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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 글로리아 스타이넘, 삶과 사랑과 저항을 말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서맨사 디온 베이커 그림, 노지양 옮김 / 학고재 / 2021년 7월
평점 :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우려와 개최국의 방사능 누출로 인한 우려과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대한 안좋은 감정 때문에 애초 달갑지 않았던 '2021도쿄올림픽'은 코로나 위험 때문에 두문불출해야 했던 이들에게 결과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특히 우리는 자신의 종목에서 파워넘치는 경기로 멋진 승부를 이끈 여러 여성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디어에서 주로 노출시키는 예쁘고 연약한 여성이 아니라 까지고 부딪히면서도 두려움없이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준 센언니들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스포츠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 책 <센언니 못된여자 잘난사람>의 영어 원서 제목은 <The Truth Will Set You Free, But First It Will Piss You Off!: Thoughts on Life, Love, and Rebellion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할거야, 하지만 먼저 너를 열받게 할거야 : 삶과 사랑, 반란에 대한 생각>이다. 저자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60년대부터 미국의 여성주의 운동을 이끈 페미니스트이며 잡지 <뉴욕>의 칼럼니스트, <미즈>를 펴낸 저널리스트이며 반전평화운동에 참여한 사회운동가로 힐러리 클린턴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저자의 인지도가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보다 낮을 수 있어 좀더 여성주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강한 제목을 내세운듯 싶다.
반전, 평화, 인권, 여성, 환경, 연대 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선동하는 그녀는 미국 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방문했으며 2019년에도 방문해 당시 디지털성범죄 공론화,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 등 한국사회 여성주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성평등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성별, 인종, 민족, 성적지향, 계층의 평등을 주창하며 다양한 사회운동을 하는 과정에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강력한 연대의 힘이 되어준 위로와 지지가 되었던 문구들을 총 6개의 챕터로 구분해 실었다.
'타고난 가족과 선택한 가족'에서는 가부장제 하의 가정과 낙태 문제, 또 희망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지지하는 연대의 힘 ,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서는 여성으로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 또 여성 후배를 이끄는 것까지의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에서는 여성의 일과 삶의 방향과 목표, 여성 운동에 대한 이야기, '동지와 적 사이에'서는 사회운동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위기의 극복에 대한 지혜 , '웃음은 가장 멋진 저항'에서는 사회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유머와 웃음으로 자유를 얻기를 조언하며, '거리에 나선다는 것'에서는 시위와 말과 투표로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문구들을 실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의 인권탄압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 20명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궁 인근에서 교육과 취업 기회, 자유 등을 구호로 외치며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며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이들의 구호는 차마 시위를 함께 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도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하지만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한 뉴스에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최루탄과 후추탄을 쏘며 이 여성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책에 실린 문구처럼 침묵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자유는 전염성이 있으며, 화난 여자는 세상을 바꾼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좋은 문구 외에도 그녀와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선구자들의 희망적인 문구와 사회 문제를 꼬집는 촌철살인 같은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데 주변에 조언을 들려줄 누군가가 없다면 책에서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부 문구들은 영어 표현과 해석이 함께 실려있는데, 다른 문구들도 평이한 편이라 영어 표현을 모두 함께 볼 수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평등한 성별사회란 성별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모든 사람이 고유한 자기 자신이 되는 사회이다.
//삶의 기술이란 일어난 일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모든 논리에 어긋나는 어떤 일에 끌린다면, 가라. 우주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에는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유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다.
//두 여성 그리고 여러 여성들의 연대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자 가장 큰 말썽거리이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이다.
//내가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약간은 기여했다는 생각보다 감격적인 선물은 없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