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웨 지음아이들 동화책에서나 볼법한 순한 인상의 파란 코끼리가 그려진 표지. 이 책의 제목은 매우 직관적으로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라고 말하고 있다. 불안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지만 별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힐 것이란 기대는 역시 귀여운 코끼리 덕이었을까?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자주 집중하려 머리를 흔들어대야 했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현대 사회의 불안심리, 그에 따른 문제 제기와 해결책까지 다루고 있다. 어렵지 않게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문체로 쓰여 있는데도 좀처럼 빠르게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주석 하나까지 버릴 것 없이 빽빽한 참고서를 읽는 기분이었달까? 책 여러 권을 읽은 느낌. 현대의 불안을 다룬 책 한 권, 치유의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 또 한 권, 적어도 두 권은 함께 읽은 듯 머릿속이 꽉 차버렸다.우선, "불안, 그 무게에 관하여"와 "글쓰기 치유법"으로 나누어 살펴보자.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불안을 껴안고 살고 있다. 이 불안을 잘 다스려 살아가는데 화력을 더 하는 사람이 있겠고 반대로 불안에 휘둘리며 고통을 받고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이 있겠다. 책에서는 이를 개인적인 문제에서 확대해 사회문제로까지 파고들어 분석하고 내면의 문제에서 원가족에 이르기까지의 잠재의식도 살펴본다. 읽다 보면 전문적인 심리학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일에 적극적이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다 꺼내보도록 설득하고 기록해 보라고 북돋는 통에 자주 멈춰서 나도 모르게 10살이 되었다가 20살이 되었다가 했으니. 책을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던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앞으로의 세상은 더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지켜내고 모난 사회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 챙김 이 필히 먼저일 것이고 그 방법으로 작가가 추천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한 길로 들어서는 길.서툴러도, 익숙하지 않아도 "나"의 감정을 배설하고 글로 표현해 보는 일은 불안에서 기인한 초조함과 공허함을 덜어주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선물이다. 여러 방법 중에 "유서 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적어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의 남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방향키가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장 마다 주제별 "글쓰기'에 관한 소개가 되어있는데 이 부분만 묶어 따로 읽어봐도 도움이 되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쓰기 빈칸들을 채워보면서 나의 불안의 원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다.
정유리 에세이정말 화려한 색감의 표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맛있는 것들이 먹음직스럽게 그려져있고 미러볼 아래서 춤추는 사람들.파티다!하지만 제목의 "섭식장애"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저자는 13년간 폭식 제거형 거식증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육체적 질환과 정신 질환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었다.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는 고통.겨우 먹고 나서도 손가락을 넣어 토를 하고 위액까지 다 보고 나서야 돌아서게 되는 괴로움. 토하는 행위로 인해 손에는 굳은살까지 박이게 되는 처절함.그냥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주위 사람들의 비난의 눈초리.마르고 또 마르고 싶은 비정상적인 마음과 음식을 먹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저자는 점점 피폐해져가고 만다.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야 옷발이 살고 너무 말랐다는 소리를 칭찬으로 듣는 사회.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얼마 전 뉴스에서도 뼈밖에 남지 않게 몸을 마르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십대들이 넘쳐나고 그들 카페의 회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이-특히 여성들-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매해 여름이 되면 각종 미디어에서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연예인들의 기사가 더 폭발적으로 다루어진다. 충분히 말랐어도 칼로리를 극한으로 제한하며 더 마른 몸을 만들고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이를 모델로 비연예인인 일반인들까지 극심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고,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토를 하고, 틈만 나면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가둔다. 계속되는 섭식장애, 거식증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화면에서 거식증을 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녀의 모습은 처참했다. 하지만 이 병은 거울 속의 끔찍하게 마른 자신의 모습을 목표로 멈추지 않고 폭주한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노안이 아님에도 말이다.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단지 마르고 또 마른 몸을 위해 건강을 저당 잡히는 어리석은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지나왔다. 폭력 앞에 무기력했으며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방법을 잘못 찾았다. 무너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냈고 자신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남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았다. "섭식장애"라는 긴 싸움에서 지지 않겠노라 마음먹고 설사 다시 돌아가도 포기하지 않고 대면하려는 의지.그녀는 끝끝내 승리할 것이다.자신을 믿고 넘어서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사람이 실패하기란 어려운 법이니까.정유리 작가만의 파티가 곧 성대하게 펼쳐지길 바란다.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말 못 할 괴로움을 앓고 있는 분들이 함께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또는 주변 분들이 읽고 그들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며 그들의 어려움을 나눠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박세은 지음보통 그렇잖은가? 책 제목에 "엄마"가 들어갔다 싶으면 "육아서"구나 생각되는 것이.이 책은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를 위한 힐링 육아 에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읽을수록 "엄마"라는 단어는 굳이 필요 없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부드러운 한 여성의 인생 전반 성장일기에 "엄마"로서의 삶이 함께 버무려진 에세이로 보는 것이 더 옳다고 느껴졌다. 어느 쪽이든 박세은 작가의 생각과 생활을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공감하며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세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가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절히 전해져서 이 책은 한 권으로 엮일 것이 아니라 세 권쯤으로 나누어져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육아 에세이들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 아이에만 초점을 진하게 맞추지 않고 도구라든가, 음식이라든가, 계절 등을 엮어 그 속에서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독창적이라 좋았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부 어우르려다 보니 이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느라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책 한 권의 효용성으로는 최고로 칠 수도 있겠다. 보통 책들이 5챕터로 구성된 것에 비해 챕터 수도 7장으로 2장이나 많다. 작가의 머릿속에 부유하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장마다 "마음 진단 올림픽"이라는 심심풀이 문진표가 달려 있는데 흡사 심리테스트 같아 하나도 빠짐없이 재미있게 풀었다. 제법 잘 맞더라.ㅎ제일 마음에 남은 에피소드는 "아기가 현관문을 지키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로 아빠가 멀리 일을 하러 가시게 된 상황을 모르는 아기가 아빠를 그리워하며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직 어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도 자신을 아껴주던 아빠의 부재를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작가의 말처럼 언어가 없어도 사랑은 존재하고말고. 아기는 엄마의 설명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반가움이 있다는 걸 곧 알게 될 것이다.박세은 작가와 긴 수다를 떨고 헤어진 느낌이 든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꽤 오래 자세히.책날개의 사진을 보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참한 인상의 밝은 기운이 물씬 풍기는 미인이시다. 그동안 밖으로 꺼내놓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 한 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마지막으로,아쉬운 점은 오타가 너무 많았다.보통 5개 이하의 오타는 내 책에만 표시해두고 그냥 넘어가는데 대강 세어봐도 20개는 되어 보이는 오타는 글의 진정성을 흐리는 나쁜 경우다. 이렇게 많은 오타를 잡지 못한 점이 의아하다. 이마저도 작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면서 굳이 듣기 싫을 소리까지 남겨둔다.
글 윤지영로버트 풀검의 오래된 베스트셀러 중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읽은 지가 오래되어 내용이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목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치원생에서 20년쯤 흘러 성인이 된 "어른"들은 어렸을 적에 궁금해하던 모든 것들에 관한 답을 얻었을까?이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절실히 깨닫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게 되었을까?이 책 <행복한 삶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마음받침>은 연필을 손에 들고 읽길 권한다."퇴근길에 만난 안데르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머리말만 읽어도 눈치채고 반가울 것이다.작가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지친 어른들과 행복한 삶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마음받침'이라고 서두에 밝혀 두었다.발견의 첫 챕터를 시작으로 기준-확신-권리-결심의 5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매 이야기 끝마다 스스로 작성해 볼 과제를 남겨 두었다. 각 챕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데르센 동화를 한 편씩 들려주고 작가가 남기고 싶은 뜻을 함께 담아 읽는 이로 하여금 두 번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이다.편집자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각색된 안데르센의 동화는 아이 때 읽었던 동화와는 새삼 다르게 읽혀 더 재미가 있고 이 책의 이름인 "마음받침"이 어떤 의미로 지어진 것인지 온전히 깨닫게 된다.<바보 한스>나 <벌거숭이 임금님>도 다시 만나 반가웠지만 서로 믿고 지지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 편은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노부인은 남편의 엉뚱하고 잘못한 일에도 잘했다며 남편을 끌어안아 주는데 이 영감님은 장날에 말 한 필을 팔러나가서 암소로 양으로 거위로 닭으로 급기야는 썩은 사과 한 자루로 바꿔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영국인 한 명이 부부 싸움을 크게 하게 될 거라며 자신만만해하지만 영감님은 부인이 키스해 주며 당신이 옳다라고 할 거라며 당당하다. 이에 영국인은 100파운드를 걸고 내기를 제안한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노부인은 웃으며 남편에게 키스를 하고 썩은 사과를 가져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영국인은 내기에서 졌지만 너무 즐겁다며 100파운드의 금화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남편의 엉뚱함에도 당신이 옳은 일을 했을 거라 믿는 마음, 고운 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함으로써 나도 듣게 되는 따듯한 말, 알면서도 쉽지 않을 교훈이지만 동화를 통해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되어주었다.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기본"은 어렵게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가 동심을 지닌 맑았던 자신으로 돌아가 지금을 살펴볼 수 있는 황금열쇠가 되어줄 수도 있다.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나를 찾고, 남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으며, 임금님은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솔직한 꼬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 한 권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