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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김탁환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9월
평점 :
감상문을 쓰기까지 오래 걸린듯 하다. 2월 24일에 다 읽었는데, 가족 여행이 있었고, 연휴가 있었고, 여행과 연휴 후에는 밀린 일이 있었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책은 꼭 읽자 했는데, 바쁘다는 건 핑계고, 의미없는 일들에 마냥 시간만 보냈던 며칠이었던 것 같다.
김탁환 작가님의 이름은 많이 들어왔었다. 주로 역사적 사실들에 배경을 둔 소설을 많이 쓰는 분인 걸로만 알고 있었고,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만남인 셈이다.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닌데,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면서 나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가, 읽는 책의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아는 작가분들의 책들로만 손이 가는 것이다. 소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렸고, 표지의 그림에 끌렸다. 화가 이중섭의 작품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 이 그림! 하면서 본 몇 개의 그림을 그린 화백이며, 아주 아주 유명한 화가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분의 작품이 표지에 있었고, 부제마저 '이중섭의 화양연화'였다. 김탁환 작가님의 이름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제와 제목을 순서를 달리해 읽으면 이 책의 내용이 될 것 같다. 6·25 전쟁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아내와 자식들 마저 처가에 보낸 상황에서 작품에 매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가 본인에게는 가장 힘든 시절일지도 모를 그 시간들을 이 작품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화양연화'로 그리고 있다. 책 뒷 표지에 적힌 글귀처럼, '비운의 천재도, 가족을 절절히 그리워하는 이중섭도 아닌 찬란한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로서 이중섭의 '화양연화' 말이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산지역의 말 사용이 내용과 글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 말의 표현들이 너무도 생생하여 마치 실사 영화나 다큐멘터리로 화가 이중섭을 쫓는 듯 하다. 김탁환 작가님의 노력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감탄마저 일었다. 앞부분에서 등장하는 선장님의 모습이 뒷부분에서 다시 등장하다니, 정말 예상치도 못했을 뿐더러, 화가 이중섭의 삶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소설적인 묘미라고 해야 하나. '와! 이렇게도 풀어낼 수가 있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예술적인 이중섭 외에, 인간적인 이중섭에 효과를 더하는 완벽한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언제부턴가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다시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잡히는 책들에 소설이 많아지는 것일 뿐. 그래도 이렇게 잡힌 소설이 재미있고, 그 소설이 또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뭔가 일타쌍피 한 듯한 기분 좋음이다. 재밌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