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잃어도 생은 또다시 미래를 향해 간다!
소설을 읽다보면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번 신간이 그러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해, 가족에 대해, 관계와 소통에 대해,
스스로에게 갖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시대 배경이 현재가 아닌 과거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늘날 서로 경멸하는 미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닉슨 집권기에 시작되어 레이건 시대에 완성된 ‘문화 전쟁’을 돌아보아야 한다.
미국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시기인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
작가의 말처럼 책장을 펼치면
과거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이 작가만의 예리한 통찰을 만나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개된다.
'각각의 가족은 하나의 비밀 사회다'
내 책이었다면 거기에 한 마디 덧붙였으리라.
지난 20년 동안 배운 가장 중요한 진실이 있다면,'불행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출판사 편집자인 주인공 앨리스는
교도소에 수감중인 작은오빠를 면회가서
생각지도 못한 오빠의 충격적인 과거 비밀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971년, 고등학교 절친 칼리가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에 이어 성폭행을 당한 끝에 실종된다.
자살로 추정되는 상황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앨리스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집을 떠나게 되고,
보딘 대학교에 진학해 풋볼 선수인 밥을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그런데 존경하던 교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밥이 그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 헤어진 그녀는 아일랜드의 트리니티대학교로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이때 고등학교 때 실종 됐던 칼리가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온다.
자살을 가장해 신분위조를 한 채 살아온 것이다.
칼리는 피노체트 군부쿠데타가 발생한 칠레에서 앨리스의 큰오빠와 함께 지냈고,
반정부 단체에 가입한 큰오빠 피터가 신문기자를 총으로 쏘아 살해 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고, 칼리 본인이 신문기자를 쏘았다는 것을 알아낸 앨리스.
그런데 얼마 후 더블린에서 끔찍한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그녀의 애인이 사망하고 만다.
이후 힘겨운 시절을 보낸 앨리스가 뉴욕으로 돌아와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가 되어
성공하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예고 없이 휘몰아치는 각종 사건사고!
그녀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게 흘러간다.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은 고전적인 성장소설이라고 작가는 밝혔다.
소설에서 다뤄지는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앨리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페미니즘부터 냉전시대의 국제정치, 테러, 대통령의 사임,경제 불황, 에이즈까지.
이러한 시대상에 놓인 주인공과 그녀 가족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들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주인공의 이야기를 쫓아가며 그녀 앞에 놓인 삶에 공감하고 시련에 함께 아파했다.
400페이지 가량 2권 분량의 책,
가볍게 읽기엔 좀 부담스런 양일 수 있지만,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들과 빠른 전개,
그리고 작가의 설득력 있는 통찰에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각각의 가족은 비밀스러운 사회라 할 수 있다.
그 가족들에게만 특별히 존재하는 법칙, 규칙, 한계, 경계의 영역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도저히 말도 안되는 규칙이
어느 특정한 가족들 사이에서는 능히 통용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든 걸 다 잃어도 생은 또다시 미래를 향해 가는 것처럼..
※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