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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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은 가뭄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마을에는 오직 눈 먼 개인 장님이와 일흔 두살의 노인 셴 할아버지만 남게된다. 마을 사람들과 피난길에 오르더라도 걷다 지쳐 죽을 것 같다는 노인은 어차피 죽을거 마을에서 버티다 죽기로 결심한다.

'그의 마음은 한없이 공허해졌다. 죽음 같은 적막과 황량함이 깊은 가을처럼 그의 온몸 위로 내려앉았다.' (pg.21)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 눈 먼 개와 옥수수 싹 하나와 남은 노인은 살기위해, 그리고 옥수수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 한다. 눈이 멀 듯 뜨거운 태양과, 메마른 땅임에도 온 동네를 뒤지고, 쥐와 싸우고, 쥐를 잡아 먹고, 늑대와 대치하고, 먼 길을 오가며 물을 기른다.

'한재를 피해 피난을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면 이 옥수수를 다른 마을 사람에게 넘겨야 하거든요. 이건 이 산맥의 종자란 말이에요.' (pg.83)

개인이 희생하더라도 동반자이자 친구인 개와 식량을 나누고, 모든 것을 바쳐 옥수수를 키워낸다. 이토록 지키고자 한 옥수수는 단순 배고픔을 위함이 아니다. 이 고통을 버티게 해주는 희망이자,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는 원동력, 그리고 삶의 의지와 집념이다.

'나는 끝까지 다 버텨냈어.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고.' (pg.159)

짧은 분량과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연월일'은 강한 울림을 준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자연 앞에서 한 없이 약한 인간이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강인한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한다.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하게 하며, 유한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이 삶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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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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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는 전대통령 이운암의 생가가 방화로 불타며 시작된다. 생가는 도편수 지범근이 지은 한옥으로 그의 지식과 도면 없이는 복원이 어려운데, 지범근이 '생가를 절대 복원하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탓에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이운암의 손자 이건승이 어렵게, 지범근의 친아들인 지재헌을 찾아가 복원을 의뢰한다.

지재헌은 생가를 살펴보는 도중 건물의 부조화를 느끼다 결국 기괴한 지하실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지만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돈에 눈이 멀어 생가를 복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지재헌은 한옥에 쓰일 나무를 구하는 등 복원의 과정에서 기이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며 결국 집과 이운암에 관한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간다.

'생가'는 한옥 건축과 도편수, 풍수지리와 수목 신앙 등의 한국적인 요소와 역사 등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지식들을 엿볼 수 있으며,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과 호러 및 미스테리한 정체불명의 소재들까지 더해져 빠져들어 읽게 된다.

긴장감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와 얽히고 설킨 관계,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마무리까지 완벽한 삼박자를 이룬 '생가'는 올여름 무더위를 훌쩍 날려버리고 마음속 깊이 자리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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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썸머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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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로열씨 집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채리티가 마을에 새로 등장한 남자 '하니'와의 로맨스를 통해 지루한 삶에 벗어나 새로룬 경험을 하며 여러가지의 변화를 맞게되는 이야기이다.

시골 동네인 노스도머에서 가장 부유한 저택의 소유자인 변호사 로열씨는 가난과 미개의 상징인 '산'으로부터 어린소녀인 채리티를 데리고 오게 된다. 산에서 데려온 아이였던 채리티는 출신이 제약이 되어 스스로 부유한 저택에 고립되어 자란다. 그런 무료한 일상 속에서 로열씨의 청혼이 트리거가 되어 독립을 꿈꾸며 도서관 일을 시작한다. 마을에 나타난 외부인인 '하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서로에게 빠져드는데, 하니는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 지지 않는다. 로열씨의 청혼과 더불어 하니와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채리티는 산으로 도망도 가보지만 결국 로열씨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읽을때마다 다양한 매력이 돋보이는 채리티라는 캐릭터는 또다시 색다르게 다가왔다. 산에서 온 아이라는 꼬리표와 가진 것이 없어 로열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독립을 위해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하고, 자유롭게 연애를 하는 등 적극적인 여성상의 모습이 돋보였다. 이 책은 결국엔 현실과 타협을 하는 채리티이지만, 책 제목인 '여름'에 걸맞게 뜨거운 욕망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여성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욕망과 차가운 현실이 돋보이는 '여름'은 우리에게 많은 메세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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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 - 100명의 사람 그리고 100개의 삶
이기영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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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는 부제인 '100명의 사람, 100개의 삶'이라는 표현처럼, 20년동안 저자가 만난 10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혀 다른 그들의 제각각인 삶을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전달한다.

바쁜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 본인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 후회와 그리움으로 얼룩진 이, 뜻밖의 경험과 뜻밖의 행운이 따르는 이, 반대로 운수 좋은 날과 같이 끝이 좋지 닪던 이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인 '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가 참 많은 뜻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처럼 드넓은 세상 속에서 아주 작은 점처럼 고요히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저마다의 빛을 품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듯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해 완전한 타인으로 느껴지는 이들도 결국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 그렇기에 서로를 더 이해하며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것이 아닐까 싶다.

'우주의 점, 별을 그리다'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내 삶인 것 같은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공감과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책에는 100명의 삶이 담겨있지만 세상에는 그 외 수만명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비슷하기도 전혀 다르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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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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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는 안톤 체호프의 사랑을 주제로 한 12가지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랑이라는 환상', '사랑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사랑 이후에 남는 것' 의 순서로 나열된다.

사랑이 시작될 때라고 하면 대부분 설렘을 먼저 떠올리는데, 안톤 체호프는 '약혼녀'와 '행복'을 통해 사랑을 단순히 핑크빛 연애로 떠올리기보다는 본질적인 질문을 먼저 던진다. 사랑하는 대상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찾는 행복을 사랑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귀여운 여인'과 '메뚜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환상을 표현한다. 본인의 자아와 생각을 배제하고 오로지 상대에게 완전히 맞추며 살아가는 한 여성을 통해, 그리고 화려한 삶과 예술적 허영을 쫓는 여성을 통해, 사랑이 따뜻한 면모도 있는 반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양면성을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사랑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은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복권'을 통해 가장 평범한 부부조차 상상 속에서 사랑보다도 개인의 욕심과 불만이 먼저 드러나는 모습, '구즈베리'를 통해 개인이 꿈꾸는 행복과 그를 실현하기 위한 타인의 희생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했을때의 실체 등, '아뉴타'를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익숙하고 약한 존재를 향한 무심함 등을 이야기한다. 3가지 단편만으로도 전부 다른 방향의 욕망을 드러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의 무한함을 표현하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유명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포함하여, 책의 제목인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슬픔'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사랑 이후에 남는 진실과 고독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들을 향한 사랑, 아들의 죽음 후에 남는 후회, 그리고 그 사랑을 함께 나눌 이가 없는 고독 등을 그린 '슬픔'은 특히나 강한 여운을 남긴다.

체호프가 말하는 사랑은 정말 복잡한 감정이고 삶, 행복, 슬픔, 고독 등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사랑의 진실을 말하면서도 결국 쫓을 수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안톤 체호프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이라는 형태, 그리고 사랑의 대상 등을 통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랑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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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otz_book #클로츠 지원
@woojoos_story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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