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 취해 잃어버린 것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그 어느 떄보다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편리함이 주는 혜택은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미디어 세상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번에 개정 증보판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이 책은 10년 전보다도 오늘 날에 더 알아야 하고 적용되는 것들이라고.

읽어 보니 정말 그러하다. 약 10여년 전 스마트폰 보급화 이후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 많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없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전의 삶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유통 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전달하는 것뿐만이 아니고 생각의 과정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손 쉬운 접그성과 방대한 정보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는 속도력까지 참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일은 1장1단이 있는 법이다.

본문 속에 등장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디지털 미디어를 접할 때와 책을 읽었을 때의 뇌외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며 어떤 것에 주로 노출되냐에 따라 전체적인 기능과 사고의 흐름까지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피실험자들은 언어, 기억, 시각적 처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반면 인터넷 검색을 한 피실험자들은 에 문제해결, 의사결정과 관련한 전전두 부분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인터넷을 거의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실험에 참여하는 한 시간동안 웹 서핑을 했을 뿐인데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 천사의 선물인지, 악마의 유혹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의 실험은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인상 깊었던 부분인데 이 밖에도 일일히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폐해와 변화게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결국에는 나도 이런 뇌 구조 변화 기능 변화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전 이전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지금이야말로 실천할 시기인 것 같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책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국내에서도 두터운 애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답게 그의 초기 작품부터 새로 나오는 신간 도서들까지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그만큼 보기 드문 영향력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약 30년전에 처음으로 공개된 그의 초기작으로 출간 직후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공연 예술 분야로 창작되는 등 많은 인기를 끈 소설이다. 나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즐겨 읽었지만 워낙에 방대한 양이라 모든 걸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리커버 버전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지나간 소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는 한 노부인이 회랑정(일원정)이라는 료칸에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녀는 사실 60대가 아니라 30대의 젊은 여성이다. 

 평소와 다름 없는 어느 날, 회랑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방화의 원인으로는 지로가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짚어내었다. 하지만 에리코는 그가 절대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라 틀림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 사고로 인하여 지로는 목숨을 잃고 에리코는 온몸에 끔찍한 화상을 입으며 겨우 목숨을 건진다. 

 한편 많은 부를 축적한 이치가하라 회장이 죽고 49제를 앞둔날 밤에 회랑정에서 회장의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노부인으로 변장한 에리코를 포함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아홉 명의 사람들에게는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얼마 전 회랑정 방화사건날 당일 이 곳에 투숙객으로 묵고 있었던 것. 

 노부인으로 변장한 에리코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회랑정 화재사건의 생존자가 쓴 편지라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게 된다. 편지를 들은 이들 모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풍비박산이 나고야 마는데... 과연 그들을 죽게만든 범인은 누구일까. 

 책을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일지 추측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모든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석연찮은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는 내가 생각한 범인과 일치하는 탓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증정받았습니다. 

무협과 판타지 추리가 만나다

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무협 소설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역시 무협지와 공포소설 등을 즐겨보던 때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재미있어 보이는 표지의 중국 무협소설을 발견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당나라 퇴마사는 총 세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장안의 변고', '구중궁궐의 대재앙', '천하를 건 싸움' 이다. 가장 처음 당나라 장안성 근교의 한적한 사당에서 기이한 일이 펼치지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말하자면 황실의 경호대 경찰청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금오위의 최고 관리자 원희옥의 아들 원승은 사당에서 어느 화절의 걸작을 묘작하고 있다가 괴한처럼 보이는 이상한 그림자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이렇듯 원승의 주변을 포함하여 장안성 안에서 갑자기 기이한 일이 여럿 펼쳐지자 무술 및 요술에 능한 원승은 당나라 조정의 요구로 당나라 퇴마사라는 직책을 맡게 된다.

한편 아무리 사건에 매달리고 파헤쳐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데 열과 의욕을 다해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무렵, 뜻밖의 계기로 인하여 이러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사실은 당나라 조정과 황실의 이해관계와 세력 싸움 때문임을 알게된다. 이 권력 다툼 과정 속에서 당의 황제 역시 살해당하고 만다.

그때 그시절 우리가 즐겨봤던 무협지의 성격과 미스터리 추리물이 더해진 것만 같은 당나라 퇴마사는 세대 불문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놓은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역시 소설 속 등장인물로 내세우면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폭넓은 전개력을 펼쳐내는게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다.

사실 중국의 무협물은 도서보다는 주로 영화로 접해온 터라 책으로 읽으면 어떨지 궁금했는데 재미와 궁금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빠르게 읽어내려갈수 있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탓에 다른 중국의 소설들도 장르 편식없이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큰 사랑을 받아 수많은 영화사와 제작사들이 러브콜을 보내왔으며 곧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고 하니 한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의 많은 독자들과 영화팬들이 새로운 기대를 보내고 있다고. 이것만으로도 당나라 퇴마사의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누가 원승 역을 맡아 연기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해봐야겠다.

무적이 될 수만 있다면

무적의 글쓰기 - 일상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만만한 글쓰기 요령 40
센다 다쿠야 지음, 이지현 옮김 / 책밥 / 2020년 8월

무적의 글쓰기

 일상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만만한 글쓰기 요령

글쓰기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사적인 글쓰기부터 공적인 글쓰기까지 그 종류와 방법이 수도 없이 다양하다. 친구에게 간단히 진심을 전하는 문자 메시지도 글쓰기이고 회사 업무 내용에 필요한 보고서나 이메일 역시 글쓰기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써야한다. 그만큼 글쓰기가 필요한 순간을 자주 겪으며 삶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글쓰기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회를 만들수도 혹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 살면서 떼어낼 수 없는 일이라면 두려워하고 어려워하기 보다는 글쓰는 능력을 기르는 편이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무적의 글쓰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무적의 글쓰기'의 저자인 센타 다쿠야는 유명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자신이 글을 쓰는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전업 작가의 글로 들어선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체득한 다양한 업부와 회사 간부들, 리더들과 나눈 대화에서 얻은 지혜들로 직접 책을 쓰기도 했다고. 결론을 말하자면 그의 전업은 대성공이다. 이 무적의 글쓰기는 그가 출판한 158번째의 책이며 현재도 활발히 작가로서 영향력을 끼치는 중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무적의 글쓰기'는 단순히 '책을 출간해야지!', '회사 업무 메일을 능숙하게 보내야지!' 등의 부분적인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책이 아니다. 다양한 글쓰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사실들을 설멸하면서 전체적인 어휘력과 글을 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도와주는 책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는 경우, 내가 모르는 내용을 하나 둘씩 첨가해가면서 읽기 힘들고 난해한 글이 되어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내가 정말 잘 알고 자신이 있는 분야는 막힘없이 술술 써지는데 잘 모르거나 혹은 어렵다고 생각한 주제의 글들은 시간만 많이 잡아먹고 완성도도 떨어졌다. 그러므로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아는 내용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 첫 번째 그쓰기 비법이다.

이어서 글의 구조를 꼭 기승전결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물론 맞추면 좋긴 하지만 억지로 쥐어짜내어 형식에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복잡하고 읽기 힘든 글이 되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흐름에 맞추어 써내려가는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이미 아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나뉠 정도로 저자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글쓰기 팁이 무려 40가지나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 습관 만들기, 독자층 타켓하기, 재미있는 글쓰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가장 도움이 되는 팁을 만났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통해 만나보기를 바란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책밥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천재 화가 키스 해링의 모든 것

키스 해링의 낙서장 - 모두를 위한 예술가 ㅣ 스푼북 예술가 시리즈
매슈 버제스 지음, 조시 코크런 그림, 송예슬 옮김 / 스푼북 / 2020년 9월

키스해링의 낙서장

모두를 위한 예술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천재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 작년 초 그의 대규모 단독 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짧고 굵은 삶을 살다 간 그답게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그림속에 재치있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번 주에 '키스해링의 낙서장' 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평소 그의 낙서같은 드로잉과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자 마자 재빨리 보게 되었다.

키스해링은 어린 나이부터 그림에 대한 철학과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했고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기 위하여 열여섯살이 되던 해, 혼자 쿠츠타운 남쪽 해변가로 가서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낮에는 설거지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강인한 정신력과 결단력을 내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천재 소리는 아무나 듣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위하여 학교에 진핵했으나 천편일률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학교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곧 학교를 관두고 알바를 하기 시작한다. 어딜가나 자신이 아끼는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면서 말이다.

이후 몇 년을 그렇게 생활하다가 성인이 되고난 뒤 뉴욕에 있는 시각 예술 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그림을 공부하며 우리가 지금 알고있는 팝아티스트 키스해링의 모습에 가까워지게 된다. 한편, 전시회와 작품들을 통해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근사한 작품활동을 한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에게는 항상 친절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친구가 되어 다가갔다고 한다.

유년 시절 식탁에 앉아 아빠와 함께 그림을 그리던 날부터 큰 사랑을 받고 이름을 알린 그의 삶까지 한 눈에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책에 들어간 삽화가 특히나 더 근사하고 멋들어지는 책이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손색없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