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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유즈키 아사코,
일본 소설가.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 불문학과 졸업. 저자가 쓴 작품을 원작으로,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제작까지 되었다니 일본 인기 작가인가 보다. (으윽, 난 이제 알았다요-) 유즈키 아사코의 책은 현재 국내에 총 8권이 소개되었다. 네이버 '책' 기준. 책마다 리뷰 개수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리뷰가 많은 편으로 우리나라 팬도 꽤 있는듯하다.
이 책은 저자가 연재한 독서 기록이다. 음, 서평 책은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며 그렇다고 책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대부분의 글 시작은 저자의 일상이나 소소한 생각에서 출발하고, 이어 관련된 책 제목을 언급한 뒤 이 책의 줄거리와 캐릭터 성격, 본인이 이 책과 캐릭터에 느끼는 애정을 쓰고 있는데 독서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 에세이에 가깝다.
그렇다고 저자의 일상이나 생각이 듬뿍 묻어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다루는 책은 물론, 독자와도 거리를 어느 정도 둔다. 선을 그은 느낌. 책을 소개해야 하니까 소개하는 그런 느낌. '아, 이 책 정말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나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워, 너무 아쉬워. 우리 함께 읽어요!' 이런 느낌이나 '이 책은 말입니다, 여러분. 프랑스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에요. 그리고 제 여린 심장에도 한 획을 그은 책이에요. 이 책 위로 똑똑 떨어진 제 피가 보이시나요?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이 책의 읽고 난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뭐 요런 느낌도 없다. 음, 속마음을 내비치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일본 사람이 책 소개하는 책이랄까.
문체나 문장에서 저자가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유익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 같이 책 고픈 사람에게 이런 독서 에세이는 언제나 훌륭한 색인 같은 존재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첫 장은 프랑스 소설, 두 번째 장은 일본 소설, 세 번째 장은 영국 소설, 네 번째 장은 미국 소설이다. 일본 소설은 모리 마리를 제외하고 생판 처음 보는 작가들이라, 작가들도 생경하고 소개된 책도 생경하였다. 또 몇 권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내 번역되지 않아 읽을 수도 없다. 그런데 일본 소설 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전 작품이 나온다.
요즘 고전 읽고 현대 작품 읽고, 고전 읽고, 현대 작품 읽고 번갈아가며 읽다. 햐, 이렇게 독서하다 보니 확실히 고전의 진가가 느껴진다. 현대 작품만 읽을 땐 몰랐었는데, 일단 고전과 현대 작품을 비교했을 때 문장력의 수준도 많이 차이 나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고전에는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현대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다. 좋은 책을 읽고 싶거들랑, 우선 살아남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 시간의 제약으로 우린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순 없으니, 오랜 시간에 걸쳐 거르고 걸러진 선별된 고전을 읽는 건 여러모로 경제적이고 유익하다.
이 책에서 일본 소설을 제외하고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들인데, 이 책을 길라잡이로 삼아 프랑스, 영미 문학으로 퐁당 빠지는 것도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