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신 부장의 금융지표 이야기 - 17개 지표를 통해 금융시장에 숨겨진 심리를 읽는 법
신년기 지음 / 지음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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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인 것 같다. 작년 초부터 채권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채권은 커녕 금융 관련된 일은 잘 모른다. 10년 넘게 거시 경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분석하는 일을 해오고 있지만, 거시의 일부분일줄 알았던 금융은 전혀 다른 분야였다. 거시 경제 관련 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융과 채권은 생소하고 낯설었다.


  도움을 받을 곳은 관련 책들을 찾아 보는 것이었지만, 마음에 쏙 와 닿는 책은 없었다. 내 이해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설명이 어렵거나 컨텐츠가 맞지 않았다. 그나마 실무적으로 채권 투자에 관한 책들이 오히려 설명이 더 쉽거나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에 <20년 차 신 부장의 채권투자 이야기>가 출판되었고,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너무 산만했던것 같다. 첫번째 챕터를 읽다가 포기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회사 도서관에 들어와서 보게 되었다. 역시 중요한 요소가 아닌 등장인물이 많아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취한 형식적인 구조겠지만, 읽는 내내 몰입을 방해했다. 그래도 계속 읽은 배경에는 책의 컨텐츠가 마음에 들었다. 소개되는 지표들이 정말 실무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지표들을 담고 있었다. 또한, 가끔 보면서도 해석이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블름버그나 인포맥스 등의 유료 자료들이 아니라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지표들의 좌표도 소개하고 있어 상당히 좋았다.


  금융은 어렵다. 관련 지표들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지표의 일관성도 뚜렷하지 않다. 즉, 책의 내용중에 회귀분석이나 상관관계가 나오는데, 결과는 변수들의 시계열이나 추가 변수들에 의해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양(+)이나 음(-)의 관계를 보인다고 해서, 언제나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과거의 어떤 현상이 동일하게 현재 나타난다고 해서 금융시장에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측이 어렵다. 다만 확률적으로 높다는 의미는 지니고 있기 떄문에 가능한 시나리오 들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내용들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금융지표들에 대한 해석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아직 모든 책을 찾아보고 본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봤던 어떤 책보다 그런 면에서 친절하고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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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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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형 교수님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준이 교수님이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잠시 잠깐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에 알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샀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가장 먼저 산 책인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여전히 펼쳐지지 못한 채로 책장에 꽂혀있는데, 왜 머뭇거리지는 모르겠지만, 김민형 교수님들의 다른 책들은 읽고 있다.


  이 전에 본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가 기억에 남았다. 교수님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책인데, 글이 좋았다. 이 책도 수학보다는 교수님의 글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얇다는 것도 수학책이지만 읽기를 미루지 않았던 이유로 작용했다. 


  우선은 수학책이 맞다. 처음 들어가는 글에서 1장에 나오는 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2장과 3장을 읽고 1장을 읽으라고 추천하셨다. 그대로는 아니지만, 2장을 먼저 읽고 1장과 3장을 읽었다. 1장을 읽으면서는 교수님께서 왜 그렇게 추천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은 전반적으로 수학적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장과 2장은 서로 이야기 하는 주제면에서 비슷하지만, 등장하는 수식들 때문인지 1장이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래도 수학으로 일상 생활을 설명하려는 듯 한 내용들이 어려우면서도 신기하게 다가왔다. 3장은 조금은 다른 수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일상의 일들을 수학으로 설명하려 했던 수학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일관성이 벗어나지는 않는다.


  최근에 수학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을 많이 읽어 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 교수님의 첫 책으로 구입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수학의 기쁨을 알아가는 단계인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아직은 너무도 모자라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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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 단 한 번도 잃지 않은, 성공률 100%의 달러 투자 공식 무작정 따라하기 경제경영/재테크
박성현 지음 / 길벗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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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좋아한다. 컴퓨터를 좋아는 하지만 잘 모르던 시절,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가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프로그램 관련 서적들도 이 시리즈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이전에 '전유성만큼 한다'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컴퓨터와 프로그램들을 넘어 재테크에도 무작정 시리즈가 도입된듯 하다. 최근에 '채권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도 얼핏 본 것 같으니까 말이다.


  저자의 전작을 보았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다가 주식에 관심을 갖고, 미국의 주식 투자로 연결되었는데, 미국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환전이 필수였다. 그러다가 달러 투자에 관한 책을 봤는데, 그 책이 이 책과 같은 저자의 책이었다. 비슷한 아니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이 보다 정돈된 느낌이랄까. 기본은 매우 간단한데, 간단한 내용에 비해서 책이 길게 쓰여진 느낌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다며 설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헷갈리는 부분들도 있고 말이다.


  환율에 대한 공부를 할겸 보게 되었는데, 도움은 받지 못한 듯 하다. 달러 투자에 대한 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희소성이 있는 책이긴 하다. 그래도 실질적으로 투자의 도움을 받으려면, 다 읽어 볼 필요는 것 같다. 기본적인 내용만 발췌해서 읽는 것이 오히려 헷갈리는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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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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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하루키의 열풍이 일던 시기부터는 아닐 것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며 읽기 시작하기 전부터 하루키는 아주 유명했으니까 말이다. 우연히 <노르웨이의 숲>(내가 읽은 책의 제목은 이 제목이 아니었는데, 애를 쓰는 데도 그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언젠가부터 이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이 제목의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이 제목만 기억이 난다.)을 읽었는데, 정말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좋아하는 것들(달리기, 재즈, 요리 등)에 공통점이 너무 많아서 소설과 다른 에세이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두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에세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들과는 결이 달랐다. 소설들도 재미에 있어서는 퐁당퐁당 하듯 좋았던 소설들과 그렇지 않은 소설들이 나뉘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책은 출간 알림도 요란한다. 아주 조금의 관심만 갖고 있어도 도저히 신간이 나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다. 이 책도 작년 연말에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두꺼운 책일줄은 몰랐다. 책이 도착하고 그 두께에 놀라 바로 읽기 시작하지는 못했다. <1Q84>이후로 그렇게 재밌게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이 딱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도 한 몫 했다. <기사단장 죽이기>가 떠오르긴 했으나, 재미와 그렇지 않은 경계 사이에 머물러 있는 책이었기에 결정에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이끄는 힘이 있었다. <1Q84>처럼 재미있었다. 책의 두께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여전히 뭐지 뭐지, 하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서 다음은 다음은 하는 느낌이 훨씬 더 강했다. 이야기의 힘이랄까. 조금은 더 친절을 요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1Q84>처럼 뭔가 아쉬움이 남는 끝맺음도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라도 쓰고 싶으나, SF 요소적인 소설들은 줄거리를 남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읽어보면 된다. 꼭 이야기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중간 중간 드는 생각들이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영화 <매트릭스>가 읽는 내내 자주 떠올랐다. 모두가 현실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상공간에서 프로그램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실체는 그 가상공간을 운영하기 위한 하나의 건전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 책도 어찌보면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에서 도시가 부여한 삶을 본체가 살아가고, 그림자들은 본체를 대신하여 현실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유의 의미야 꼭 같지는 않겠지만,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나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하는 듯 했다.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무엇을 모르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이 적기에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무엇을 모른던 간에 아직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불확실한 벽의 존재만큼은 확실한 것처럼, 불확실한 앎의 존재도 내게는 확실하다. 마지막이 왠 헛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떠올라서 써 본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 P11

그러나 그 여름 해질녘에 내가 어깨를 안은 것은 진짜 네가 아니다. 네가 말한 대로, 그것은 너를 대신하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 P14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P15

내 생각에, 이 세계에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을까? - P44

"특별히 구체적인 원인 같은 건 없어. 그냥 순수하게 그렇게 돼버릴 뿐이야. 커다란 파도 같은 게 소리 없이 머리 위를 뒤덮고 나를 집어삼켜서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려. 언제 닥쳐오고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 - P106

네가 무슨 말을 꺼낸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특별한 잉크를 써서 특별한 종이에 적은 틀림없는 약속이다.
그래서 나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다림이다. - P134

내가 보기엔 저쪽이야말로 진짜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고생하며 나이들고 쇠약해져 죽어가요. 물론 썩 재미있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그 과정을 이어가는 게 순리입니다. 나 또한 미흡하게나마 그에 따르고 있고요. 시간은 멈출 수 없고, 죽은 것은 영원히 죽은 겁니다. 사라진 것은 영원히 사라진 겁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 P153

계절이 바뀌고 있어. 주위 풍경이 전과 다르게 보이고 공기의 감촉이 바뀌어가. 아마 나도 조금은 변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디가 변했는지는 스스로 알 수 없어. 자신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마음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P156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불합리할 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얼마나 격렬하게 당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깊숙이 찢어놓는지, 당신의 몸안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 P182

나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어째서 이곳에 있고,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어째서 이곳에는 늘 이렇게 세찬 바람이 불까?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묻는다.
물론 대답은 없다. - P184

이 현실이 나를 위한 현실이 아니다, 라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그 깊은 위화감은, 아마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리라. - P228

어쩌면 남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면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닥에 선을 한 줄 긋고 여기 안쪽으로는 넘어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은 그런 기척을 미묘하게 감지하는 법이다. - P251

"가끔 저 자신을 알 수 없어집니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혹은 잃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인생을 저 자신으로, 저의 본체로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그저 그림자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 때면 제가 그저 나 자신의 겉모습만 흉내내서, 교묘하게 나인 척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 P451

"본체와 그림자란 원래 표리일체입니다." …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 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 P452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충격을 크게 누그러뜨리거나요. - P452

그렇다, 그건 뚜렷한 열을 품은 각인과도 같다. 한 세계와 또다른 세계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각인. 나는 아마도 그것을 내 존재의 일부로 간직한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 P667

나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게 아니라,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게다가 애당초 나는 지금껏 대체 무엇을 기다려왔다는 건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정확히 알고나 있었을까?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명확해지기를 그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게 전부인 건 아닐까? - P681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 P684

무언가가 시작되려는 걸까?
나는 무언가가 시작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가 끝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된 변화는―그게 어떤 종류건―더이상 멈출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예감이 들었다. - P711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 작가 후기 중 - P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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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최재혁 옮김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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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분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사둔 책이 한 권 있긴 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최근 부고 소식과 함께 신간이 나왔다. 그 책을 주문해 둔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났다. 재일 조선인들에 관한 책을 예전에 한 번 보면서 알 수 없는 생각들을 갖긴 했었다. 그럼에도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금방 잊어버렸던 것은 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모든 사회 현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각일텐데 말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고 알게 되었다. 제목과 내용이 기행문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 책은 부제에서 말하고 있듯이, '추방'당한 자들의 이야기 이다. 그 중에는 저자분과 같은 재일 조선인들도 있고, 난민, 유대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기행을 하는 곳에서 만나게 되는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향수(鄕愁)'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책을 읽는 내내 '향수'는 '디아스포라'의 어느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단어일 뿐이었다. '디아스포라'는 내가 평생동안 결코 다 알 수 없을 거대한 관념 같았다. 특히나 자발적이지 않은, 강제적인 '추방'이라는 단어와 합쳐졌을 경우에는 말이다.


  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과거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해지지 않은 많은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 것이고, 현재도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일 것이다. 역사와 예술들은 잘못된 일들을 반복하지 않게하는 기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잘못된 역사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잘못된 역사의 반복 속에서 웃는 자들은 소수이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우리는 현재 '디아스포라'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영원히 아닐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The philosophers have only interpreted the world in various ways. The point, however, is to change it.
철학자들은 세상을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 P52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이 세계에 절망한 사람들,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절망의 끝에서 극단적인 저항의 수단을 택하고, 그에 대한 가차없는 진압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 P64

이렇게 나를 이 세상에 잡아매 두는 끈들은 하나같이 인공적이고 불투명한 것이다. 내가 ‘죽음’을 향해 몸을 내밀었을 때 그 끈들이 나를 꽉 잡아줄 것인가. 그럴 것 같지 않다. 내 쪽에서 손에 쥐고 있는 끈을 살짝 놓으면 그걸로 그만일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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