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당근(carrot)을 사러 갔다가 앵무새(parrot)를 데려옵니다. 모자(hat)를 사러 갔다가는 고양이(cat)를 안고 돌아오고요. 엉뚱한 말장난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금세 대책 없는 소동극으로 번집니다.『곰 사냥을 떠나자』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마이클 로젠과 헬린 옥슨버리가 37년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오래전에 나온 작품을 뒤늦게 번역한 줄 알았어요.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마주한 두 거장이 만든 웃음은,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낡아지는 일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일임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마이클 로젠이 빚어낸 말놀이는 단순한 동음의 유희에 머물지 않고 문장마다 엇박자를 심고, 예상을 비껴가는 리듬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을 피워 냅니다. 헬린 옥슨버리의 고전적이고 섬세한 붓질은 그 소란스러운 서사에 고요한 온기를 더합니다.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것은 글의 행간을 채우는 동물들의 표정이에요. 제 잘못도 아닌데 슬쩍 눈치를 살피고, 어쩔 줄 모르는 얼굴들. 모자 대신 고양이가 찾아왔을 때 구석에서 두 날개를 가지런히 모은 채 안절부절못하는 앵무새, 당황한 소년의 표정이 페이지마다 펼쳐쳐 작은 연극을 보는 듯합니다. 따뜻한 시선과 다정함을 선물하는 귀여운 말놀이 그림책. 아이들과 꼭 읽어보세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