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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 근대의 빛과 그림자 ㅣ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오늘 만나 볼 책은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 근대의 빛과 그림자"입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821/pimg_7760131091722413.jpg)
1편에서 중세 말과 근대 초 유럽 세계를 살았던 여덟 인물들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들여다 보았다면, 이번 2편에서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말까지, 즉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8명의 유럽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한마디로 문명과 야만, 빛과 어둠이 공존한 시대로, 왕조 국가가 정립되고, '과학혁명'이 일어났으며,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골격이 만들어지는 등 물질적, 정신적으로 크게 도약하는 시기였지만, 한편으로 신,구교 간의 종교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고 가공할 마녀사냥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1장에서는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 '생 바르테레미 학살'의 책임을 떠맡아야 했던 '카트린 드 메디시스'를 만나봅니다. 모략을 일삼는 '검은 왕비'라 불렸지만 실은 정치,종교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며 암흑의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나갔던 인물입니다.
제2장의 오라녀 공 빌렘은 에스파냐의 종교적 탄압에 맞서 빛나는 리더십으로 네덜란드 독립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결국 가톨릭 광신도에게 암살되는 비운의 인물이며,
제3장의 천체 관찰을 통해 세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교회와의 충돌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부인해야 했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입니다.
제4장에서는 근대 초 유럽의 종교의 영향하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국가 체제가 정치와 종교가
얽히며 터져나온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마녀사냥과 같은 무질서한 광기로 번지는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제5장에서는 같은 시기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왕조국가들이 정립되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절대주의'의 왕이라 평가받지만, 재원을 쥐어짜며 끊임없는 전쟁을 치른 프랑스 루이14세
제6장에서는 프랑스와 오스만제국의 침략을 막아내고 발칸 지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신성로마제국의 레오폴트 1세와 합스부르크 근친혼의 유전자 문제가 폭발해 후손 없이 사망해 전 유럽을 전쟁터로 만든 에스파냐 왕 카를로스 2세를 만나봅니다.
제7장에서는 이탈리아 바로크 예술의 정점을 이룬 걸작들을 탄생시킨 예술가 바르니니를,
제8장에서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 유럽 사회에 탐욕과 부패의 거품을 일으킨 '인플레이션의 아버지' 존 로를 만나게 됩니다.
8명의 인물 중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 온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한 인물을 역사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통해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E pur si muove)'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주장을 한 죄로 종교재판소에서 이단 판정을 받아,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하고 난 후 재판정을 나오며 갈릴레오가 중얼거렸다는 일화로 유명한 문구입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가 그렇게 말을 했을것인가에 대해서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당대에 이 말이 널리 퍼져 있었던것은 그림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갈릴레오'하면 과학탐구를 하다 성경 내용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교회에 저항하다가 고초를 겪은 근대과학의 투사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실은 그는 독실한 신앙인이었고 과학과 종교는 상보적인 진리의 두 측면이라고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되기 위해 입학한 대학에서 처음 배우게 된 기초과목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었는데요, 그 당시 가장 중요한 과목이기도 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체계는 당연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그 위로 여러겹의 하늘이 완벽한 구를 이루며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갈릴레오가 평생 부딪치며 싸운것은 기독교가 아니라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체계였습니다.
이후 갈릴레오는 수학에 매료되고,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물체를 떨어뜨려 보는 실험들을 직접 해나가다, 밀물과 썰물이 왜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수용하게 됩니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중심이고 그 둘레를 지구가 돌며, 지구는 금성과 화성 사이에 위치해 있고 지구의 둘레를 도는 것은 달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망원경을 접하게 된 갈릴레오는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들을 이용해 20배율의 망원경을 만들어 내
천체를 관찰하게 됩니다. 첫번째 천체는 달로 산,계곡,구덩이들이 있고 매끄럽고 완벽한 구가 아니었습니다. 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사이의 경계를 관찰하니 밝은 부분 안쪽에는 어두운 점들이 그리고 어두운 부분 안쪽에는 밝은 점들이 있었는데, 어두운 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밝아졌습니다.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는 기하학을 이용해 산의 높이를 구하고 달의 지구반사광 문제도 해결했으며 지구에 반사된 햇빛이 달을 비추고 그것이 다시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도 알아냈습니다.
갈릴레오가 들여다 본 천체 중 가장 놀라운 성과를 얻은것은 '목성'이었는데요, 네개의 목성의 위성을 관측해 낸 것입니다.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에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목성은 행성이고 달을 가지고 있기에 달을 가지고 있는 지구 역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갈릴레오의 발견에 담긴 함의는 천동설이나 지동설이 핵심이 아니라, 지금까지 하늘 세계는 완벽하고 영원한 것이었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천체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구 모양이 아니라 울퉁불퉁하다는 것입니다. 또 지구가 빛을 발하여 달을 비춘다는 것은 천체가 땅수준으로 격하되고 땅이 천체수준으로 격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성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중심이 되니 우주에 중심이 여러 개가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그는 관찰과 결과들을 수학적으로 정식화하여 이 세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고, 이러한 혁신적인 견해들은 교회와 충돌을 일으켰으며 결국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견해를 부인한 후 오랜 기간 가택연금 상태로 살아야 했습니다.
1992년에야 교황청에서는 17세기에 교회가 내린 판결은 오류였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갈릴레오에게 내린 선고를 수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근대 과학 문명의 발전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지만 그리고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도 많이 부딪쳐야만 했지만, 굳은 용기를 가진 갈릴레오가 결국 이긴셈입니다.
갈릴레오의 이야기가 적지않은 지면에 소개되고 있지만,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 시대의 역사를 읽어나가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워낙 글을 재미있게 쓰기로 유명하신 저자의 덕분이거니와,단순히 역사를 사건이나 연대순으로 암기하듯이 접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나 대립에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 배경에는 무엇이 깔려있는지를 알고 접하게 되니 다음 이야기가 오히려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인물을 단순히 업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을 더하니 이해가 더 쉬웠습니다. 앞서 저자의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와닿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재미있게 역사를 배우게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