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서,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철학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했을 때 이 책은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각까지 나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를 철학하게 했고, 때로는 더욱 강한 철학을 원하게 했다. 이유인즉슨,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달라서였다. 저자의 생각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했다면 철학이 들어설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저자의 의견에 반대하며 출발했다.

책은 우디 앨런의 말에서부터 시작한다. 2014년 우디 앨런은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거기에서 우디 앨런은 '삶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 없음'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 천체물리학의 이론을 갖다 쓴다. 우주는 엔트로피 법칙에 지배받으며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으리라고. 이런 사실은 사람을 울적하게 만들고,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게 하며 이런 허무주의는 도구주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목적으로서의 삶이 아닌 도구로서의 삶으로 연결한다고 한다.

저자는 목적은 좋아하나, 도구는 싫어한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는 철학의 시대였던 고대 그리스 시대와 사뭇 다르며, 삶의 거의 모든 것들을 도구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돈으로 교환 가능한 세상이라고. 나, 너, 우리 등 관계를 비롯해 모든 것들을. 이런 삶에서 어떤 진정한 기쁨이 있을지 반문한다.

그러므로 도구화를 극복하고, 목적으로서의 삶이나 쓸모없음의 쓸모를 지향하는 삶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10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그들의 철학 이론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정말 '철학했다'.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고, 의문도 들었으며, 동의도 했고, 결국엔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알 수 없음이란 마침표를 찍었다. 철학의 하나하나의 이론을 떠나서 과연 철학이란 무엇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철학자 개개인의 혼자 생각인 걸까. 과연 학문으로서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철학자와 그 사람이 남긴 저서를 추종하거나 인정하는 무리가 있어, 철학사에 그 사람의 견해나 주장을 편입시키면 하나의 철학이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호응을 받으면 '철학이 되는 것'이고, 호응을 받지 못하면 '철학이 아닌 것'이 되는지. 자의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어쩌면은 서양 철학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철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서양 철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의 전통을 이어, 철학자 개인의 의문이나 가설을 먼저 상정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논리와 생각을 펼친다. 그래서 세상을 꿰뚫고 통찰하지 못하고, 논고에서 맨 처음 상정한 '그 세계, 그 논리' 안에서만 수용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의적이고, 이것과 저것이 너무나 뚜렷이 나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의 맨 처음 나오는 우디 앨런의 말도, 나는 전혀 허무적이거나 도구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여기서 희망을 보았고, 그 자체로 삶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우디 앨런이 말한 문장을 읽고서 저자와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한 것이다. (진짜 이런 마주침의 순간이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본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최대한 쉽게 말을 하지만 군데군데 어려웠고,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이해를 해보려고 했을 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기보다는 반박하고 싶은 논쟁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뭔가 이렇게 상대방이 주장하고 싶어서 근질거리게 만드는 사람이야말로 철학자라 생각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진정한 철학자인 듯하다)

삶을 목적으로 사는 삶은 어떤 삶인지, 도구로서 사는 삶은 어떤 삶인지. 또 그런 삶은 틀린 삶일까. 삶에 너무 많은 인위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 삶이 나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고 믿는다. 어쨌거나 시간의 흐름 속에 나와 우리는 살아간다. 생각의 마주침, 생각의 순간이 우리에게 철학의 순간일 터. 중요한 것은 책 속의 말이나 저자의 생각이 맞냐 아니냐 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저자가 이 글을 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철학을 했고, 매 순간 철학이 필요했다. 이 책에 실린 철학자들처럼, 나 스스로 생각한 것이다. 그것으로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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