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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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 같은 의미를 지닌 여러 단어들이 있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이별'이 떠오른다. 그런데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들과 다르게 '작별'이라는 단어만의 느낌은, 뭐랄까, 상실의 느낌이 덜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헤어짐의 표현인데, 작별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주는 강도가 덜 했다. 더군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헤어지는 아쉬움이 없는 제목이다. 그래서 제목이 좋았고, 끌렸다.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에 대해 관심이 많을리 없다. 6.25도 그렇고, 5.18도 그렇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제주도 4.3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이 숫자들에 부여되어 있는 의미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과거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도, 기억해야 할 시대의 아픔도, 모두 내 일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쳐온 이야기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소설로만 읽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 속 병원 등장부터 몸은 얼어 붙기 시작했다. 절단을 봉합하는 병원이었지만, 내 몸의 어딘가가 절단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얼어 붙기 보다는 몸이 꼬이는 느낌이다. 무언가의 불편함이 몸을 지배했다. 어서 빨리 읽고 지나가고 싶었다. 제주도의 이야기에서는 정말 몸이 추웠다. 빨리 읽으며 지나갈 수도 없었다.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제주 4.3'을 검색했다.


  이야기에는 빌런이 등장한다. 그 빌런들이 잘못되길 바라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빌런이 잘못되면 좋은 결말로, 반대의 결말이라면 역시 세상은 그렇지, 라고 하며 어떻게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런데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프고 힘든 마음을 풀 수 있는 대상이 없다. 그래서 더 이야기의 진행이 더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다.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아프고 힘든 것들은 그냥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먹먹했다. 그리고 막막했다. 뻗쳐 나가는 생각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가늠하기 힘들어 막막했다. 작별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바뀌지 않을 것들을 붙잡고 고통 속에 남아 있는 것이 현명할 것일까. 작별하지 않는 것일까. 작별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내 몸의 반응은 아마도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고, 관심을 놓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세상이다. 초기에 형성된 집단면역의 기준을 조과한 백신 접종자들이 나와도, 바이러스는 변이되어 나아간다. 사회는 분열되기 쉬운 상황이다. 한쪽으로 피해의 원인을 몰아가기 어렵지 않다. 다수는 소수에게 폭력을 가하기 쉽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무엇이 빌런인지를. 작별하지 않아야 할 것은 기억이다. 그 기억들로 작별하지 않는 것들을 반복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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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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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너무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었던 탓일까.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던 탓일 수도 있겠다. 기대를 하며 받아든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넘길수록 '뭐지.. 뭐가 이렇게 불편한거지?'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무언가 내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 어때 감동이 오지 않니? 감동을 느낄 거야, 찡한 뭔가가 느껴지지 않니? 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안 그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불편한 느낌은 그런 강요에서 오는 것 같았다.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 였다. 그림체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야기일텐데, 앞서 말한 감정의 과잉같은 것이랄까. <The Snowman>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과 비슷할 것이다. 글이 별로 없이 그림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처럼,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똑같이 그림만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한다. 눈사람과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런데 전달되는 감정은 다르다. 감정을 전달해서 감동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니다. 무지 무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전달에서 무언가 인위적이고 넘치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면서 감정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The Snowman>이라는 애니메이션도, <할머니의 여름휴가>도 보게 되었고,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앞선 두 작품과 다르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진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 책을 다른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안녕달님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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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으로 일주일 집밥 만들기 - 식비 걱정 덜어주는 사계절 레시피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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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해 먹는 사람들은 안다. 퇴근하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오늘은 또 뭐 먹지?' 이다. 걱정없이 부모님이 해 주시는 음식을 먹을 때가 좋았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아 잦은 술자리가 있는 경우도 좋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런 삶은 가끔 찾아오는 축복같은 시간들이었다. 남이 해준 밥은 약간의 불평이 섞이더라도 좋았다. 아니 편했다. 회사 식당 밥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훌륭한 요리사도 아니다. 난 그저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평범한 남편이고 아버지일 뿐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퇴근하면서의 걱정은 대부분 아이들 식단이다. 요리는 대부분 아이들 저녁을 이야기한다. 아이들 저녁 후에 나와 아내는 있는 반찬으로 대충 먹거나, 냉동 식품이나 라면, 가끔은 시켜 먹는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가끔 아이들 요리를 많이 해서 같이 먹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다 보니 퇴근 후 아이들 요리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된다. 내가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왔던 요리사들도 아니고, 기다림이 짧은 아이들에게 15분 정도로 해 줄 수 있는 요리가 나에겐 많지 않다. 몇 가지 요리로 돌려 막는 기분이랄까. 아이들은 입맛도 까다롭다. 툭하면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해준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의 맛을 떠나서 가슴 후벼파는 말들이다. 돌려막는 음식들은 그나마 아이들이 가장 잘 먹는 것들이고, 대부분 볶음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을 찾듯 이 책을 만났다. 결혼 후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요리 관련된 책들을 일부 사 보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이유식이나 유아식 관련 책들도 몇 권 사서 보긴 했었다. 이유식과 유아식 단계를 넘어선 요즘, 새로운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은 2만원으로 시작하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서평단에 뽑히는 운도 있었지만, 서평단이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아직은 저염식으로 준비되는 아이들 음식과 비교하면, 이 책에 소개되는 반찬들이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진 않다. 소개되는 반찬에서 간을 좀 줄이면 되는 문제들이고, 무엇보다 책이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마트를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충 몇개 담아도 2만원은 훌쩍 넘는다는 것을 말이다. 가족 단위를 겨냥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좋은 기획이다. 구성도 좋다. 제목처럼 1주일 단위의 식단과 함께 냉장 보관 기간까지 친절한 설명이다. 또 계절단위로 묶어서 진행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마트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식재료를 언제든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제철 음식이 있고, 계절에 맞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책이다. 예전엔 가지 수가 많은 식단이 좋은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가지 수가 많은 요리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하고 싶은 요리의 레시피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그런 시대에 좋은 기획으로 깔끔하고 알차게 구성된 책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뭐 먹을지 조금은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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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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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이 책은 서평단 참여의 기회를 얻어 읽게 되었다.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을 서평단에 참여하여 읽게 되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난감한 부분은 이런 때이다. 우선 읽어 보고 싶었던 기대와 다르게, 책이 나와 맞지 않는 경우이다. 즉, 기대와 다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경우인데, 서평의 기회를 얻어 읽은 만큼 좋은 서평을 써줘야 하는 것인가. 영향력 있는 서평가도 아니기에, 내 서평에 따라서 책의 판매 부수가 좌우되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출판사도 이벤트로 서평단을 꾸리는 것은 나름 홍보를 위함일텐데, 나의 서평이 홍보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대게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은 기본적으로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에 실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실망했던 부분들을 크게 분류지어 서술하면서 이번 서평은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선 글이 읽기 어렵다. 만화의 성격상 글로 설명되는 부분들이 그림으로 압축되어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들은 인물의 표정이나 배경 등의 그림에서 보는 이들이 캐치해야 될 부분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못하다. 축약되는 부분들은 그냥 축약된다. 그래서 내용이 이어지지 못하고 끊기는 느낌이다. 역사는 흐름이다. 흐름이 끊긴다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둘째, 미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인데, 미술사는 미술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술에 대한 역사적 흐름이 앞서 말한대로 끊기는 느낌때문인지는 몰라도, 미술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작품이나 화법, 미술가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 더 친절하게 이어졌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아쉬운 부분이다.


  만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의 만화이다. 그렇다면 아쉬운 부분들은 내용적인 측면일텐데, 그 부분들이 위에 언급한 두 부분이고, 그 부분이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 같다. 간략하고 쉽게 전달해주기 위한 서적이라고 해도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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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 선사시대부터 르네상스까지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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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미술을 좋아하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는 자꾸만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서양미술사'와 관련된 2권 이상의 책들이 지금도 책상 위에서 여전히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기다림을 뒤로 한채 또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는 기쁨과 함께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은 딱 만남까지만이었다.

 

  '서양미술사'와 관련해서 양정무 선생님의 '난처한' 시리즈에 대해 자주 언급을 했었던것 같다. 아무래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진행중이라서 다음 권을 기다리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단점을 빼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서양미술사' 관련 서적이라니...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만화 아닌가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이라고나 할까. 너무나 축약된 느낌이다. 목적지까지 너무나 빠르게 도착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 빠름이 지나쳐 내가 과연 목적지까지 이르는 시간에 무엇을 봤었는지 알 수 없었던 그런 느낌말이다. 만화라고 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글자의 배열이 눈이 따라가기에 좋은 위치도 아니었던 것 같고, 축약된 내용들에 비해 글들도 가독성이 좋은 느낌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그림체의 만화이긴 하나, 그림은 그냥 그대로(사진 형태로나)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비슷하게 만화로 그려진 작품들도 적어도 제목 정도만 소개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양미술사'는 미술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서적처럼 무거울 수도 있겠지만, 무게감에는 깊이가 더해져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공서적보다는 교양서적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과 역사에 대해서 깊이와 무게가 사라질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미 관련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만 갖고 있는 나와 같은 초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서적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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