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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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잘 읽지 않아서 평소에 그냥 지나치는 편인데, 추천 도서라면서 이 시집과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추천되었다. 너무나 깔끔한 표지와 제목에 눈이 가 두 권 모두 구입했다. 제목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표지는 이 시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시집의 제목도 왠지 끌렸는데, 그건 드라마 <도깨비> 때문이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데 작년에 정말 우연히 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본방이 끝난지 몇 년이 지나서야 말이다. 드라마를 지나서 보면 좋은 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 3~4일에 걸쳐 다 본 것 같다. 그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대사들이었다. 날이 좋아서, 모든 순간이... 뭐 이런 대사와 그 대사를 하는 배우들의 톤. 왠지 이 시집의 제목에서 그 대사의 느낌과 톤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시집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표지와 함께 이 시집이 더 좋았던 건 시들이었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보다 내가 읽어서 좋은 시들이 더 많았다(정말 개인적이고 단순한 비교이다). 이 시 역시 시인의 말로 시작하는데, 시인의 말이 좋았다. 그리고 <당신은 첫눈입니까>와 <이곳과 저곳 사이>가 좋았다. 연말이라 바빴기에 짧은 시집이지만 해를 넘겨가며 읽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책갈피를 잘못 꽂아 두어 읽었던 시를 다시 읽은 데서 나타났다. 처음 읽었던 그 때 보다 두 번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 느껴지고 좋았다. 그런 시들이 이 시집의 곳곳에 있었다. 그 중의 한 시가 <이곳과 저곳 사이>였다. 눈에 그려지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 내가 예전에 시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시집을 짧은 시간에 자주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렵다고만 하면서 멀어지게 한 것이 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집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   

시인의 말

나는 잠깐씩 죽는다

눈뜨지 못하리라는 것
눈뜨지 않으리라는 것
어떤 선의도 이르지 못하리라는 것
불확실만이 나를 지배하리라

죽음 안에도 꽃이 피고 당신은 피해갔다

2020년 12월
이규리 - P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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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 나무자람새 그림책 14
가브리엘라 발린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김여진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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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육아라는 것이 있을까. 나의 아이들이지만 가끔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그런 것인지, 우리집 아이들만 특별하게 이런 것인지, 싶을 때가 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하루에도 열두번도 넘게 ~할 때가 있게 느껴질 때면, 내가 정말 부모가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육체적 노동에 가까운 육아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그 육체적 힘듦에서 벗어났다 싶으니까 정신적인 힘듦이 찾아 온다. 벌써 사춘기의 시작인 건가 싶다. 나도 저랬나, 곱씹어 보지만, 아니다, 저랬을리 없다. 완벽한 육아는 없지만, 아빠를 화나게 하는 아이들만의 완벽한 방법은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그냥 구매했다. 아이들 책이기 전에, 아이들의 그 완벽한 방법을 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 혹은 대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간절한(?) 마음이 깃들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너희들이 이렇다. 아빠도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과 보기에는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던 아빠의 의도를 전혀 아이들이 못 느낄 것 같았다. 이 책을 학습하고 모방하여 더욱 진화한 화 돋움을 개발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오히려 책 끝에 나와 있는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그 책이 나온다면 이 책처럼 바로 그냥 구입을 하게 될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제목에 이끌려 본 모든 육아서에 나온 아이들은 그들의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와는 달랐고, 나의 대처도 달라야 했다. 개별적인 존재들에게 공통적인 프레임을 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프레임으로 상처받는 것은 개별적인 아이들의 부모들일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화가 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잘못이 있을 수도 있고, 실수는 더 잦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처음임에 당연한 당황스러움일 것이다. 바르고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면, 육아가 힘들더라도 버텨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치고 힘들며 울컥하는 그 순간만 잘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는 아주 작은 일들일 뿐인 것이다.


  완벽한 방법으로 화가 나게 하더라도, 완벽하게 지나가고 대처하는 모습을 갖추고 싶다. 간절히 그러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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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1
염승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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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도 하루가 남았다. 2022년은 나에게 어떤 해였을까. 모르겠다. 벌써 한 해가 갔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뿐이다. 맞아 그런 일도 있었었지, 하는 일들도 많이 없었던,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가 아니었을까. 그나마 매년 1주일에 1권씩 책을 읽어야지, 하는 목표를 세우는데, 그럼 1년에 50권 좀 넘게 읽어야 한다. 작년에 처음 50권을 읽었던 것 같다. 확인해 보인 올 해는 이 책까지 68권을 읽었다. 처음으로 목표를 달성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책 내용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시작을 했다. 작년부터 재테크 관련된 책들이 독서 목록에 많이 포함되고 있다. 책장에는 아직 읽지 않는 책들도 몇 권 있다. 매번 리뷰를 남기면서 드는 생각은 어디까지가 '주린이'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수익률의 개선 시점으로 주린이를 구별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그렇다면 나는 언제 주린이를 벗어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여러 책들을 읽어서인지, 이 책은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처럼 주린이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77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설명이 친절하고 어렵지 않아 좋은데, 이상하게 끌리지는 않는다. 재밌지는 않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술술 잘 읽히는데 임팩트가 없는 느낌이랄까. 내가 궁금했던 것은 저 77가지 질문에 몇가지나 포함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주린이 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내가 궁금한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그거였다. 그래서 좋은 책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책임에도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보니, 2022년 개정판이 나와 있었다. 표지도 완전 같은데, 우측 상단에 빨간색으로 개정판 문구가 들어가 있긴 하다. 어떤 질문들이 더 포함되었을까. 그 질문들은 내가 가진 의문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까. 굳이 확인해 보진 않았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읽어 봐서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다. 나와 같은 주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그래서 여기서 헤어지려 한다. 내가 가진 질문들은 더 공부해서 스스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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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문학동네 시인선 184
고명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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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잘 읽지 않는다. 아니 거의 읽지 않는다. 아니 읽지 못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의미와 공감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저 글자를 눈으로 읽어나가는 것 외에는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시를 읽으며 좋아하는 시들을 공책에 옮겨 적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최근에 시집을 언제 읽었었는지는 정말 기억도 나지 않는데, 추천 도서로 추천한다며 소개되었다. 강렬한 노란색의 깔끔한 표지.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제목이... 와... 정말 오랜만에 한 번 시를 읽어볼까, 하며 같이 소개된 다른 시집과 함께 바로 구매했다.


  섣부른 도전이었을까. 여전히 어려웠다. 너무 쉽게 도전을 했나 싶어, 중간엔 평소라면 거의 읽지 않던 해설(여기서는 '발제'로 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읽었다. 그래도 뭐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발제를 쓰신 분이 이 시를 접하면서 느꼈던 그 부분들을 나는 왜 느끼지 못하는 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만 더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시집을 시작하는 '시인의 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와, 시작부터 너무 좋다, 하며 나아갔는데, 거기까지였다. 시집 제목의 시도 기대를 했지만, 이해하기에는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도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이란 시가 있는데,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마도 내가 읽으면서 공감한 유일한 시가 아닐까 싶다. 


  내용은 더 할 이야기 없으니, 다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시집치고는 다소 크기가 크다. 뭐 시집이라고 해서 책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학과 지성사'로 기억되는 문지의 시인선이 내게는 가장 유명한 시집 시리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리즈의 사이즈를 손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손에 잡혀 읽기 편했던 그 사이즈 보다는 이 시집의 사이즈가 좀 더 컸다. 그리고 종이도 상당히 얇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종이가 얇아서 뒷장의 글씨들이 비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이즈와 종이 질까지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깔끔한 표지가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그나저나 같이 산 다른 시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는 척 다시 한 번 도전을 해 봐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시도를 해야 하나. 연말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시인의 말

어느 여름날, 나를 키우던 아픈 사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며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2022년 12월
고명재 - P5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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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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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를 알게 되고 끌리는 제목들을 읽어 보고 있다. 시작이 '술'이었으니, '술집'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작가도 다르고 엄연히 다른 책이건만, 뭔가 연결이 되는 느낌이 살짝 있었다. 지금까지 각각의 주제로, 이 시리즈가 50권을 넘어선듯 한데, 술과 술집 사이의 간격이 스무권 좀 넘은걸 감안해 보면, 조만간 '안주'와 같은 컨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니 나의 바람 혹은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분들 마다 스타일이 있는 걸 감안하면, <아무튼, 술>과는 글의 느낌이 다른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은데, 비슷한 컨텐츠라 그런지 자꾸 비교를 하게 되었다. <아무튼, 술>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책은 <아무튼, 술>보다는 <개와 술>에 가까운 느낌이다. 당연히 재미의 측면에서는 <아무튼, 술>에 가깝지만, 내용측면에서는 <개와 술>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술 혹은 술집과 관련된 경험과 술집에 대한 이야기의 구조인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주사와 관련된 부분들이 <개와 술>에 대한 기억을 회상케 했다.


  술보다는 장소 혹은 공간에 초점을 맞췄기에 장소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씩 들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을 모두 검색해서 찾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한번씩은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다. 특히 제일 처음 소개되는 청파동 '포대포'랑 저자의 어머니가 계신 망원동의 '너랑나랑호프'(<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등장하는 이 곳을 보면 여느 맛집 소개 프로그램보다 더 식욕과 술욕을 자극한다)는 꼭 가보고 싶다.


  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숙취로 고생한 경험이 한번씩은 있을 것 같은데,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자의 일상 생활이었다. 어떻게 직장 생활과 함께 술 생활이 가능할까, 싶은 시간적 의문이 아닌, 저렇게 자주 취하면서 생활과의 병행이 가능할까, 싶은 의문 말이다. 그렇게까지 왜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는 걸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겠다. 그저 그렇게 가능한 삶이, 체력이, 가능하게 하는 모든 상황들이 부러울 뿐이다.



누구라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을, 정확히는 ‘괜찮다’는 그 말 자체를 기다렸을 뿐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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