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지영로버트 풀검의 오래된 베스트셀러 중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읽은 지가 오래되어 내용이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목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치원생에서 20년쯤 흘러 성인이 된 "어른"들은 어렸을 적에 궁금해하던 모든 것들에 관한 답을 얻었을까?이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절실히 깨닫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게 되었을까?이 책 <행복한 삶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마음받침>은 연필을 손에 들고 읽길 권한다."퇴근길에 만난 안데르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머리말만 읽어도 눈치채고 반가울 것이다.작가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지친 어른들과 행복한 삶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한 '마음받침'이라고 서두에 밝혀 두었다.발견의 첫 챕터를 시작으로 기준-확신-권리-결심의 5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매 이야기 끝마다 스스로 작성해 볼 과제를 남겨 두었다. 각 챕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데르센 동화를 한 편씩 들려주고 작가가 남기고 싶은 뜻을 함께 담아 읽는 이로 하여금 두 번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이다.편집자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각색된 안데르센의 동화는 아이 때 읽었던 동화와는 새삼 다르게 읽혀 더 재미가 있고 이 책의 이름인 "마음받침"이 어떤 의미로 지어진 것인지 온전히 깨닫게 된다.<바보 한스>나 <벌거숭이 임금님>도 다시 만나 반가웠지만 서로 믿고 지지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 편은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노부인은 남편의 엉뚱하고 잘못한 일에도 잘했다며 남편을 끌어안아 주는데 이 영감님은 장날에 말 한 필을 팔러나가서 암소로 양으로 거위로 닭으로 급기야는 썩은 사과 한 자루로 바꿔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영국인 한 명이 부부 싸움을 크게 하게 될 거라며 자신만만해하지만 영감님은 부인이 키스해 주며 당신이 옳다라고 할 거라며 당당하다. 이에 영국인은 100파운드를 걸고 내기를 제안한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노부인은 웃으며 남편에게 키스를 하고 썩은 사과를 가져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영국인은 내기에서 졌지만 너무 즐겁다며 100파운드의 금화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남편의 엉뚱함에도 당신이 옳은 일을 했을 거라 믿는 마음, 고운 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함으로써 나도 듣게 되는 따듯한 말, 알면서도 쉽지 않을 교훈이지만 동화를 통해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되어주었다.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기본"은 어렵게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가 동심을 지닌 맑았던 자신으로 돌아가 지금을 살펴볼 수 있는 황금열쇠가 되어줄 수도 있다.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나를 찾고, 남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으며, 임금님은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솔직한 꼬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 한 권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