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이렇게 공부한다 - 학생을 위한 실용 지침서
클레어 손더스 외 지음, 박준호 옮김 / 서광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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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대학의 철학 강의자들에 의해 대학의 철학 학위과정을 갓 시작했거나 시작하려고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습 안내서로 쓰인 책이다. 책의 부제가 A practical guide for students 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철학을 대학과정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자료 찾기, 비판적으로 읽기, 토론하기, 필기하기, 보고서 쓰기 등 철학 학위과정에서 마주하는 모든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참으로 실용적인 지침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가이드로서 과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요령만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방법은 말 그대로 철학 공부의 정석이므로 독자는 이 책을 통해서 철학 공부란 것이 무엇인지 실마리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철저한 논증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당신이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든, 철학책을 읽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든, 철학이란 게 대체 뭔지 호기심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든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을 보라고 선뜻 권할 수가 없다. 번역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어 문장 때문이다. 애초에 오역이 생길 일도 별로 없고, 다소 오역이 있더라도 문맥으로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을 쉬운 내용이라 번역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한글 문장이 너무나 엉망이라는 것이다. 어색한 게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그래서 의미 전달이 안 되는 한국어 문장이 너무나 많다. 전후 문맥이 워낙 명료하니 한 문장 쯤 없다 치고 읽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비문인지 모르고 이게 무슨 소린지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잦으니 책 읽기가 무척 짜증난다. 게다가 오, 탈자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 거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번역자가 번역을 대충 한 것 같지는 않다.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학습서가 되도록 주석을 달아 놓았다. 하지만 문장을 보면 번역자가 퇴고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한국어 실력이 엉망이거나 둘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둘 다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출판사도 문제다. 번역자가 잡아내지 못했으면 편집부가 잡아냈어야 했다. 난해한 전공서라 비전공자가 함부로 교정을 볼 수 없는 책도 아닌데 대체 편집부는 뭘 했단 말인가?

250쪽 조금 넘는 이 책이 19000원이다. 서광사는 많이 팔리지 않는 철학책을 꾸준히 발간해 주는 고마운 출판사이니 조금 비싸도 서로 돕는 셈 치고 산다. 하지만 책을 비싸게 팔면 책 질이라도 높여야 할 것 아닌가? 번역자와 출판사가 양심이 있다면 좋은 책이니 만큼 절판하고 새 판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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