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과 나는 거의 인연이 없다. 단순히 <다빈치코드> 이후의 호기심 뿐이었다. 그 책은 독실한 아가씨마냥 섬세하고 믿음이 갔으며 많은 사람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다빈치코드>이후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번역, 출간되었고 나는 그에 관한 관심이 극도로 올랐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역사에 관한 지식은 거의 전무했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빈치코드>와 기타 소설에 적혀진 몇 가지 짤막한 사항과 교회 다니던 어린 시절 입으로 간단히 전해 듣던 내용정도만 알고 있다. 아니, 그마저도 미세한 기억 뿐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두꺼운 책에는 이미 이골이 난 상태다. 나에게 있어 부담은 그 두께가 아니라 내용이었다.

주석이 맨 뒤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지만, 사실 책을 읽다가 주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뒤 까지 찾아 가서 보기도 귀찮았을 뿐더러 보더라도 영어가 태반이었으므로 보상이 좀 적었던 것이다. 사실 글 중간에 가로가 넣고 두줄 세줄 주-욱 늘려져 있어도 보기가 그랬을 것 같다. 글을 읽기가 불편하기에는 매한가지일 듯 하다.

사진이 컬러 풀하게 좋은 종이에 찍혀 있는 것도 문제다. 예쁘게 찍혀서 있는 것 까지는 좋은데 위치가 위치인지라 역시 읽는데 방해가 된다. 나중에는 사진 따로 책 따로 읽어 버렸다. 나는 불량한 독자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이단의 역사, 역사의 뒷골목 이야기. 하얀 종이로 찍혀서 널리 알려지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일종의 전문 서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 아니 전문 서적이다. 이 사실은 이 책의 내용이 낯설 뿐만이 아니라 꽤 고난이도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내가 단순히 역사에 역자도 모르는 무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적혀 있었다.

저자는 인간이다. 그레이엄 핸콕, 로버트 보발이라는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객관적인 시점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이것 만큼은, 좋은 역사책의 조건이다. 다만 나중에는 한 쪽으로 조금 치우쳐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눈은 두 개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게 볼 수 있는 두 개. 그들은 이단 한 쪽으로 몰려 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객관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기에 조금 부차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얼토당토한 내용이 있던 때도 있고 아무래도 오래된 역사, 추측이 난무하는 주제라 부정확한 것이 많다. 거기에 객관성을 집어 넣다 보니 “…일지도 모릅니다.” 따위의 TV에서 보던 역사 다큐멘터리 같은 완결을 지어냈다. 사람은 정확한 것을 좋아한다. 어쩔 수 없는 부문이라지만 뭔가 장황하게 말하더니 “…일지도 모르지요.”라는 김빠지는 소리를 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점수가 깎인다. 처음이 중요한 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므로. 좋은 점은 한쪽으로 치우쳐 지지 않는다 거지만 그만큼 정의하기 애매모호 한 것이다.

각설하고, 사실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 이들이 강조하는 주장이라든가 내용은 잘 모르겠다. 가장 간단하거나 짧은 내용, 혹은 조금 반복되는 듯한 내용만 조금 기억할 뿐이다. 아마 이 책을 내가 잘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번은 더 읽어야 하겠지.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사실 기본적 내용이 증발되지만 않았어도 이것은 소설이라고 봐도 재미있었을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내가 기본적인 교양이나 상식 따위를 갖추었다면 조금 더 즐거운 독서시간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단이라는 것에 관한 새로운 인식. 무덤가에서 염소 피를 뿌리고 악마의식을 하는 것이 이단이라는 조금 극단적인 생각을 고쳐주었다. 그러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시간을 흩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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