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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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호기심이든 그 무엇이든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원제인 'On Bullshit'만 보면,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Bullshit'이라는 단어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어도, 욕설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말처럼 다채롭게 욕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드물다고 생각한다(외국어를 잘 모르기에). 그런 언어 환경에서 'Bullshit'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눈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소리'라니. 이렇게 고급스런 느낌의 표지에(더군다나 양장본이다) 저런 욕설이 떡 하니 박혀 있다니. '개소리'라는 어감과 표지. 그리고 저자의 첫 문장,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처럼, 요즘처럼 '개소리'가 만연하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책은 우선 재밌다. 'bullshit'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고찰과 함께, 비슷하게 사용되는 다른 어휘들, 예를 들면 거짓말이나 협잡 등의 단어들과의 차이를 설명한다. 'bullshit'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위치를 철학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철학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느 철학책들처럼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 특히나 개소리가 다른 단어들과 달리 현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는다면, 철학을 떠나 사회 현상에 대한 에세이처럼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서를 찾아 볼 엄두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은 번역이 참 좋은 것 같다. '헛소리', '흰소리', 우리 어머니 표현처럼 '쉰소리' 등 많은 소리들이 있음에도 '개소리'라는 단어의 선택은, 비속어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이 책의 'bullshit'에 착 달라 붙는 표현같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쉽고 재밌게 읽은 이유의 90%는 번역 때문이다. 책에서 옮긴이의 말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었다. 옮긴이의 말도 참 좋았다. 책에 대한 내용으로 써 내려 가긴 했지만, 요즘의 사회 현상들에 대한 옮긴이의 생각을 책의 내용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따로 책을 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갖게 했다.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첫 문장처럼,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 만연함에 내가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오디오가 비는 상황을 잘 못 견디는 타입인지라, 개소리가 많았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어머니의 표현대로 '쉰소리 그만해라'를 자주 들었던 걸 보면, 거의 확실하게 나는 그동안 개소리들을 해 온 것 같다. 내 주변에 미안함을 전한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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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병자호란 - 상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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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도 재밌는 책들이 많이 있다. 저자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즘 점점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실감한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역사서가 있었다. 다만 너무 멀지 않은 근현대사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역사 과목이 암기 위주였던 영향이 클 것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은 흥미와 관심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그 시절 그나마 근현대사가 시험 출제도 적었고, 그래서 암기할 부분도 적었다. 그리고 너무 먼 과거보다는 최근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의 27대 왕들을 여전히 외우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오건영님의 저서를 구입했는데, 이 책은 오건영님의 추천 도서 목록에 있어서 알게 되었다. 요즘 만화로 구성된 과학 및 역사책을 즐겨보는 첫째와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 구입했다. 출판사도 내가 좋아하는 창비였기에 구입을 망설이지는 않았다.


  만화로 되어 있어 읽기 편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말이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와 함께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 싶다. 광해군에서 인조로 넘어가는 이야기부터 병자호란 때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질 듯 보인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 읽은 상권에서는 인조반정으로 시작해서 정묘호란과 그 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화여서 읽기가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서가 그렇듯 여러 등장인물과 당쟁들이 등장하는 혼란은 글로 읽으나 만화로 읽으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글의 흐름에서 그런 디테일들을 모두 머리에 담으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옛날 이야기를 듣듯 사건을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흐름과 이야기 자체에 빠져 들게 된다.


  이 시기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훈 선생님의 <남한산성>이 있었고, 동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었다. 둘 다 봤는데, 둘 다 재밌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작품들이 겹쳐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같은 사실에서 소설과 영화, 그리고 이 책이 보여주는, 혹은 말하는 부분들이 조금씩 다른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도 이 책이 주는 재미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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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은유들
페드로 알칼데.멀린 알칼데 지음, 기욤 티오 그림, 주하선 옮김 / 단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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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어려움에도 쉽게 놓지 못하는 장르가 있다. '시'가 그렇고, '철학'도 그렇다. 시도 마찬가지지만 철학에도 은유가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철학'보다는 '은유'라는 단어에 끌렸기 때문이다.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가끔 듣곤 한다. 일부러 관심을 가지기 싫어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눈치와 은유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책 뒤편에 있는 글귀처럼 유명한 철학자들의 24가지 철학 사상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철학의 역사라고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런 것 같은데,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은유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철학자들의 대표 사상에 대해서 다뤄지는 은유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은 '동굴'에 대한 은유를 소개한다. 그 은유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철학 사상들에 비춰 소개하는 형식이다. 


  철학은 함축적인 경우가 많다. 설명을 돕고자 은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은유가 더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역시 난 눈치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어려운 철학 사상을 아주 짧은 글로 소개한다. 그 사상을 하나의 은유에 담고, 그 은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함축적인 사상들을 압축시켜 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에게는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좋은 점은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은유를 적절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듯 한데, 가끔은 매치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림이 좋았다. 내용이 너무 어려운 책이었지만, 한 페이지 가득 자리한 그림들이 매 페이지마다 머리를 좀 맑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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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the Great Goes Undercover (Paperback, New Yearling) Nate the Great (Book) 18
마르크 시몽 그림, 마조리 W. 샤맷 글 / Random House / 197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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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started studying English, but after all the time I spent studying, I thought, "Isn't it too easy?" But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be easy or difficult. Books should be fun. I had forgotten that. There are some children's books that touch my heart. If I don't even approach a book because I think it's for toddlers, I'll never get to know it.


  This book is funny. The series is funny. I've read the second book and I think I'll continue with the series. The sentences are made up of words I recognise, but I don't understand the meaning easily. I'm embarrassed that I thought this book was too easy, even though I came across sentences like that.


  I always wonder if reading English books will improve my English. I don't think I should just read, so I installed a speaking app to help me. Will I get better? I hope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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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김탁환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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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을 쓰기까지 오래 걸린듯 하다. 2월 24일에 다 읽었는데, 가족 여행이 있었고, 연휴가 있었고, 여행과 연휴 후에는 밀린 일이 있었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책은 꼭 읽자 했는데, 바쁘다는 건 핑계고, 의미없는 일들에 마냥 시간만 보냈던 며칠이었던 것 같다.

김탁환 작가님의 이름은 많이 들어왔었다. 주로 역사적 사실들에 배경을 둔 소설을 많이 쓰는 분인 걸로만 알고 있었고,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만남인 셈이다.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닌데,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면서 나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가, 읽는 책의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아는 작가분들의 책들로만 손이 가는 것이다. 소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렸고, 표지의 그림에 끌렸다. 화가 이중섭의 작품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 이 그림! 하면서 본 몇 개의 그림을 그린 화백이며, 아주 아주 유명한 화가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분의 작품이 표지에 있었고, 부제마저 '이중섭의 화양연화'였다. 김탁환 작가님의 이름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제와 제목을 순서를 달리해 읽으면 이 책의 내용이 될 것 같다. 6·25 전쟁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아내와 자식들 마저 처가에 보낸 상황에서 작품에 매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가 본인에게는 가장 힘든 시절일지도 모를 그 시간들을 이 작품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화양연화'로 그리고 있다. 책 뒷 표지에 적힌 글귀처럼, '비운의 천재도, 가족을 절절히 그리워하는 이중섭도 아닌 찬란한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로서 이중섭의 '화양연화' 말이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산지역의 말 사용이 내용과 글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 말의 표현들이 너무도 생생하여 마치 실사 영화나 다큐멘터리로 화가 이중섭을 쫓는 듯 하다. 김탁환 작가님의 노력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감탄마저 일었다. 앞부분에서 등장하는 선장님의 모습이 뒷부분에서 다시 등장하다니, 정말 예상치도 못했을 뿐더러, 화가 이중섭의 삶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소설적인 묘미라고 해야 하나. '와! 이렇게도 풀어낼 수가 있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예술적인 이중섭 외에, 인간적인 이중섭에 효과를 더하는 완벽한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언제부턴가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다시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잡히는 책들에 소설이 많아지는 것일 뿐. 그래도 이렇게 잡힌 소설이 재미있고, 그 소설이 또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뭔가 일타쌍피 한 듯한 기분 좋음이다. 재밌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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