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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우주 - 낭만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시선으로 본 우리의 우주
브라이언 콕스.앤드루 코헨 지음, 박병철 옮김 / 해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상당히 잘 쓴 우주 과학 교양서로, BBC에서 방영된 과학 다큐멘터리 <경이로운 우주>를 책으로 옮긴 것.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경이로운 우주>를 봤는 줄 알았는데 책을 보니 안 본 게 확실하네. 평소 우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고, 브라이언 콕스도 티비에서 본 적이 있어서 잘못 생각했다. 어쨌든 다큐 보고 이 책을 읽어도 참 좋을 것 같고, 나처럼 다큐를 안 본 사람이라도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재밌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책은 우주의 탄생과 종말을 빅스토리 형식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우주의 생의 주기를 우리 인류와 인간, 자연의 주기와 연관시켜서 설명하는데, 그래서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이 지구와 우리 인류 모두와 완전히 이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우주이자, 우주는 바로 우리.
뭔가 이런 말이 이단 같고, 사이비 같지만 과학적으로 옳은 말이다.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엄청나게 거대한 별이 마지막에 빵!!하고 터졌을 때 우주로 쏟아져 나온 원소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지각도, 지구를 가득 메운 바닷물도, 우리가 지금 코로 마시고 있는 산소도, 지금 손가락에 끼고 있는 금반지도, 밥 먹을 때 쓰는 은수저도,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쓰는 철이나 구리 프라이팬도 모두가 동일하게 초신성별이 터졌을 때 우주로 쏟아져 퍼진 것들이다. 이때 쏟아져 나온 무수한 원소들이, 우연 혹은 필연으로 뭉치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 태양을, 우리 태양계를, 그리고 우리 지구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렇게 책은 우주의 탄생(빅뱅)과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가 형성되기까지 과정과 앞으로 있을 우주의 종말을 빅스토리 형식으로 쉽고 재밌게 설명해준다. 사실 이런 유의 다큐멘터리와 책이 많은데, 그 작품들 중에서도 브라이언 콕스의 『경이로운 우주』가 최고 아닐까 싶다. 정말로 쉽게 잘 쓰였다. 단순히 쉽기만 한 게 아니라, 과학적 설명도 정말 잘 해놓았다. 물론, 뒤로 갈수록 어렵긴 어렵다. 열역학 부분은, 브라이언 콕스가 아무리 쉽게 잘 설명했어도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잠시 유체이탈한 후 돌아왔다.
또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이 과학을 전공(박사) 한 후, 현재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번역도 흠잡을 데가 없다. 아마 언어를 전공하신 분이 이 책을 번역하셨으면 많이 힘드셨을 테고, 필히 감수도 받았어야 했을 것이다. 『경이로운 우주』는 문장도 매끄럽고 좋고, 역주도 훌륭하다(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난다'라고 번역하지 않고, '시간이 흐른다'라고 번역하셔서 참 좋았다).
편집자 역시 꼼꼼하게 교정을 하신 듯 초판본인데도 오탈자가 하나도 없다. 내가 놓친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오탈자는 글을 아무리 꼼꼼하게 읽어도 꼭 놓치고 발견 못하는 게 있다.), 내가 읽기로는 하나도 없었다.
BBC 제작진과 진행자였던 브라이언 콕스도 상당히 공을 들였고, 이 책을 국내 출간한 출판사와 번역자 분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사실 이렇게 공들인 책을 만나면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께는 꼭 추천해 드리고 싶고. 추천,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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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예전에 상당히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때, 그때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게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주'였다. 매일 밤, 우주 다큐멘터리를 보며 경이로운 우주를 보고 느꼈고, 때로 산이나 문득 바라본 하늘을 보며 감동하며 마음의 힘을 내던 때. 지금도 요즘 마음이 무척 힘든데,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가 존재하기 전의 세상, 내가 지금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앞으로의 세상... 그 모든 게 경이롭고 마음 속 깊이 나를 흐믈흐믈 거리게 하는 감동이 있다.
햐, 질서 정연한 세상은 끊임없이 질서가 무너져 보다 높은 무질서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낮은 확률로 우리 은하와 태양계, 지구 그리고 '나'가 태어났다. 우주에 내가 태어날 확률은 아마도, 타노스에게 어벤저스가 이길 확률인 1/14000605 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다. 거의 0에 무한히 가까운 확률에서도 내가 태어났으니, 우울하며 힘들게 살기보다는 이 경이로움을 마음껏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삶을, 온전하게.
『경이로운 우주』는 우주에 대한 책이지만, 철학적 질문... 아니 철학이란 이름표도 무겁다. 떼버리자.
이 책의 맨 마지막 장, 맨 마지막 마침표 끝에는, '나'와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며, 누구와.... 이런 생각이 책의 맨 끝에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