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지음보통 그렇잖은가? 책 제목에 "엄마"가 들어갔다 싶으면 "육아서"구나 생각되는 것이.이 책은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를 위한 힐링 육아 에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읽을수록 "엄마"라는 단어는 굳이 필요 없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부드러운 한 여성의 인생 전반 성장일기에 "엄마"로서의 삶이 함께 버무려진 에세이로 보는 것이 더 옳다고 느껴졌다. 어느 쪽이든 박세은 작가의 생각과 생활을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공감하며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세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가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절히 전해져서 이 책은 한 권으로 엮일 것이 아니라 세 권쯤으로 나누어져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육아 에세이들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 아이에만 초점을 진하게 맞추지 않고 도구라든가, 음식이라든가, 계절 등을 엮어 그 속에서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독창적이라 좋았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부 어우르려다 보니 이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느라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책 한 권의 효용성으로는 최고로 칠 수도 있겠다. 보통 책들이 5챕터로 구성된 것에 비해 챕터 수도 7장으로 2장이나 많다. 작가의 머릿속에 부유하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장마다 "마음 진단 올림픽"이라는 심심풀이 문진표가 달려 있는데 흡사 심리테스트 같아 하나도 빠짐없이 재미있게 풀었다. 제법 잘 맞더라.ㅎ제일 마음에 남은 에피소드는 "아기가 현관문을 지키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로 아빠가 멀리 일을 하러 가시게 된 상황을 모르는 아기가 아빠를 그리워하며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직 어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도 자신을 아껴주던 아빠의 부재를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작가의 말처럼 언어가 없어도 사랑은 존재하고말고. 아기는 엄마의 설명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반가움이 있다는 걸 곧 알게 될 것이다.박세은 작가와 긴 수다를 떨고 헤어진 느낌이 든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꽤 오래 자세히.책날개의 사진을 보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참한 인상의 밝은 기운이 물씬 풍기는 미인이시다. 그동안 밖으로 꺼내놓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 한 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마지막으로,아쉬운 점은 오타가 너무 많았다.보통 5개 이하의 오타는 내 책에만 표시해두고 그냥 넘어가는데 대강 세어봐도 20개는 되어 보이는 오타는 글의 진정성을 흐리는 나쁜 경우다. 이렇게 많은 오타를 잡지 못한 점이 의아하다. 이마저도 작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면서 굳이 듣기 싫을 소리까지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