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하고 단순하고 공허한 여자 은령, 향기는 진하지만 희고 가는 꽃 같은 유경, 퇴폐적이고 욕망이 가득한 이진. 둘을 동시에 사랑했음에도 당연히 둘 모두를 가질 수 없는 은령의 지독한 사랑.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을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욕망과 사랑은 멈출 수 없다. 오히려 끊임없이 확인하고 더욱 갈구하게 되는데.어린시절 부터 외로웠기에 사랑을 알 수도 없고, 믿지도 않던 은령은 오히려 더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겠다던 그녀는(p.47) 욕심쟁이처럼 더 강렬하게도 사랑한다. 그녀를 나쁘다고 해야 할지, 어리석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폭풍처럼 지나간 사랑 뒤, 혼미했던 유령 같던 그녀는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시간과 상황은 사랑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은령이 만난 노파의 경험처럼. 노파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건넸던 알처럼.은령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유경에게 은령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을 잊은 이에게도 다시금 묻게 되는 책.그래서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