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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저자 : 조선희
출판사 : 네오픽션


“이 놀이는 아주 위험한 거야.
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거든.”
나의 존재를 걸고 하는 위험천만하고 비밀스러운 놀이
한 눈에 봐도 호러 소설이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표지.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야기 초반부터 판타지 호러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홉 개의 소리나무를 두드려 미스터리한 어떤 힘을 가진 존재인 ‘그것’을 불러내는 놀이.
15년 전, 이 놀이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실종된다.
놀이 가담자이자 주인공인 박태이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억울하게 죽은 절친의 복수를 위해 친구들을 모아 이 놀이를 시작했고,
이어 자신의 얼굴을 한 그것이 염원 대로 그의 복수를 대신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놀이에 가담한 친구들에게 미스터리한 불행이 닥친 것이다.
이 놀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하나.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그것’이 나타나 “내가 누구냐?” 하고 물으면,
답을 해야 하는데,
절대 “너는 나야” 라고 대답하면 안 된다.
그럼 그것에게 나를 빼앗기고 자신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나야.”라는 말 대신,
정답을 찾아 대답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답이 너무나 어려운 수수께끼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놀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이 나타나면 끔찍한 두통과 함께 공포가 찾아온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그냥 그것에게 나를 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놀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정답을 찾으려 한다.
친구들을 구하고,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이 끔찍한 놀이를 끝내기 위해서.
소리나무와 관련된 구전 설화가 있다는 걸 이번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그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아이들이 사라지는 마을, 종이배를 들고 나갔다가
사라진 동생을 찾아 나선 형과 친구들 앞에 그것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광대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 공포심을 자극한다.
미지의 무언가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공포.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키지 못하면 나를 빼앗기고 만다는 공포.
단순히 보면 허무맹랑한 설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가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도록
인물들의 심리와 장면 장면들을 스릴 있고 속도감 있게 그리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장치들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단순한 미스터리 호러가 아니라,
몰입감 있는 스토리 속에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언가를 원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한다.
자신이 짊어질 책임의 대가는 때론 가혹한 형벌일 수도 있다.
감당할 수 있는가?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나는 그것을 불러온 것을 후회했지만,
그것이 한 일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부당함을 제거했다.
비겁했던 나보다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그러므로 내 자리를 요구할 자격도 있었다.>
※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