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붉은신>이라니 강렬합니다. 동그랗게 순진무구한 눈으로 세상 혹은 우리(독자)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 아름다우면서도 묘하게 측은하고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실제 쪽수도 일반 그림책보다 많고 책이 끝났음에도 서사는 끝맺지 못할 웅장함을 담았습니다.책은 노래로 시작합니다.'무지개 끝 하얀 배는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고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내 주는 붉은신이 있다.'도무지 알 수 없는 노래로 독자도 이야기 속으로 진입합니다. 주인공인 파란 생쥐 '꼬리끝'은 몸이 아파 생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할아비쥐가 부른 저 노래에서의 삶을 돌려보내는 붉은신을 만나기 위해 여정을 시작합니다. 독자도 꼬리끝도 알 수 없어요. 붉은신이 누구이고 하얀 배가 무엇인지.책을 읽을수록 하얀 배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곳은 동물 실험을 하는 곳이었고, 꼬리끝은 실험을 당하는 처절하고 측은한 모습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붉은신을 묻는 꼬리끝에게 냉랭하게 대하며 붉은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꼬리끝은 낙심하지 않고 붉은신을 만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써요. 과연 꼬리끝은 붉은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끔찍한 실험으로 희생당하는 동물들. 토끼는 붉은신이 약 이름이냐며 지긋지긋하다고 치를 떨고, 기괴하게 변한 개구리는 자신이 붉은신이라고 합니다. 늙고 지친 개는 붉은신 따위 없다고 말합니다. 처절하고 끔찍한 환경에 길들여진 흰색 쥐들이 꼬리끝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집니다.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는 흰 배, 하지만 그곳에서는 삶은커녕 다른 무언가를 위해 희생되는 이들이 있을 뿐입니다. 저 노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오랜만에 너무 소름 끼치고 대단하다고 느낀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너무 좋아요. 거칠고 어둡고 두꺼운 터치들이 내용에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아이들과는 뒷이야기의 상상, 실험으로 희생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요즘 어딜가나 추천하고 다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