런데 보통의 청소년들은 학업이나 일상 생활, 금기(禁忌) 때문에 호기심과 생각은 뚝뚝 끊어지고 파편화 되어, 철학자로서의 싹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만약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힘을 준다면, 그 청소년의 미래는 얼마나 달라질까.


이 책은 철학 및 사상학 전문가 35명이 쓴 철학 입문서다. 일본 원서는 독자 타겟을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고등학생을 위한 철학 교양서 같은 느낌이 든다. 구성이 논술 참고서 느낌이 살짝 든다. 대화, 철학적 질문 및 이 질문에 답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철학자와 그의 생각 그리고 이 장의 정리. 이런 구성이다. 철학적 질문도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이 던질 법한 질문이 많다. 전체적으로 중고생이나, 20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철학 입문서. 각 나이에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이 다른데, 이 책은 학생과 20대가 많이 생각할 것 같은 질문을 다루고 있다. 그래도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읽어도 좋다. 20대랑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나도 읽었으니까 ㅎ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몇 부분

토론은 공통된 언어를 가지고 공통된 기본 전제를 수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들 한다. 나는 이러한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토론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 사람에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다. 

147쪽, 포퍼, 『추측과 논박』 재인용
포퍼가 이런 말을 했는 줄 몰랐네. 이 인용문을 보고 포퍼의 책을 읽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려울 것 같지만, 이 문장만으로도 포퍼의 책을 충분히 애써서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저런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의 글도 진심을 다해서 썼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나는 이런 만남이 좋다.

  '삶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이 말에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까. 무엇보다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180도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생에 아직 기대할 만한 것이 남아 있는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에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전해야 한다. 철학 용어로 표현한다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묻지 말고 우리 자신이 물음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략) [그럼 어떻게 해야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기거나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직 행동으로, 적절한 태도로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삶이란 삶에 대한 물음에 올바르게 답할 의무, 삶이 각자에게 던져준 과제를 완수할 의무, 시시각각으로 주어진 요청을 충족할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밤과 안개』 中

  프랭클은 '삶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은 수동적인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처하는 상황을 올바르게 마주하고 행동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다고 여겼다. 

167-168

빅터 프랭클,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위의 재인용 구절을 읽고 좀 더 관심이 많이 생겼다. 빅터 프랭클은 프로이드와 아들러를 사사하며 정신의학을 배운 사람이다. 유대인이어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붙잡혀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는데, 그곳에서 살아 돌아와 그 곳에서의 경험을 엮은 『밤과 안개』를 펴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수용소에 끌려가기 전에 이미 정립해 놓았는데, 극한의 장소였던 나치 수용소는 빅터 프랭클 자신의 이론을 실천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극한의 장소에서 누군가 깨달은 것은, 강하게 와닿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내 마음의 뭔가를 자극한달까 좋았다.

이렇게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결론 내린 것은 충분히 내가 공부할 만하다. 이런 게 바로 철학의 유용성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해야 할 생각을 다른 사람이 먼저 하고, 길을 제시해 준 것, 나의 시간을 많이 절약해 준다. 게다가 경험까지! (빅터 프랭클이 겪은 수용소의 생활을 나는 결코 겪고 싶지 않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혹은 많은) 시간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건 확실하다. 이해하고 넘어간 후, 나는 한 발 더 나아간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철학책을 읽고 그 책이 다루는 질문을 깊이 생각해 보는 건 나에게 정말 유용하다.

이 책의 267쪽에는 일본의 근대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초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자서전을 읽었던 터라 좀더 흥미롭게 읽었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의 농민 계급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농부였지만, 흥정을 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고 그 지역의 부농으로 덕망 높았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워 나갔는데 어느 날 무사 계급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서 계급의 부당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반란에 가담하게 되는데 일이 잘못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평소 그를 잘 보았던 사람에 의해 추천을 받아 그는 싫어했던 무사 계급이 되었고, 나아가 도쿠가와 가문의 수행원이 되어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유럽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된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그동안 적대적으로 생각했던 유럽에 대해 생각을 완전히 바꾸고, 유용한 것을 보고 배운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은행을 비롯해 500여 개에 달하는 회사를 세우고 일본의 경제를 완전히 근대적으로 바꾸게 된다.

이재와 도덕의 일치에 힘쓰고 인격을 높이고 공공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생각에 따라 도덕을 숭상하는 자는 실업을 멸시하고 상공업에 종사하는 자는 학문이나 덕의가 필요 없다고 알고 있었으나 앞서 언급한 야만적인 생각은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273쪽, '상도덕 및 서구 사찰담' 재인용

조선의 상도(商道)를 세운 김상옥이 떠오르는 구절이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어렸을 적 논어를 깊이 공부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웠고 무엇을 보고 겪든 자신이 직접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 삶의 굽이굽이 마다 고민을 하거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런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물론 우리나라로서는 이 사람 때문에 수탈의 아픔을 겪어 밉지만(일제강점기 시 일본 은행 설립이나, 일본 자본의 침투, 경제 약탈 등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이 사람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 사람은 실업가이므로 직접적으로 우리를 수탈한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이 사람의 영향이 아주 컸다. 당시 일본 경제는 이 사람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는 본받을 바는 있다고 본다. 그를 있게 한 건 바로 철학의 힘이었으니까.

이 책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질문에, 답이 되어 줄 혹은 길라잡이가 되어 줄 철학자와 철학책을 소개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어른들이 봐도 유용한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은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발췌문이 좋았다.

불교에서는 인간은 생, 노, 병, 사. 이 네 가지 이유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생각'이다. 보통 불교를 종교라고 보아서 부처님을 받들어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지만, 부처님은 숭배의 대상이기에 앞서 한 명의 철학자였다. 부처님은 해탈에 이르기 전까지 수많은 생각과 깊은 고민, 실천을 하신 분이다. 이런 걸 보면, 철학이 인간을 구원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싯다르타, 부처님을 생각이 구원했듯이. 이 책에 언급되는 장자나 노자도 그렇고, 다른 철학자도 마찬가지다.

가끔씩의 힐링은 삶을 안정되게 해주고, 기분 전환을 해 주지만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학은, 어쩌면 우리 인생의 근본부터 바꿔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절함과 노력 여하에 따른 문제지만.

어쨌거나 더 나은 삶, 더 나은 하루를 위해서는 철학을 해야 한다. 거창하고 어려운 철학 말고, 내 일상의 질문,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 이런 철학이 우리를 구원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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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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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과대학 교수이자,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김상근 교수의 신작이다. 김상근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이탈리아와 명나라 교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와 신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저자가 신학을 전공한 건지, 역사를 전공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역사 속의 신학을 전공하신 건가? 일단 책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만 보고, 로마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나의 오해였다. 이 책은 로마의 역사를 말한다. 로마의 첫 시작이었던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로마 창건 이야기에서부터 로마 왕정, 공화정, 제정 시대를 거쳐, 중세 시대로의 문을 열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까지. 그리고 시간을 건너 뛰어 그리스, 로마를 이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잇는다. 로마를 이야기하는데 종교 이야기는 빠질 수 없지만, 역사에서 실제 있었던 일만 언급할 뿐이다. 저자의 전공만 보고 오해했던 나를 반성한다. 이 책은 로마의 역사와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오면 예술(건축, 조각, 회화)도 다룬다.

이 책의 부제가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이다. 로마에 갈 사람들, 혹은 로마에 다녀온 사람들이 읽으면 시야가 좀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현재 로마에 가서 볼 수 있는 유적들을 토대로 그 유적에 얽힌 인물과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로마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면, '테르미니 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 역의 지하로 내려가면 맥도날드가 있는데, 그 맥도날드에 뜬금없이 성벽이 서있다. 이 성벽은 바로 '세르비우스 성벽'! 세르비우스 왕이 이방인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세운 벽인데, 재밌게도 지금은 이방인들로 북적이는 맥도날드에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모르고 테르미니 역에서 맥도날드에 가면 성벽이 그냥 인테리어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가면 역사의 아이러니에 보다 재밌게 로마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꼭 여행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거의 교양 역사 서적에 가깝기 때문에 역사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나는 이렇게 읽음) 게다가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만 나열한 게 아니다. 저자가 인문학자로서, 로마의 유명 정치인이나 철학자에 대해 깊이 다루었다. 물론 이 사람들을 평가한다기 보다, 그들이 남긴 저서의 글 중 일부를 발췌했는데 그 발췌한 내용이 좋았다.

그대는 항상 없는 것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들은 무시하니 삶은 그대에게 완전치 못한 것으로 즐기지 못한 것으로 지나가고, 죽음은 예기치 않은 그대 머리맡에 다가서는 것이다. (...) 이제 그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을 떠나보내라. 그리고 평온한 마음으로, 자, 이제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라. (135쪽,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재인용)

신은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고, 괴로운 것이 있다면 참고 견디라! (137쪽,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재인용)

인간이란 도움을 받는 데 보은하기보다 해 입은 데 보복하는 쪽에 더 쉽사리 기울어진다. 보은은 짐스럽게 여기는 반면, 보복에는 득이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 로마에서 원로원은 환희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과거 원수들이 관행적으로 누려온 모든 영예를 베스파시아누스에게 부여했다. (209-210쪽, 타키투스, 『역사』 재인용)

나는 내 부친의 모습을 통해서 성품이 더 온화해지는 법을 배웠고, 심사숙고한 후에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그것을 지키는 결단을 배우게 되었다. 그분은 언제나 자신을 다른 시민들과 동등하게 간주했다.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할 때 그들을 강제로 초청하지 않았고, 외국을 여행할 때 무조건 동행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셨다. 만약 사정이 있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도 급한 용무 때문이었다면 그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그분은 대중의 갈채와 박수, 신하들의 아첨과 아부를 즉각 차단하였다. 그는 주위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셨다. 부가 허락되어도 교만하게 사용하지 않으셨고, 지나친 소비를 하지 않으셨다. 부가 허락된다면 그것에 대한 집착 없이 사용하셨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를 탐하지도 않으시는 분이었다. 그분은 특별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시기 질투하지 않고 그를 인정해 주셨다. 언변이 뛰어나거나,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특별히 인정해 주셨다. 그분은 그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셨고, 그들의 재능에 걸맞은 명예를 주셨다. (224-225쪽,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재인용)




이 책을 읽고 되게 다양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역사란 무엇인지, 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인지. 이 책에는 1,000년 동안의 로마 이야기와 르네상스 시대 특출난 인물들에 대해 다루는데 그 속의 인물들 이야기를 읽으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대단했던 로마, 그중에서 보석 같은 사람만 뽑아 언급했기에 그들의 인생이나 가치관에 비해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 거냐고. 그렇다고 내가 역사적 인물이 되고 싶다는 건 아니고,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위에 발췌한 글을 직접 쓴 루크레티우스나 아우렐리우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서 다루는 미켈란젤로나 카라바조의 이야기를 읽으면, 이들은 정말 특출난 사람인데도 한 평생 동안 마음을 다해서 살았단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범인(凡人)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살고 있는지. 범인(凡人)이니까 더욱 마음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위대한 로마에, 위대한 사람이 있었다. 그 로마를 재발견하고 재현하려 했던 르네상스도 거인의 어깨 위에 앉은 난쟁이처럼 대단했다. 때로는 또 다른 거인인 미켈란젤로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해 본 시간이었다.

이 책이 단순히 로마에 대한 이야기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나, 건축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던 게 아니라 인물의 이야기를 다뤄서 참 좋았다. 겉만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나 삶의 태도에도 조금 가닿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처럼 마음을 다해서 살고 싶다.

인문학이 곁들여진 이야기는 역시나 '나'를 비추고, '나'로 돌아올 수밖에 없구나.


+ 참, 나는 '로마'하면 독일의 아동문학 작가 '미하엘 엔데'가 떠오른다. 그의 단편집 『자유의 감옥』을 읽으면 '로마'가 얼마나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어떤 문을 통과하면 원근법에 따라 실제로 사람의 크기가 작아지는 곳이 있고, 한 공간이 다차원으로 이루워져 있다든가, 수없이 많은 문을 놓고 어떤 문을 선택할지 기로에 선 남자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이 남자는 결국 장님이 되고 예언자 같은 사람이 된다), 찾으려고 하면 결국 찾는다는 환상 동화 이야기에는 트로이의 유적지를 찾은 하인리히 슐리만 이름이 짧게 언급되기도 한다. 거기에 '철학'까지 얹어 놓으니 더 좋다.

로마 건축에 있는 수많은 문들과 기둥, 원근법을 보면 이런 작가적 상상이 절로 들 것 같고, 폐허에서 옛 사람들을 생각하면 절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로망, 로마』를 읽으니 미하엘 엔데가 로마에서 어떻게 영감을 받았는지 조금 알것 같다. '로마'는 이전에는 나에게 '그냥 로마'였는데, 이제는 좀 다르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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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24
이지유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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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 고학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 하지만 내가 그런 걸 따져 읽던가! 어린이를 위한 책이든, 노인을 위한 책이든 내가 읽고 싶으면 읽는다. 이번 주 수요일, 그러니까 모레! <라이온 킹> 실사판이 개봉한다(하지만 진짜 동물들을 데려다가 촬영한 건 아니아니아니야~♩) 라이온 킹!! 라이온 킹!!!!! 내가 초등학생 때 제일 애정 했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개봉 박두!!!!


어린 시절,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 엘튼 존이 부르는 이 노래의 첫 소절만 나와도 잘 놀다가 갑자기 감성적이 되고(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 노래만 들으면 초등학생이던 나도 우수에 젖었다. 눈가 촉촉), 하쿠나 마타타 What a wonderful day ♩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얼마나 반복해서 보고,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지금도 하쿠나 마타타를 마음속으로 외면 품바의 노랫소리가 절로 재생된다. 이 나무, 저 나무를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어른이 된 심바의 모습. 더디게 자라던 내 어린 시절에, 노래 하나 끝나기도 전에 훌쩍 커버린 심바의 모습은 마법처럼 다가왔다. 그 극적 변화가 너무 좋아서 보고, 보고 또 보았다. 무엇이든 잘 될 거라는, 그 무엇도 우리가 자라는데 방해될 수 없다는. 마냥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에 인상 깊었던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작은 계기만 생긴다면 또렷이 기억에 떠오른다. 나에게 라이온 킹이 그러하다. 어쨌거나 그래서, 실사판 개봉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세렝게티 초원을 다룬 책 한 권을 읽었다.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저 수사자를 보아라!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 글을 쓰시는 이지유 작가가 발로 쓴(?!) 아프리카 이야기이다. 남매인 민지, 민우가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를 한다는 내용이지만, 이건 가상의 설정이고 실은 이지유 작가가 직접 아프리카에 가서 직접 보고, 사진 찍어온 동물들 모습에, 약간 소설적 형태를 가미한 아프리카 동물 이야기이다. 또 중간중간 아프리카 생태나 기후 환경, 생물학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과학적 이야기가 들어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밌게 설명되어 있다.



우선 사자나 기린, 코끼리가 많이 사는 곳은 우리가 익히 아는 세렝게티 초원의 소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산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킬리만자로 산' 서쪽 사바나 지대에 있다. 소속 국가는 탄자니아. 야생동물의 천국이다(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킬리만자로'라는 것은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하얀 산'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킬리만자로란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또르르)


세렝게티 옆에는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도 아주 독특한 지역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칼데라로, 지름이 자그마치 20km! 아무런 지식 없이 간다면 이곳이 칼데라인지도 모를 것이다. (참고로 칼데라는, 화산 폭발이 너무나 강렬해서 산 뚜껑이 날아가 평평해진 곳이라 보면 된다) 주위에 높은 산으로 장막이 쳐져 있어, 주위 지역과는 사뭇 다른 생태를 이루고 있단다.



응고롱고로- 실제 가서 본다면 속이 뻥! 뚫릴 것 같다.


전체 흐름은 민지, 민우 남매가 부모 품을 떠나서 사파리 가이드인 줄리아 아줌마와 응고롱고로를 거쳐 세렝게티에 다녀오는 이야기이다. 사파리 투어라고 보면 된다. 투어를 하면서 마주치는 동물들에 대한 소개를 한다.



사자도 만나고, 표범도 만나고, 치타도 만난다. 또 초식 동물도 많이 만난다. 쿵쾅쿵쾅 코끼리. 목이 긴 게 하나도 안 슬픈 기린. 입 크기로 대결하는 하마 등등. 그리고 중간에는 저렇게 귀여운 일러스트도 수록 되어 있다. 일러스트를 보니 떠올라서 하는 말인데, 기린은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길다고 한다. 보통 하이에나를 제외한 많은 동물은 뒷다리가 더 긴데 기린의 앞다리가 긴 이유는, 목이 길어서 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목 아래에 있는 앞다리가 길어진 것이라고 한다. (요런 유익한 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요!)



라이온 킹을 보면, 저 바위 같은 것이 상당히 중요한 장소로 등장한다. 초원의 왕인 사자에게 저 바위는 위엄을 드러내는 장소이자 간택 받는 장소로 매우 중요하다. 세렝게티 초원에는 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저런 커다란 바위가 실제로 있다. 이름하여 코피(Kopje)! 네덜란드어로 '작은 머리'라는 뜻. 하지만 코피는 작지 않다. 사자가 작아 보일 만큼 그 크기가 매우 크다.



이 책에는 코피의 생성 과정도 소개한다. 생성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일단 아프리카 대륙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5억 년 전에 생겼다(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세렝게티 지역에 2000만 년 전 한쪽 땅이 꺼지면서 용암이 흘러나왔다. 용암이 굳으며 새로운 지층이 생겼고, 또 500만 년 후 화산 폭발이 일어나 이전에 생성된 많은 것들이 화산재와 용암으로 덮어버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분화구가 내려앉아 칼데라(응가롱고로)가 생겼다. 또 수많은 세월이 흐르며, 비와 바람에 산이 깎이고 깎여, 5억 년 전에 생성되었던 아주 단단한 암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게 바로 '코피'다. 5억 년전에 생성된 암석! 만약 라이온 킹에서 심바가 올라가 세렝게티 초원을 내려다보는 바위를 본다면 '앗! 저것은 5억 년 전에 생성된 코피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에는 이렇게 멋진 사진도 있고,



요런 귀여운 일러스트도 있다.



그리고 품바도 있음 ㅋㅋㅋ




아프리카의 예술적 미를 보여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홍학도 있다. 참,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홍학이 홍(紅)~한 이유는 붉은 색소를 지닌 '시아노박테리아'와 '스피루리나'라는 미생물을 먹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홍학의 털도, 날개도, 심지어 눈도 빨갛게 변색된다고. 이 미생물들은 강알칼리성 물에 사는데, 알칼리의 농도가 짙으면 피부가 타버린다. 하지만 홍학은 엄청나게 튼튼한 비늘로 덮여 있어서 살이 타버리지 않는다고. 자연적으로 강알칼리성 호수 의 섬은 천연 요새가 되는 것이다. 어떤 동물도 강알칼리성 호수를 헤엄쳐 올 수 없기 때문.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호수이지만, 적응한 누군가에게는 먹이의 보고이자, 예술적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심지어 천적으로부터 자신과 새끼도 보호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이 책에는 아프리카 동물에 대한 유익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어린아이 눈높이에 맞춘 생물학, 지질학 정도라 할까. 익숙한 동물이지만 여전히 낯선 동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라이온 킹 개봉에 맞춰 읽기를 잘 했다. 세렝게티 초원과 그 초원에 사는 동물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므로.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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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미노와 고스케. 똘기 가득한 일본 모 출판사 직원. 이 사람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부자이긴 한데, 무슨 수로 돈을 벌었는지 잘 모르는 갑부와 출판을 하는가 하면, 거의 대필하다시피 글을 써주고는 대놓고 사람들에게 '그 책은 사실 ** 씨가 아니라 내가 거의 대부분 썼다'라고 밝힌다. 그리고 출판사 직원으로 in 도쿄에서 살려니 너무나 돈이 부족해 회사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부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나중에야 회사에 말해서 '다른 일로 돈을 번다'고 밝힌다.



이런 일은 그냥 약과다. 보통 회사원이라면, 하지 않을 짓(?)을 미노와 고스케는 그런 짓만 골라 하고 다는 것처럼 보인다. 편집자이면서 저자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 앞으로 나와 말하고, SNS 활용을 활용하고, 지방 강연을 다닌다. 벌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그가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계속 고용된 이유는?



그만큼 그가 하고자 한 일은 확실히 하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 저자가 대학 다니고,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술 좋아하는 한량처럼 사고나 치고 다녔다고 말하는데 그런데 출신 대학을 보니 '와세대'다.... 한량처럼 놀고 다녀도 뭔가 해야 할 것이 있으면, 뭔가 끝장을 보고야 마는 그런 성격인 사람.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그렇다. 자신이 꼴통처럼, 출판계 사람이라면 아무도 하지 않을 짓(?)을 하고 돌아다니지만 항상 회사에 수입으로 연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성장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한다고 한다. 또 승부사의 기질도 있다. 아무도 편집자가 SNS로 책 홍보를 하지 않을 때 미노와 고스케는 활발하게 SNS를 활용했다. 이제는 다른 출판사들도 SNS 활용은 기본이 되었다.



그러니까 미노와 고스케는 일본 출판계의 트렌드세터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이 사람만큼 편집자가 책이나 SNS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람은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고,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까지 미리 생각해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고, 자기 자신을 증명해 내는 사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뭐랄까. 편집자로서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자서전 같기도 하면서 자기 계발서 같다. 이 책 마지막에도 그가 말한다.



(...) 나는 '히트 메이커' 취급을 받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전혀 내지 못해도 회의에서는 '역시 미노와 씨'라는 말을 듣고, 많은 훌륭한 저자에게서 "미노와 씨가 편집해주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받는다. 아주 고마운 일이지만, 그 시점에서 내 부패는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편하다는 것은 도전하고 있지 않다는 뜻,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이 책에 쓴 것과는 지금 이 순간 이별하고, 나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만 한다. (...)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으로 다른 규모의 일을 한 후 그 경험을 겐토샤와 뉴스픽스에 크게 돌려주고 싶다. 변화를 멈춘 시점에서 나라는 인간의 가치는 없다. (281-283)


마음을 다잡는 글 같았다. 막 뭔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뭔가를 하도록 독려하던 표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 아니었을까. 초심 혹은 뭔가 성공했을 때 그 감정을 잊지 않도록 자신에게 주입하는 것.



여기서 내가 얻을 건 많았다. 동기 부여와 본받을 점도. 내가 저자처럼 산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까. 생각이나 말만 하지 말고, 생각한 바 말한 바 주저 없이 할 것. 그래야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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