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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설계 - 넘치는 정보를 내것으로 낚아채는 지식 탐구 생활
호리 마사타케 지음, 홍미화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평점 :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영어 단어 외우고, 불어 공부하고, 나의 로망 수학까지 공부하고 있다. 시작한 지 열흘 정도. 요즘 재테크에 관심이 생겨 네이버 모 카페에 가입했는데, 여기에 공부 인증 메뉴가 있다. 다들 일상이 바쁜데도 하루 10분씩 짬을 내어 공부하는 분들이 많았고, 그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내가 바라는 모습. 그래서 나도 따라 하기 시작! 공부한 지 10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요행도 부리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엔 21일이 걸린다고 하던데 앞으로 열흘 정도 더 하면, 완전히 습관 되겠지. 그날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일과 영어/불어/수학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영어와 불어를 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그래도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더군다나 수학은 진짜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문이다. 그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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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책상 위에 미적분이 풀어진 종이뭉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친구의 형님이 시간 날 때마다 취미로 미적분 문제를 푼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친구의 형님은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아! 삶의 멋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압도했다. 지금도 나는 '멋진 과학'도 그날 종이 위에 깔끔한 연필로 풀어진 정확한 미적분 문제의 해답처럼 삶의 멋이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기진, 『맛있는 물리』, 홍익출판사, 2010, (10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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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예전에 읽은 이기진 교수의 책의 문장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있어서인지도?! 수학이 취미라니, 정말 멋진 취미 아닌가.
수학 공부하려고 몇 번 벼루다가 매번 흐지부지되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은 역시 녹록지 않다. 이번에는 카페에 인증을 하니, 같은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공부하는 분들이 있어 힘도 나고, 자극도 받고 여러모로 좋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다면 나도 언젠가 위 발췌글 속 중견기업 사장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한껏 깔끔하고, 쉽게 풀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나를 증명하고 싶다.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라, 단지 나의 지적 유희와 만족을 위해서.

지적 생활을 위한 가이드북 같은 책이다. 제목의 '지적 생활'과 '설계'가 확 와닿지 않을 것이다. 뭔지는 알겠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는 것.
이 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먼저 말할 필요가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무엇이든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공부, 자료 수집이나 연습을 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의 핵심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 '양'을 쌓으면, '질'은 따라 올라간다는 것이다.
저자인 호리 마사타케는 자신의 예를 들었는데, 어느 날 '왕은 죽었다! 폐하 만세! (The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이라는 글이 인상 깊었고, 이 글이 계기가 되어 중세 프랑스 왕권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탐독하는 한편,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기사를 15년이 넘게 수집하고 있단다. 단지 관심이 생겨서 시작했을 뿐인데, 시간이 흐르고 자료가 축적되자 이제는 에세이 한두 편 쓸 정도는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생활을 지적 생활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지적 생활을 위해 일상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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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세상에서 미래의 삶을 더 지혜롭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그 해답이 '지적 생활'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10년 후를 목표로 지금 할 수 있는 무엇'을 정리했습니다.
그 첫 번째 열쇠는 '지적 생활'입니다. 지적 생활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정보와 마주하는 방식입니다. (...) 새로운 정보의 축적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적 생활'입니다.
한 권의 책이나 새로운 정보와의 만남을 즐기다가 그것이 축적되면 자신의 삶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 방향성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허비하는 일상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성장하는 여정으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다른 하나의 열쇠는 '설계'입니다. 일주일에 한 권 읽는 생활과 두 권을 읽는 생활은 단기적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3년, 5년 후면 커다란 차이를 만듭니다. 따라서 미래의 목표를 향해 얼마의 속도로 정보를 모을지 계획하고 하루하루 지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의 설계라는 관점을 의식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9-10쪽)
일상의 취미 생활을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을 이끌 '라이프 워크'로 성장시키는 것, 생활 속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일하는 데 필요한 발상과 통찰로 쌓는 것, 이렇게 쌓아올린 나만의 개성을 무기 삼아 인생을 장기적으로 개척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이루려는 목표입니다. (14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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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는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지, 여러 예가 나오고 책의 후반부에는 구체적으로 지적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나 설계 방향을 다룬다.
이 책에 '스톱워치를 활용하라'라는 내용이 있어 실생활에 바로 적용! 3일 전부터 스톱워치로 내 일상의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뭘 하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설거지 무려 35분~ 기절. >ㅁ< 어쩐지... 아무리 아끼려고 해도 수도 요금이 많이 나오더라. 시간도 낭비, 물도 낭비, 돈도 낭비. 설거지와 샤워 시간 줄이려고 노력 중.
이렇게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시간을 아껴서, 저자가 말하고, 말콤 글래드웰이 말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을 나도 증명해 볼까 한다. 10년이라는 시간... 긴 것 같으면서도 짧다. 충분히 해볼 만한 시간이다. 지금 2019년에서 2009년을 되돌아보면 그렇지 않은지.
『지적 생활의 설계』를 읽고 가장 떠오른 사람은 다산 정약용이었다. 다산 선생이야말로, 지적 생활을 제대로 영위한 분이시다. 유배지에서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할 수 있었던 것도 학문에 뜻을 두고, 그 뜻에 따라 책을 읽으면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발췌했고, 그 발췌문들을 유배지에서 엮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그토록 많은 책을 펴내실 수 있었던 거다.
내가 다산 선생님만큼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 흡족할 만한 어떤 결과는 10년 동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해보는 거다!
+ 『지적 생활의 설계』를 읽고, 내가 애정하는 책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었다. 좋았음.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