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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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은 외과의사인 저자가 수많은 현장에서 일하며 만난 '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부학이라는 이름처럼, 뼈, 성기, 창자, 자궁, 허파, 피부, 가슴, 콩팥, 뇌, 간 그리고 심장에 대해 낱낱이 밝힌다.

우리의 몸을 너무 의학적으로만 해부한 것도 아니고, 너무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만도 아닌, 아주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어느 의학책들과는 다르게 아주 세세하고 구체적이며, 흔하지 않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새롭고 신선한 지식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출산을 해서인지, 자궁파트와 가슴파트에 많이 머물러 있었다.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함, 그리고 이어지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그리고 자궁이식수술의 이야기, 유방과 모유 그리고 호르몬은 이야기는 공감과 놀라움을 전한다.

우리의 혈관, 기관 등을 지나 전체적인 우리의 몸을 살펴보면서 결국엔 우리의 인생,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시작되는 부검실 상황처럼, 내가 부검실 또는 영안실에 누워있을 때에 내 삶을 돌아보면 나는 내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너무 당연하듯 뛰는 심장, 들이키고 내쉬는 숨, 나를 구성하고 지탱해주는 뼈 등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한다. '인생의 해부학'을 통해 나의 인생과 이야기가 담긴 나의 몸을, 그리고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나가는 태도까지 배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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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해영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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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는 아름다운 귀족청년인 올랜도의 긴 생애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왕의 총애를 받고 시를 쓰며 즐겁게 살아가지만, 사랑에 배신을 당하고 충격을 받는다. 올랜도는 그렇게 고독 속에서 죽음, 사랑, 우정 등의 주제로 사색을 하며 사고 공직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올랜도는 일어나 보니 성별이 바뀌게 된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올랜도는 상속받은 땅을 두고 소송에 시달리는 등 제약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며 결혼과 출산까지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 계속해서 고뇌하며 작성한 시집은 끝내 완성해서 출판하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 사용되는데, 말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기에 맥락을 놓치기 쉽다. '올랜도'도 성별전환이라는 신선한 주제로 쓰인 소설임에도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글로,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전기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올랜도는 여자가 되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면에서, 올랜도는 예전과 똑같았다. 성의 변화는 올랜도의 미래를 바꿔놓았을지 모르지만, 정체성은 전혀 바꿔놓지 않았다.' (pg.182)

그럼에도 '올랜도'에서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나는 변화 속에서도 '나'일 수 있는가? 올랜도는 성별이 바뀌는 크나큰 변화 속에서도 오랫동안 품어온 꿈인 시집을 출판하게 된다. 나는 출산을 함과 동시에 나라는 사람보다 엄마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를 잃은 것이 아니라, 그저 우선순위가 바뀌게 된 것 뿐이다. '올랜도'는 인생에 변화가 있더라도 나라는 존재, 즉 나의 자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당신은 당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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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윌버 문구점
샐리 페이지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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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윌버 문구점'은 평범하게 살아온 조가 결혼을 꿈꾸며 함께 동거하던 남자친구 제임스와 헤어진다. 때마침 치매로 요양하게 된 삼촌을 대신하여 런던으로 넘어와 삼촌의 문구점을 맡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픈지 잊고 살던 조는 문구점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신문에 날정도로 유명했던 갑자기 사라진 사제 루스, 매번 새 노트를 사면서도 글 쓰기를 어려워 하는 맬컴, 그리고 직장도 집도 남자친구도 잃은 조, 이 세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며 위로해준다.

우리는 살다보면 길을 잃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게 사랑과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나라는 존재를 놓치고 살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나라는 존재가 특별하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유일한 존재이다. 조처럼 어중간함을 지닌 사람도 괜찮다고 말한다. '디어 윌버 문구점' 속 주인공들을 통해 따스한 위로를 얻으며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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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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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박솔뫼 작가의 '사과' 이외에 성혜령 작가의 '하악', 임솔아 작가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 작가의 '영주', 정기현 작가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 작가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수록되어 있다.

'사과'는 애리와 선호의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그려진다.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는 아주 현실에 가까운 연애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으며 시작과 끝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하악'은 장애가 있는 동생 태인을 돌보는 자인의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시 여겨지는 돌봄이지만, 애정과 피로와 부담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충돌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자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희생과 자기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의 빈묘에'는 지윤과 윤미의 반려견인 조아를 위한 묫자리에서 시작된다. 묫자리가 죽은이를 위한 자리인지 남겨진 이들을 위한 자리인지에 대해 묻는 '나의 빈묘에'는 나의 삶과 삶 이후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그런 삶을 누구와 나눌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주'는 불편함을 담고 있다. 영주의 고통을 지켜본 우진에게 영주는 마지막도 지켜봐달라고 한다. 고통과 복수, 책임감과 불편함을 담은 '영주'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그거 점 된다'는 몸에 생긴 점들에 대한 타인의 말들을 들으면서 생겨난 마음의 갈등을 담고 있다. 점이라는 소재로 그려진 '그거 점 된다'는 내 생각과 타인의 시선이 충돌할 때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일일업무 보고서'는 장애를 가진 세진의 일상이 그려진다. 우리가 손쉽게 하는 먹고, 씻고, 일하는 등의 기본적인 것들이 세진에게는 매순간 노동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의 도움이 항상 필요한 세진의 일상이 그려진 '일일 업무 보고서'는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무겁게 느껴졌다.

6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이해안되는 사랑과, 애정과 애증이 공존하는 가족, 상처와 고통,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도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하루를 힘겹게 견뎌낸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삶이란 혼자만의 것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하며, 우리로 하여금 이런 복잡한 관계를 다시 점검하며 살아가라고 전하는 듯 하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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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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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브레인 임상연구센터에서 일하는 김수오와 네스트 신경외과 원장인 주경재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브레인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치매환자의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시켜주는 수술이, 네스트 신경외과의 지하에서는 기억을 도려내고 새로운 기억을 채워주는 수술이 진행된다.

수오의 엄마인 김소희는 수오를 임신하기전 2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다. 그 기억을 되찾게 해줌과 동시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수오는 기억장애회복술을 직접 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해질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점점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수오는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뇌수술의 이력부터 시작된 수수께끼는 네스트 신경외과 원장인 주경재와 그의 불법적인 수술, 그리고 그 뒤에 존재하는 추악한 진실까지 마주하게 된다.

기억을 잘라내고 회복하고, 새로운 기억을 심는 뇌수술은 지금은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만 현재 진행되는 연구와 의료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기억을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리고 편집된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망각은 필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기억도 있는 거야.' (pg.121)

우리의 뇌는 스스로의 판단하에 기억을 저장하고 기억을 지운다. 그러나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그 자연스러운 현상에 도전하는 것을 보여준다. 주어진 것 너머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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