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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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우선 타투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내 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이 많지 않았음에도, 주변의 시선들이 걱정되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만한 아름다움 체형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너무나도 몃진 그림들을 내 몸 어딘가에든 새겨 보고 싶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유럽으로 여행갔을때, 조금 오래가는 헤나 타투를 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점점 살이 쳐져만 가는데도, 여전히 타투에 대한 선망은 남아 있다.


  5월 하니포터 책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저절로 손이 갔다. 책 내용은 선택할 때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타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여성의 신체와 타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타투를 한 10명의 여성 문화인(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들이 각자의 타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타투를 하게된 동기도 있고, 타투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들, 혹은 자신의 직업과 타투와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인터뷰 형식이지만 질문을 모두 뺐다. 그래서 10개의 이야기는 본인의 이야기를 각자가 들려주는 듯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지루하지 않다.


  저자 역시 타투를 했으며, 본인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비교적 짧게 등장한다. 사진작가 임을 감안할 때, 사진으로 이야기하는게 맞을 것 같긴 한데, 본인의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처럼 한 챕터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을 보고 나서 나의 타투에 대한 생각엔 변화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해 보고 싶은 타투와는 조금 도안이 다른 부분들의 타투였다. 하지만 예전에도 지금도 타투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도안의 차이가 아니다. 그저 나의 무서움과 두려움, 주변의 인식들일 뿐이다. 그것들이 조금은 사라지길 바랐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타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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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0 세트 - 전20권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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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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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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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겨레출판의 서평단 모임인 하니포터로 만나게 되었다. 하니포터는 매달 한겨레에서 출판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서 읽을 수 있는 모임이자 독서 클럽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강제성 없이, 원하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5월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책은 이 책이었다. 무엇보다 르포르타주 형식이라는 점과 그 형식에 어울리는 제목이 강렬했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너무 인상깊었던 책이기에 그 책이 떠오르며 이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4천원 인생>과 형식과 내용 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비교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은 배경이 달랐다. 국내와 외국, 정확히는 미국과는 노동 현장이 비슷한 면보다 다른 점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외국 노동자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경험의 부족이랄까. 공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커다란 부분의 공감까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어느 사회이든 환상을 갖게 되는데, 그 환상은 지극히 한 부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조그만 한 부분의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다른 부분들은 모두 음지가 된다. 그 음지에서 비롯되는 많은 부분들을 우리가 세세히 알 수는 없다. 더군다나 외국이라면 말이다.


  이 책은 사회의 어두운 면에 위치한 노동 현장을 세세하게 비추며 그 구조의 취약한 측면들을 알려주고 있다. 르포르타주의 형식이 주는 생생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 현실들과 마주하는 순간, 내가 갖고 있던 환상들은 깨어진다. 깨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너지고 부서진다. 무서워진다. 삶이 무거워지는 것을 넘어서 고달프고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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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리커버 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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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코로나 핑계를 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운동이든 항상 귀찮을 뿐이다. 달리기를 안 한지 오래되었다. 작년에 며칠 주말 아침에 일어나 뛰어 보기는 했었지만, 육아를 핑계로 그 며칠도 며칠로 끝나버렸다. 달리기든 어떤 운동이든 꾸준함과 성실함이 수반되어야 빛을 본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많이 있지는 않다. 특히나 음악에 관한 책들에서는 말이다. 하루키가 엄청난 음악광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특히나 재즈와 클래식에 조예가 깊어 관련한 책들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몇 권 읽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아 있진 않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클래식에 관한 책에 관해서도 말이다.


  달리기에도 관심이 많고 즐겨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은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마니아'인줄은 몰랐다. 아니, 내 기준에서는 선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달리기도 그렇게 규칙적이고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니, 흔한 말로 respec이다. 완전 리스펙!!


  이 책은 달리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달리기란, 달리기의 효과란, 나란 인간이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가만, 달리면서 생각을 안한다고 했는데? 달린 이후의 생각들인가...... 아니다, 달리면서 어떤 생각이든 생각은 한다. 글에 등장하는 것처럼, 초반엔 자신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스스로 체크하며 새로운 기록을 예상해 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내가 달리고 있는지 고통 속에서 후회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도착점을 통과하면 다음 달리기를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생각이 같을까, 러너들은 몸뿐만이 아니라, 적어도 달리는 순간만큼은 생각마저 닮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본업인 소설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있는데, 달리기가 아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의아했지만, 그래서 재밌었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고 달리기 이야기만 적혀 있으라는 법은 없잖은가.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몸의 단련 수단일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부분이었다. 음악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소개되는 음악이 달릴 때 듣는 음악일 수도 있고, 생각나는 음악일 수도 있다. 그 음악에 대한 부분들이 짧아도, 길어도 좋았다. 챕터마다 기대되는 부분들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해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몸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아내의 말처럼,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만 하는 나이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년 1번씩이라도 마라톤에 나가야 겠다는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1번씩이라도 30분 이상 뛰고 싶다. 느리더라도,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고 싶다. 느리더라도, 적어도 끝까지 달리는 인생이고 싶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 P9

체념하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의 원칙이며, 그 효율의 좋고 나쁨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닌 것이다. - P83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다. 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든 영원히 이기기만 할 수 없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차선만을 계속해서 달려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똑같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적어도 그러한 생활 방식을 계속하는 것이 능력적으로 허용되는 동안은 그렇게 하고 싶다. - P88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P103

소설가로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제 조건이다. 연료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달릴 수 없다. - P120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받는다면 주저 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 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나는 평소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아침나절에 집중해서 일을 한다. 책상에 앉아서 내가 쓰고 있는 일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보지도 않는다. - P121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니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 P121

내일이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그것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 P161

자랑스럽다고 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 나름의 성취감 같은 것이 이제야 생각난 듯이 가슴속에 북받쳐 오른다. 그것은 ‘위험스러운 일을 자진해서 맡아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만한 힘이 내 안에도 아직 있었구나’ 하는 개인적인 기쁨이며 안도감이었다. 기쁨보다는 안도감 쪽이 오히려 강했는지도 모른다. - P180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필요에 쫓겨 명쾌한 결론 같은 것을 구할 때, 자신의 집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쁜 소식을 손에 든 배달부이다. ‘언제나’ 그렇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우울한 소식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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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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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제목을 잘 봤어야 했다. 이 책은 사전이었다. '공포'와 '광기'라는 두 단어에 이끌려 서평단에 신청을 한 것이었는데... '사전'이라는 단어를 놓치고 말았다. 무언가 시선을 끈 단어가 어떤 생각들로 무수히 연결될 때가 있다. '공포'와 '광기'라는 단어가 그랬다. 두 단어 외에는 다른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책 내용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99가지 사례로 등장하는 '공포'와 '광기'에 대한 좋은 책이다. 다만, 내가 지레짐작으로 유추했었던 책이 아니었을 뿐이다. 제목의 두 단어만 보고서 이어졌었던 생각들은 요즘 시대의 '공포'와 '광기'에 대해서였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해가지만, '공포'와 '광기'도 함께 변해왔다는 생각들이 자꾸 사고를 확장해 나갔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었던(바라고 원했던) 내용들은 현대 사회에서의 '공포'와 '광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극은 그 강도가 더 심해져야만 자극으로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포'와 '광기'도 그런 측면에서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누적이 되어있을 것이다. 어지간한 '공포'와 '광기'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아직 그런 강도에 적응을 하지 못한 듯 하다.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고, 무서운 것도 많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자리하고 있는 '공포'와 '광기'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극복할 수 방법들을 제시해 나가며 서술되고 있다. 내가 상상했던 '공포'와 '광기'가 단지 무섭고 두려운 것들로 한정된 것도 아니다. 이런 것이 '공포'와 '광기'에 속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에 이미 나도 속해 있는 것들을 느낄때면 조금은 불안해 지기도 하지만, 나에 대해 뭔가를 새롭게 알게 된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지금은 혼자 있는게 편했지만, 젊은 어느 시절의 나는 '고독'에 대한 공포가 있었으며, 내 마음 어느 한 곳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갖고 있었을 것 같고, '자기우월광'은 지금도 여전히 어느 정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부자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책과 음반을 수집하는 '수집광'적인 모습과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하는 '저장광'의 모습 또한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부분들을 치료를 요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문득 문득 내 모습이 투영되곤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은 또 찾지 못하겠다(자신에게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덜해진 부분들과 더해진 부분들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그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 그것을 알아간다면, 내 삶이 조금은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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