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언제였더라, 5년은 더 된 것 같다. 어느 날 티비를 봤는데 식물을 다룬 다큐를 방송하였다. 제작사는 아마도 BBC였던 것 같다. 식물의 조상, 식물의 태동, 식물의 진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내용이 정말 놀라웠다. 내게는 식물이 그냥 땅에 붙박혀 자라는 그 무엇일 뿐으로, 아니 평상시에는 살아있는 생물로도 잘 여기지 않는다. 머리로는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걸 알지만, 보통은 자갈이나, 바위, 건물이 있는 것처럼 그냥 유형의 무생물체로 인식할 때가 많다. 식물을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물을 키우거나 함께 벗하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늘 이렇게만 생각했던 나인데, 어느 날 그 식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 생각이 완전히 180도로 바뀌었다. 기존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달까.

그 다큐에서 식물은 동물만큼, 아니 어쩌면 동물보다도 더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머리를 써서 전략을 세우고, 때론 각자도생, 때로는 식물들끼리 힘을 합하거나 개미나 기타 곤충, 다른 식물들과 공존공생하며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머리가 쾅! 너무 놀랍고, 너무나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산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식물에 관심은 있었지만, 식물도 생물학의 분과 학문이어서 어렵거나 딱딱했다. 그 다큐처럼 나같이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보고 싶었다. 이번에 식물을 말랑말랑하게 다룬 신간으로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저자는 고고학자 맥스 애덤스. 영국 사람으로 고고학자이면서 숲 전문가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고고학자라기보다는 식물 전문가, 나무 심기의 달인 같은 인상이다.

주제가 '나무'인데, 에세이처럼 나무에 관해 말랑말랑하게 이야기를 쓰고 있다. 저자가 지금 말하는 나무가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힐 때도 있지만, 꼭 그 나무에 대해 모르더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모르면 바로 인터넷 검색 고고). 전반적으로 저자의 식물에 대한 가벼운 생각이나, 식물의 놀라운 능력, 영국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이야기, 나무 심어야 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 등등을 다루고 있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역시나 <식물의 놀라운 능력>

나무가 먹성 좋은 코끼리와 기린과 대결하는 것이 흥미롭다. 우선, 아프리카에 사는 나무는 코끼리나 기린같이, 키는 큰데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는 초식 동물이 골치다. 이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양은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뇌나 감각 기간이 없는 나무는, 어떻게 신기하게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무는 일단 높이높이 키를 키웠다. 그래도 코끼리와 기리는 냠냠. 그러자 코끼리 코와 기린의 입이 닿는 부분은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냐, 결코 끝이 아니다. 나무들은 우리가 볼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죽은 듯 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나무들끼리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들은 코끼리와 기린이 나타나면, 잡아먹히는 나무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어떤 화학물질을 뿜어낸다. 그 물질은 바람을 타고, 나무들에게 전달되는데 이 화학물질을 받은 나무들은 코끼리와 기린이 먹기 힘들게 나뭇잎의 맛을 변형시킨다. 독이라고 할까. 여기서 또 재밌는 건 기린은 이런 화학물질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진화가, 진화와 진화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특한(?) 나무는 개미를 이용해 코끼리와 기린을 쫓아 버린단다. 코끼리와 기린이 떴다 하면 나무가 특정 물질을 분비해 개미 떼가 나무를 온통 뒤덮도록 한다. 개미가 까맣게 덮고 있어서 코끼리와 기린이 나뭇잎을 먹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정말 놀랍지 않나.

뇌와 감각기관은 없지만 나무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그 무언가로 세상을 느끼고,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정말 놀라움. 이런 놀라운 지식을 하나씩 알아갈 때 왠지 모르게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나고, 나도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고픈 마음이 든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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