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을 위한 시나리오는 확고하게 세워져 있다. 처음에는극도로 추운 겨울이 세 번 닥쳐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호수, 강, 바다가 얼어버린다. 태양은 식어버려 더이상 여름은 오지 않을 것이며 눈은 무자비할 정도로 하얀 영겁의 세월 동안 계속 내릴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길고 끝없는 겨울이 오고 마침내 스콜이라는 늑대가대양을 집어삼켜버린다. 달과 별들은 소멸되고, 끝을 알 수 없는 암흑이 지배하게 된다. 핌불의 겨울

카나크에서는 날씨가 길잡이를 해준다고 나는 길에게 말해주었다. 동물이 길잡이를 해준다. 사랑이 그리고 죽음이. 기계 쪼가리가 해주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면, 기다리면서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림은 파괴적으로 변한다. 사물들이 미끄러지게 놓아두면, 의식이 동요하기 시작하고 공포와 불안을 깨운다. 우울이 닥쳐오고 자멸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대단히 과장된 얘기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45퍼센트와 이번에는 그 두려움이 무색하게 되리라는 광적인 희망 45퍼센트, 거기에 소박하게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여린 감각 10퍼센트를 더하여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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