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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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性)에 대한 이야기만큼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많지 않지만, 성(性)에 대한 이야기만큼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비교적 안전하게'라고 설명한 것은, 역사와 미술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유명하면서 예술가, 정치가, 장군 등등의 위인(?)이면 더 좋다)의 이야기라면 서술하기가 편하다. 그 유명한 사람도 과거에 이랬다, 라고 하면 꽤 안전하다. 또한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과 달리, 미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누드나 성(性)과 관련된 그림들은 예술로 받아들인다. 이 책이 '비교적 안전하게' 서술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다.


  성(性)에 대한 이야기들이 왜 음지에서 부끄러워할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밝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다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제목도 성 '문화'이다. 하나의 문화로써 받아들이고 이야기되면 좋을 것 같다. 범죄가 나쁜 것이지, 문화 자체가 나쁠 것이 무엇이겠는가. 정치,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없다. 그 안에서 악용되는 범죄들이 나쁜 것이다.


  이 책은 역사 속에 나타나는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으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했다고 한다. 역사 속 이야기 이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수도 있다. 역사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옛날 이야기 듣듯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 아닌가. 지루하지 않다. 다만, 제목에 붙어 있는 '사색'의 시간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제목의 사색은 '史色'으로, 내가 말하는 '思索'과는 다르다. 책을 읽고 思索하는 것을 좋아한다. 思索을 하게 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모든 책들이 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은 제목에 동음어가 있었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만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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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큰 그림과 핵심 개념을 진짜 쉽게 설명하는 책 ㅣ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산업
배진영.라병호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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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업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최근에 다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예전 유가 상승기에도 그랬지만, 유가가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석유와 관련된 산업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나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체감하는 주유비를 보면서, 유가와 내 주유비의 상관관계에 자꾸만 의구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랬다. 유가가 오를 때면 주유비 상승의 체감은 확실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인데, 왜 유가의 하락이 주유비의 하락으로 바로 체감되지 않을까. 누구는 유류세 때문이라고 했고, 누구는 유가가 주유소 가격까지 반영되는 시차 때문이라고도 했고, 이름마저 어려운 정유사의 복잡한 정제마진도 듣긴 했는데, 어느 하나 속 시원한 설명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그래, 이런 책이 필요했다. 정말 순전히 내 주유비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이나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은? 그런 책은 아니었다. 책의 설명대로라면 시차에 대한 이유가 가장 설명력이 높을 것 같았다. 아쉬웠다. 뭔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에서의 이유를 찾아 멋드러지게 이해하고 싶었는데... 복잡했다.


  그래도 이런 책은 필요하다. 나의 니즈에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는 책이다. 특히나 정유 과정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들을 모두 다 경제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쓰여진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의 세부적인 설명들에 경제적인 이해를 추가한다면 더 좋은 책이 될 것 같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책도 있는 것 같다. 반도체 산업도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HBM에 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다. 문과생으로 도저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뭔가 목적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선택하면, 거의 실패할 확률이 높긴 한데... 어쩔 수 없다. 기대를 하게 된다. 목적의 부합함을 떠나서 이런 책들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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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여행 꿀팁 - 급할 때 바로 써먹는
신익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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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계절이다. 뭐, 요즘은 딱히 여행을 많이 계절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관광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바캉스 시즌에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여행의 계절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얼마 전에도 강원도 쪽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날씨는 더웠지만,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여서 좋았고,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더 좋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의 여행보다는 해외 여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전반적인 여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항공과 관련된 것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목에 끌려서 책을 구입했지만, 표지에 비해 내용은 별로 꿀팁스러운 것은 없었다. 처음에 등장하는 몇가지 팁이 유용해 보이긴 했지만, 그 외는 비교적 무난한 정보들을 수록하고 있었다.


  뭔가 필살기를 꺼내놓듯이 요란한 느낌을 주었지만, 내용은 요란함에 비해 다소 빈약했고, 반복되는 부분들도 많아서 끝에서는 살짝 지루했다. 특히 마지막은 여행사에서 소개하는 국가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였던 국가별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비해 아무 의미가 없는 페이지들의 나열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관련 서적들을 들고 다녔다. 지금은 여행 전에 블로그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미리 구글 지도 등에 갈 장소들을 찍어 두고 가는 것 같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말 아직도 알지 못하는 여행의 꿀팁들이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같은 걸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나가는 해외여행은 아직 꿈만 꾸고 있다. 그 꿈이 있기에, 아직은 이런 책들을 보면 설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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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드 - EVERYBODY LIES ㅣ 아무튼 시리즈 68
손보미 지음 / 제철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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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시리즈를 다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서, 제목이 뭔가 나와 닿아있는 느낌이거나 끌리면 읽게 되는 것 같다. 김혼비님의 '술'을 시작으로 김혜경님의 '술집', 비교적 최근에는 김윤관님의 '서재'를 봤다. 아무래도 '아무튼' 시리즈에 발을 들이며 좋아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혼비님의 '술'이지만,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미드' 역시, 딱 보는 순간부터 끌렸다. 그렇다고 미드를 찾아보며 지냈던 것은 아니다. TV 자체를 잘 보지 않을 뿐더러, 뭔가 기다림이 있는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선호하는 까닭도 있었다. 인기가 많았거나, 보고 싶은 드라마는 종료하길 기다리거나 종료 후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보기 시작하다 끝까지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미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까. 아는 미드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우연히 한 시즌 정도 봤더라도, 끝까지 본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형이 좋아해서 같이 몇 번 봤던 <맥가이버>와 대학원 때 유행했던 <히어로>가 기억에 좀 남는 편이고, 유명하기도 했고 보고도 싶었지만 아직 보지 못한 <프렌즈>, <프리즌 브레이크> 등을 겨우 아는 내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구입하고 있었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 책에 등장하는 미드 중 내가 본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당연히 하는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을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든 것은, 이 책이 미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미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뭔가 감성이 통한다고나 해야 할까. 작가의 이름을 보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이다. 필모를 보지만, 내가 아는 작품은 역시 전무하다. 나이가 비슷하다고 감성이 꼭 비슷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보다 어린 젊은 작가일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검색을 해 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다. 작가가 빠른이면 학교를 같이 다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읽으면서 뭔가 통한 모든 것들이 나이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역시 난 옛날 사람인가 보다.


  미드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지는 않는다. 줄거리 또한 간략히 소개하는 편이다. 드라마를 보게된 계기나, 보고나서의 느낌,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빗댄 이야기, 주변과의 관계 등. 꼭 드라마를 알지 못해도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좋았다. 저자의 말처럼 소개하는 드라마를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 소설들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냈을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들에서 다시 만나길 소망해 본다.


나이가 드는 건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마음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P8

내가 아는 건 어떤 순간에는 변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이해시키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 번번이 실패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내 삶과 당신 삶의 완결을 위한 노력.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지 않을까. - P91

"진실은 때때로 지랄 맞은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것, 그것이 삶이 아닐까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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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인문 기행 ㅣ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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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에 관한 책을 얼마전에 리뷰한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저자도 서경식 선생님 이셨다. 신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유작이 된 셈이다. 몇 권 보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글들이 좋았다. 더는 책들이 출간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랜 만남은 아니었음에도 아쉽고 허전했다.


  음악과 미술 순례에 대한 책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읽어 보기 위해 몇 권 사두었는데,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했다. 그러다 '디아스포라' 관련 서적으로 처음 선생님의 글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전에 재일한국인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이라 별다른 생각없이 바로 주문했다. 읽고 있던 책들과 개인적인 일들로 책을 읽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글에서 '디아스포라' 적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디서도 이방인 같은 느낌은, 기행에서도 들어나고 있다. 여전히 읽기 좋은, 나에게 잘 맞는 글쓰기 스타일을 갖고 계시지만, 이 책은 '인문'보다는 '기행'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 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기에 더 아쉬움이 큰 것 같다.


  그래도 변해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본인만의 관점으로 해석한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직 실제로 본 적 없는 그라운드 제로를 TV에서는 몇 번 보았다. 작년에 <알뜰신잡> 시리즈에서도 나왔는데, 선생님의 시각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여 주었다.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이미 본 사람들의 의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시각은 달랐다.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생각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개인의 의견과 생각은 개인의 몫이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두 권 정도 책장에 있다. 언제든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들을 본인만의 시각으로 전달해 주실지 기대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한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게끔 강요받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점점 더 천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성이나 이성에 닥친 재앙과 같은 시대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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