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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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의 에세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일, 들어야 하는 말 그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생생히 들어 있다. 나도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아닌 부분도 물론 있고.



저자는 오랜 시간 기자로 일하다가, 잡지사 편집장까지 지낸다. 야근이 일상화된 삶에서 저자에게 남은 건 우울증과 난청이었다. 편집장 자리를 박차고 1년 동안 여행을 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라는 곳에서 1년을 살았는데, 사람이 도로가에 서 있어도 차들이 자연스레 멈추는 곳으로 저자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저자에게 남아 있는 것은? 처절한 자기 인식.



애매한 나이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천우신조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MBC 라디오 방송작가가 되었지만, 기쁨도 잠시 일하는 동안에도 '나이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굳이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안다. 풋풋한 후배를 도와줬는데 어느 순간 본인을 제치는 느낌, 그러고는 후배가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빵빵 터지고, 피디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에 비해 저자는.... 또르르르. 방송 개편할 시기가 되었을 때, 새로 부임한 피디는, 단도 직입적으로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다른 작가가 있다고. 그 말로 저자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또다시 처절한 자기 인식. 이때는 처음의 자기 인식보다 5년이 훌쩍 더 지난 터라, 자기 인식은 더욱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다. 저자가 이력서를 넣은 곳을 보면, 눈물이.......



잡지사 편집장을 하신 분이,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에서 일하고, 모 대형마트에도 지원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부분들을 읽는데 이게 꼭 이 분만의 경험은 아닌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읽고 전에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길가의 거지들을 보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가정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미래의 두려움, 밥 벌이의 고충이 있겠지만 비혼인 사람들은 이런 고충이 있다. 직업이 안정되면 그나마 이런 생각을 덜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혼자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이런 위기의식 같은 게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초반은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나, 뒤로 갈수록 저자의 이야기에 웃퍼진다. 저자는 미드 속의 잘 나가는 비혼 여성이 아니다. 멋있긴 하지만, 현실이 어떤지 직접 부딪힌 사람이라고 할까.



읽으면 꽤나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자도 방송작가를 하면서, 이런 구성을 토대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시트콤 느낌이었다.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혹은 옛날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로맨틱 코미디(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사랑' 빠지면 안 되니까)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재밌으면서도 남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쓰라렸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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