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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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권김현영님은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에서 페미니스트를,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정의에 비추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런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의 시도부터가 그렇다.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질문을 던지기 힘든 요즘이다. 다들 자신의 생각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시대에, 그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용기를 보여준다. 그런 용기를 배우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기 위해 읽어 보고 싶었다. 서평단 참여라는 좋은 기회를 빌어 읽어 보았다. 용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필요할 것 같다. 나에게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다시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에는 더 달라진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용기를 내야할 시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여성을 위한 변론들을 맡은 변호사가 들여주는 이야기이다. <법은 여성의 편인가>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가해의 대상은 남성, 가족, 국가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은 공정함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본 듯하다. 공정하지 못한 법 조항이 있다면 개정을 해야 한다. 시비를 가리는 일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과정임은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험난한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부터도 남성의 위치에서 그동안 무의식중에 올바름의 정의를 머리 속에 저장해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계시고, 누나들이 있다. 아내도 있고, 딸도 생겼다. 그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들여다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너무 많다. 우리 가족들에게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일들이,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들이 어느 공포 영화 보다도 실감나게 무서운 요즘이다. 설마 그렇겠어, 하는 일들이 이 책에서는 실제 사건들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적혀 있다.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변화되고 바뀌길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남자로 살아가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있다. 법은 공정함을 판별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약자의 편에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 법은 잘 모르지만, 그 법을 제대로 수호하는 이들이 아마도 그 약자들일 것이다. 그 약자들에게 힘이 되도록 포기하지 않고 용기내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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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박지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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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경제를 알지 못하고 삶을 영위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 삶의 모든 부분들에 경제학 개념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경제를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을 배워보면 알겠지만, 실생활의 경제는 경제학에서 배우는 것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경제학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경제학이 어려운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실 경제가 쉬운 것은 아니다. 경제학과 경제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경제 기사를 술술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글을 안다고 해서 모든 글들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 기사들이 다 제대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개념을 잘 못 알고 작성된 글도 있고,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기사들도 있다. 꼭 경제 기사가 아니더라도 읽기 힘든 기사들도 많이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은 개념 정리들이 잘 되어 있다. 꼭 경제 기사가 아니더라도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구성도 좋다. 처음에 경제기사를 어떻게 볼지부터 설명하고, 개념들 설명이 이어진다. 금리, 금융, 주식, 부동산, 무역과 환율 등에 대해 설명하고, 그 후에 경제지표를 읽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경제 용어들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경제기사들을 독해해 두었다.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초보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 갔을 때 설명이 다소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경제는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한 사건의 파급력이 한 곳으로 끝나지 않는다. 삶이 여러부분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경제도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심화학습은 개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책은 입문자들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심화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깊이가 얕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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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까지 30초
이대한 지음, 이중기 그림 / 메이킹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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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에 참여하여 운 좋게 읽게(?) 된, 아니 보게 된 책이다.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무언가 치열한 심리전이 묘사될 오피스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제목만으로 해 봤다. 그건건 아니었다. 만화라는 소재를 한껏 활용할 수 있는 좀비물이었다. 영화든 만화든 좀비가 등장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도 공포장르를 싫어해서 안 본다. 무서운 것이 싫다. 좀비물은 공포보다는 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이 책은 두 편의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인 <승진까지 30초>와 회사 면접을 다룬 <WRONG ANSWER>. 앞 편이 좀비물이고, 뒤 편은 인간외의 존재가 등장한다. <승진까지 30초>는 3일동안 감사를 준비하던 회사에 좀비들이 들이닥치면서 회사를 지켜나가는 이야기다. 좀 더 스포하자면, 좀비를 물리친 실적으로 포상을 해주겠다는 내용인데, 감사를 준비하는 3일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왜 변했는지는 모른다. 후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WRONG ANSWER>는 면접이 소재가 된다는 측면에서 오피스물 성격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낙하산과 면접을 같이 보게된 한 남자와 면접관들. 그 면접관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더이상은 스포니까, 여기까지.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는 처음 접했다. 그래픽과 노블이 합쳐진 장르라고 생각했었다. 그 측면에서 보자면, 노블, 즉 이야기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소설은 어찌되었든 이야기가 끌어가는 것인데, 이야기가 부족하면 전체적으로 빈약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서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전체 이야기들 중 어느 한 부분만을 보여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맥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뭔가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힘이랄까? 붓글씨로 쓴 글씨들을 좋아하는데, 먹물과 붓에서 느껴지는 거칠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 느낌들을 이 책의 그림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들이 한번에 기억되지 않아, 다시 한번씩 보게 되기도 했지만, 거친 느낌의 그림이 이 책의 글들과 내용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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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의 미국 주식 따라 하기 - 해외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왕초보를 위한
불곰 외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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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낸 책이 아니라면,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을 좋아한다. 금리가 사실상 재테크의 역할을 못하는 요즘,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식을 선택했다. 너도 나도 다 하니까 나도 참여해야지, 한 것은 아니다. 뭔가 타당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합리적으로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으로 주식 시장에서 잃는 사람들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주식 관련 서적들을 읽어 가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이것 저것 시도를 해 보고 있다. 미국 주식은 배당주 관련으로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같이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 이 책의 서평단 모집 글을 보았다. <불곰의 가치투자 따라하기>도  주식 공부하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했다. <불곰의 가치투자 따라하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론이 주식 시장에서 무조건 돈을 벌게 해주는 필승의 공식은 아니더라도, 그런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보게 되었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방법론적인 측면은 다소 부족하다. 야후에서 제공하는 금융 부분의 축약된 매뉴얼 같은 느낌이다. 이미 방법은 <불곰의 가치투자 따라하기>에서 다 제시 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투자의 기본적인 원칙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장이 다르다. 시장에 따른 세부적인 투자 방법들이 세세하게 제시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더군다나 종목 추천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책을 통해서 하는 것은 좀 시기가 맞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추천했을 것이다. 추천과 함께 미국 주식시장의 기업들의 정보들을 찾는 방법이 소개되고는 있다. 그러나 영어가 어려워서 그런 정보들을 못 읽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듯 화면은 모두 번역기를 통해서 미흡하지만 의미를 알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번역이 되니까 말이다. '어떻게'가 중요한데, 그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설명들이 부족해 보인다.


  아직은 내가 주린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도 관련 책들을 읽어 나가고 있고,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을 다시 집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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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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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소설이나 해외 소설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읽어 보기 위해 구입은 하고 있으나, 여전히 3권에서 멈춰 있다. 소설은 공감대가 중요한데, 해외 작품들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여전히 나의 독서량 부족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키 소설은 좋아하는 편이다. 모든 작품들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발간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읽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전작이었던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도 좋았다. <노르웨이 숲>부터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하루키의 작품들 중 좋았던 작품들은 대게 소설이었다. 재즈에 대한 것이나 이번 에세이도 마찬가지로 소설보다는 별 재미는 없었다.


  기대가 컸을 수도 있다.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루키 소설 속에서 현실에 녹아 있는 판타지를 좋아한다. 이번엔 에세이라고 해서 판타지를 벗어난 글을 상상했다. 더군다가 부제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나와 아버지 사이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느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와 비슷한 우리 사이다. 나이가 들어 가고, 체구는 여의셨고, 작년에 뇌졸중으로 입원을 하시고는 거동도 약간 불편해 지셨다. 마냥 반항만 하고 대들던 나였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면서 조금은 아버지가 작아 보일때면 나도 모르게 형 생각이 나기도 했다. 내가 형 몫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갖던 요즘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기대는 컸고 실망도 컸다.


  부제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해야 한다, 뭐 그런 의미 정도이다. 2차 대전에 참여한 하루키의 아버지의 히스토리가 적혀 있다. 부자의 관계나 아버지라는 존재 혹은 아버지에 대한 감상은 뒷 부분에 짧게 적혀 있다. 딱히 구분을 하기 쉽지는 않으나, 뒷부분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짧긴 하겠지만... 하기사 책 전체가 99페이지다.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페이지에 비해 두께감이 있지만, 두꺼운 종이 탓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내용도 무겁지 않다. 그래도 그림은 좋았다. 하루키가 역자 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그림은 그리움을 자아낸다. 그림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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