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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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를 당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오토바이라는 이동수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이다. 배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때 처음 오토바이를 탔다. 125cc 이상의 커다란 오토바이가 갖고 싶었지만, 내가 탔던 오토바이는 100cc로, 갖고 싶었던 것과 비교해서는 작은 오토바이였다. 그래도 무게는 상당했는데, 주차를 하다 넘어지는 오토바이를 잡았는데 다시 세우기는 커녕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같이 넘어졌다. 빗길은 또 어떤가. 빗길에서 넘어진 이후로는 조금은 조심히 탔지만, 그래도 한번 넘어진 이후로는 조금 겁을 먹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헬멧은 꼭 착용하고 탔는데, 겨울, 그것도 겨울밤에는 무조건 오토바이를 안 타는 게 맞는 것 같다. 헬멧으로 한번 가려진 눈에 살짝 언 길은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다시 미끄러졌고, 오토바이를 다시 타는 일은 없었다.


  하니포터의 3월 도서 중에서 이 책을 읽게된 배경은 아무래도 오토바이를 타 본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육아를 핑계로 왠만하면 집에서 해 먹고자 하던 의지가 꺽였다. 배달 음식을 먹는 횟수도 당연히 증가했다. 항상 배달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는 하지만, 길에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배달라이더들을 볼 때면, 음식을 받을때의 감사는 사라지고 만다. 오토바이 사고의 경험자로서 왜 저렇게까지 운전을 하는가 싶다가도,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면 왜 내 음식은 항상 늦게 오는가가 떠오르며, 라이더분들도 고충은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은 그런 고충이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라이더들이 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과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순히 배달이 늦을 경우의 컴플레인 혹은 반품에 대한 고충이 아닌, 배달 건당 수입이 좌우되는 환경과 거기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적인 요구나 변화에 대한 외침 대신 사고 이전 단계를 미리 준비해야 된다고 언급하는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면허증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토바이는 면허증 없이도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는 것에 한정된다. 탈 줄 아는 것과 잘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지만, 오토바이든 자동차든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에서도 사전적으로 그 부분부터 이야기되는 것에 반가웠다.


  배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장벽이 너무 높고 견고하여 시장 자체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시장이 너무 개방적이어서 들고 나가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종의 한계를 정해두는 것은 어디에나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산재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의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산재의 신청은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꼭 배달라이더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아무 불편함없이 산재라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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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키피아 (양장, 한정판)
아이작 뉴턴 지음, 박병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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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천히 조금씩 읽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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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매쓰 - DK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있는 수학책 DK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있는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이한음 옮김 / 크래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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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 시리즈를 좋아한다. 좀 무거운 감은 있지만, 그 단단함이 좋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은 그림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다. 거기다가 수학이라니... 요즘 읽지는 않지만 자꾸 수학과 관련된 책을 자주 사게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지만 이 책 역시 그 추세에 이끌려 구입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구입 동기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였다. 문과 출신인 엄마, 아빠와는 달리, 이과형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숫자를 알려 주고, 조금의 덧셈과 뺄셈을 넘어 최근에는 곱셈과 나눗셈으로 확장하려고 하는데, 도통 쉽지 않나 보다. 문과형 머리도 유전이 되는 것인지...


  꼭 수학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설명을 잘 해주고 싶은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적절한 단어와 비유를 찾기도 어렵고, 우선은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문과형 인간도 아니었나 보다. 어떻게 하면 이이들에게 무언가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가르치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 해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책들도 이어지는 것 같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부분도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모든 것들이 딱 맞춤된 책은 없을 것이다. 전반적인 수학의 개념들이 모두 잘 정리되어 있긴 한데,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게 씌여진 글씨들도 아직은 아이들이 읽기 힘들어 할 것 같고 말이다. 조금 더 큰 후에 함께 이야기하며 읽어 볼 생각이다.


  가끔 또래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남들에게 꼭 맞출 필요는 없다, 적당히 하고, 그칠줄 알고,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자, 하면서도 그 기준을 몰라 헤맬때가 많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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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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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보면 볼수록 간결하고 깔끔하다. 표지 이야기다. 끌리는 색감과 함께. 아무런 디자인이 없다. 시리즈 명과 번호, 시인, 제목. 깔끔해서 너무 좋다. 읽기 힘든데도 계속 시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첫번째가 제목이고, 그 다음은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는 표지 때문이 아닐까. 이 시리즈의 시집을 계속 읽어나가는 이유일 것이다.


  역시 처음 접하는 시인이다. 제목이 아마도 시를 많이 읽어보라는 권유가 아닌가 싶었다. 무엇을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인지가 불명확한데... 시의 중간과 제일 끝 시의 싯구로 등장하는 것 같았다. 시를 많이 보고 있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시를 많이 봐 달라고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당신은 시를 많이 봐야 해요' 정도가 되려나.


  여전히 어렵고 읽기 힘들었지만, 좋았던 시들은 많았다. 그만큼 옮겨 적어 두었던 시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제목에서 보면 뭔가 일상적인 느낌의 단어로 된 시들이 있다. 제목부터 뭔가 공감이 되서 그런지, 그런 느낌의 제목들의 시들이 읽기 좋았고, 편했다. 그런 느낌의 시들 중에 '주택 수리'라는 제목의 시가 있었는데, 제목부터 내용까지 그냥 느낌이 편했다.


  전체적으로는 3부에 나오는 '만나서 시쓰기'라는 시가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다. 뭔가 일상적이면서도 시를 편하게 전달하려는 노력들이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어려워하지 마세요. 시인들은 시를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나 벽에 붙어있는 벽보처럼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어요. 춤추다가도 만날 수 있고, 가위로 싹둑 원하는 부분만 가져가도 되듯 편하게 접해 보세요, 라고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그런데도 쉽지 않았구나, 나는 보지 않고 있었구나, 하며 반성이랄까. 아니면 깨달음 이랄까. 편하게 있는 상대를 나 혼자 불편하고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뭐 이런 느낌 말이다.


  올 해 들어서인지, 작년 말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시집을 3권 정도 읽은 것 같다. 이 정도면 알고리즘으로 시집도 자주 추천해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도록 봐야 한다. 그것도 자주 많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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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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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펼쳐든 책을 손에서 쉬이 내려놓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이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구매하고, 도착한 책을 바로 읽기 시작하는 그런 책들 말고 말이다. 무심코 펼쳐든 책들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그렇다. 언젠간 읽어 봐야지 하면서 사 둔 그 책들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여전히 읽지 않고 모아둔 그 책들 사이에 끼여 있었을지 모를 그런 책들 중에 무심코와 어울리는 책들이 있다.


  '알쓸'로 시작하는 TV 시리즈가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처음 이슈가 되었을 때 조금 본 기억이 있다. 최근에 그 시리즈로 '신잡' 외에 다른 많은 버전들이 생긴 것 같다. 그 중 한 시리즈가 '알쓸인잡'으로 이 책의 저자가 패널로 등장한다. 유투브에 어떻게 올라온 알고리즘(아마도 김영하 작가님일 터이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알쓸인잡'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심채경 박사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책을 정리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1월 초에 자리를 옮기며 읽어봐야지 하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지금 읽었으니, 조금은 변명 같기도 하다.


  시작처럼 그냥 기지개를 켜듯, 무언가 환기하다 눈에 들어온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은 재미있었다. 뒷표지 추천사에는 '알쓸인잡'에서 같이 패널로 나오는 김상욱 교수님의 글도 있었다. 책을 다 본 후에야 추천사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의 재미를 김상욱 교수님이 추천사에 남겨 놓으셨다.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라고 하시면서, 과학책처럼 보여야할 이 책이 왜 문학책처럼 느껴지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내가 느낀 그 느낌 딱 그대로다.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쪽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많이 읽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삶이나 연구 생활이 단순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글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지도 않다. 위트가 있고 재미가 있다. 성격이 천성적으로 밝다는 느낌, 혹은 긍정적일 거라는 느낌이 글 속에서 느껴진다.'우리나라에서는 문과형 인간은 문과 교육을, 이과형 인간은 이과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자란다. 그래서 이공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 중에 교재를 집필하거나 번역을 할 만큼 글솜씨가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많지 않은 이과형 사람 중에 심채경 박사님은 속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부러워하는 글 솜씨다.


  무엇보다 공감하는 것은 대학원 생활과 박사를 수료한 상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였다. 어찌보면 지금 내 생활과 겹쳐지는 상황에 대한 묘한 동질감과 깊은 공감. 특히 남에게 불려질 호칭에 대한 부분에서는 웃픈 현실에 대한 공감을 넘어 눈물마저 흘릴뻔 했다.


  다만, 마지막 챕터가 앞 부분의 챕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느껴졌는데, 챕터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챕터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형식이 앞부분들과 좀 달랐다고 해야 하나. 구성하는 이야기들이 챕터 안에서 제각각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들이 단편적인 일기들처럼 느껴져 다소 아쉬웠다.


  별을 보기 힘든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 유독 빛나는 달이나 별을 보게 될 때면 아이들에게 '저것 봐~'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어떤 의미로 아이들에게 별 혹은 달을 보라며 탄성을 터뜨리는 것일까. 그 바람으로 우리 아이들도 별을 보고 달을 보고 하늘을 보며, 조금은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 P31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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