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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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펼쳐든 책을 손에서 쉬이 내려놓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이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구매하고, 도착한 책을 바로 읽기 시작하는 그런 책들 말고 말이다. 무심코 펼쳐든 책들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그렇다. 언젠간 읽어 봐야지 하면서 사 둔 그 책들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여전히 읽지 않고 모아둔 그 책들 사이에 끼여 있었을지 모를 그런 책들 중에 무심코와 어울리는 책들이 있다.


  '알쓸'로 시작하는 TV 시리즈가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처음 이슈가 되었을 때 조금 본 기억이 있다. 최근에 그 시리즈로 '신잡' 외에 다른 많은 버전들이 생긴 것 같다. 그 중 한 시리즈가 '알쓸인잡'으로 이 책의 저자가 패널로 등장한다. 유투브에 어떻게 올라온 알고리즘(아마도 김영하 작가님일 터이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알쓸인잡'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심채경 박사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책을 정리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1월 초에 자리를 옮기며 읽어봐야지 하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지금 읽었으니, 조금은 변명 같기도 하다.


  시작처럼 그냥 기지개를 켜듯, 무언가 환기하다 눈에 들어온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은 재미있었다. 뒷표지 추천사에는 '알쓸인잡'에서 같이 패널로 나오는 김상욱 교수님의 글도 있었다. 책을 다 본 후에야 추천사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의 재미를 김상욱 교수님이 추천사에 남겨 놓으셨다.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라고 하시면서, 과학책처럼 보여야할 이 책이 왜 문학책처럼 느껴지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내가 느낀 그 느낌 딱 그대로다.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쪽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많이 읽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삶이나 연구 생활이 단순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글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지도 않다. 위트가 있고 재미가 있다. 성격이 천성적으로 밝다는 느낌, 혹은 긍정적일 거라는 느낌이 글 속에서 느껴진다.'우리나라에서는 문과형 인간은 문과 교육을, 이과형 인간은 이과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자란다. 그래서 이공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 중에 교재를 집필하거나 번역을 할 만큼 글솜씨가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많지 않은 이과형 사람 중에 심채경 박사님은 속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부러워하는 글 솜씨다.


  무엇보다 공감하는 것은 대학원 생활과 박사를 수료한 상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였다. 어찌보면 지금 내 생활과 겹쳐지는 상황에 대한 묘한 동질감과 깊은 공감. 특히 남에게 불려질 호칭에 대한 부분에서는 웃픈 현실에 대한 공감을 넘어 눈물마저 흘릴뻔 했다.


  다만, 마지막 챕터가 앞 부분의 챕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느껴졌는데, 챕터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챕터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형식이 앞부분들과 좀 달랐다고 해야 하나. 구성하는 이야기들이 챕터 안에서 제각각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들이 단편적인 일기들처럼 느껴져 다소 아쉬웠다.


  별을 보기 힘든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 유독 빛나는 달이나 별을 보게 될 때면 아이들에게 '저것 봐~'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어떤 의미로 아이들에게 별 혹은 달을 보라며 탄성을 터뜨리는 것일까. 그 바람으로 우리 아이들도 별을 보고 달을 보고 하늘을 보며, 조금은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 P31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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