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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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上)권에 이어지는 하(下)권이다. 본격적으로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으로 왕권을 차지한 인조는 이괄의 난과 같은 내부의 문제부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외세 침략까지 많은 시련을 겪은 왕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둔 팩션도 많은 부분 작용했겠지만, 왕이라는 위치에서 보여준 인조의 삶이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누군가와 협업을 하면서 거의 늘 을의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늘 나의 어려움이 1차원적이다. 갑의 위치에서도 어려움은 있을 것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우선인 것이다. 그럼에도 인조의 모습에서 올바른 위정자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회사에서도 정치는 존재한다. 드라마(최근에 <협상의 기술>이라는 드라마도 그렇다)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사내 정치까지는 아니겠지만, 부쩍 요즘은 우리 회사에서도 정치적인 부분들이 많이 느껴진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나다. 싫은 것들은 바로 표정으로 들어난다. 생각과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첫 직장은 나와 맞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술을 좋아함에도, 술 마시는 그 회사의 분위기도 싫었다. 그렇게 정치적인 부분들이 덜한 지금 회사에 꽤 오래도록 다니는 중이다. 여기는 좀 덜하다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여기 저기서 사내 정치가 느껴진다. 상사들이 그런 정치적인 부분들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디든 자기의 영달이 최고인 사람들은 존재하고, 자기에게 잘하는 사람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내치기 어려운가 보다. 어딜 가든 다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기심과 이타심, 개인주의에 대해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이타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가끔 마주치는 이기적인 모습들에 조금은 오지랖을 떨어보기도 한다. 이기심의 발현은 누군가에게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문유석 작가님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재밌게 읽었었다. 내용 중에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이 생각났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회사생활을 둘어보게 되고, 개인주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타심의 발현까지는 나도 하기 어렵겠지만,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해 볼만 할 것 같았다.


  병자호란 이후 청으로 끌려갔던 소현세자 부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도 있었다. 소현세자가 인조의 뒤를 이었다면, 조선은 조금 더 빨리 변화했을까. 영화 <2009 로스트 메로리즈>(안중근의 시대보다 더 앞선 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았다)처럼, 소현세자 시대로 돌아가 소현이 왕이 되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걷게 되었을까. 역시 가설이고, 이미 지나간 일일뿐이다. 그런데도 요즘의 상황들을 보면 어지럽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만 조금 편리해 졌을 뿐, 사람들의 의식과 생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소현세자에 대한 가정도 필요없어 보인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변화하는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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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라디오 - 우리는 내내 외로울 것이나 아무튼 시리즈 71
이애월 지음 / 제철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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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어떤 시간에 꼭 맞춰 반드시 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MBC FM4U 주파수인 91.9의 방송을 즐겨 들었다. 김기덕님이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하면서 팝송을 틀어주었던 방송을 기억하고, 이어지는 '정오의 희망곡'과 '두시의 데이트'도 방송 시간 내내 모두 다는 아니고 간헐적으로 들었다. 오전 11시 방송은 프로그램이 자주 바뀌었지만, '정오의 희망곡'이나 '두시의 데이트'는 DJ의 변화만 있었을 뿐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오래 지속되고 있다. 오후 4시 프로그램들과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6시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MBC지만 95.9 채널에서 방송(지금은 91.9로 옮겨온 것 같다)되던 '별이 빛나는 밤에'도 애청 프로그램이었다. 


  이상하게도 오디오가 비어 있는 상황이 어색했다. 학창시절에도 회사에서도 거의 모두 이어폰 혹은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았다. 가요도 팝도 좋았다. 심지어 KBS 클래식 FM이나 같은 채널에서 오후 5시쯤 방송되던 국악 프로그램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저자의 표현대로, 나의 외로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연을 꼭 귀담아 듣지 않아도, 듣게 되는 이야기들에 꼭 공감하지 않아도, 그저 귀에 무언가 들림으로 인해 나의 외로움이 조금 진정이 되고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라디오 작가가 들려주는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디오 방송국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글쓰기, 주변 이야기, 방송국에서 라디오 작가로서의 현실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시절 라디오와의 만남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카세트 테이프 위쪽의 두 구멍을 막아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길 기다려 녹음하던 그 시절. 노래가 시작하는데도 DJ의 멘트가 이어지면 원망했고, 노래가 끝나기 전에 광고가 나오면 그 녹음은 실패했던 그 기억. 반갑고 아련했다.


  TV를 잘 보지 않았기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꽤 나중에야 보게 되었다. 인기가 한창일 때, <무한도전>의 도전 과제는 라디오 DJ였다. 그 방송이 라디오를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도 그렇고 말이다. 뭔가 아련하다는 그 느낌. 운전을 할 때가 아니면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 많이 없는 요즘인데, 이 책을 보면서 라디오에 대한 나의 생각과 <무한도전>에서의 그 느낌이 살아났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30~40분 동안은 거의 매일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얼마 전 배철수 DJ의 사정으로 조우진 배우가 스페셜 DJ를 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CD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MP3가 보편화되던 그 시절에도 CD플레이와 CD를 가지고 다니면서 들었다는 이야기. 나도 그랬다. 편리한 MP3도 좋았지만, CD플레이어에서 MP3로 넘어가는 일을 나는 쉽게 할 수 없었다. 라디오가 그렇다. 언제든 쉽게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현재임에도, 자의가 아닌 선곡들과 이야기로 채워지는 라디오를 떠나기가는 쉽지 않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하고 넓은 음악도 좋고 말이다. 아! 오전에 출근하면서 10~20분 정도 듣는 '오늘 아침' 프로그램. 얼마전(벌써 몇 달이 지났구나) 정지영 아나운서에서 가수 윤상님으로 DJ가 바뀌었는데, 정지영 아나운서 막방분은 다시듣기로 전체를 다 들었다. 나까지 눈물날 뻔 했다. 라디오 그런 것 같다. 이 친근함. 아무튼, 어쨌든, 내게도 '라디오'다. 

트라우마가 있다는 건 마음에 해결되지 못한 슬픔이 있다는 뜻이다. 받지 못한 사과가 있다는 뜻이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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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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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호기심이든 그 무엇이든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원제인 'On Bullshit'만 보면,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Bullshit'이라는 단어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어도, 욕설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말처럼 다채롭게 욕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드물다고 생각한다(외국어를 잘 모르기에). 그런 언어 환경에서 'Bullshit'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눈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소리'라니. 이렇게 고급스런 느낌의 표지에(더군다나 양장본이다) 저런 욕설이 떡 하니 박혀 있다니. '개소리'라는 어감과 표지. 그리고 저자의 첫 문장,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처럼, 요즘처럼 '개소리'가 만연하다고 느껴지는 세상에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책은 우선 재밌다. 'bullshit'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고찰과 함께, 비슷하게 사용되는 다른 어휘들, 예를 들면 거짓말이나 협잡 등의 단어들과의 차이를 설명한다. 'bullshit'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위치를 철학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철학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느 철학책들처럼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 특히나 개소리가 다른 단어들과 달리 현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는다면, 철학을 떠나 사회 현상에 대한 에세이처럼 재밌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원서를 찾아 볼 엄두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은 번역이 참 좋은 것 같다. '헛소리', '흰소리', 우리 어머니 표현처럼 '쉰소리' 등 많은 소리들이 있음에도 '개소리'라는 단어의 선택은, 비속어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이 책의 'bullshit'에 착 달라 붙는 표현같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쉽고 재밌게 읽은 이유의 90%는 번역 때문이다. 책에서 옮긴이의 말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었다. 옮긴이의 말도 참 좋았다. 책에 대한 내용으로 써 내려 가긴 했지만, 요즘의 사회 현상들에 대한 옮긴이의 생각을 책의 내용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따로 책을 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갖게 했다.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첫 문장처럼,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 만연함에 내가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오디오가 비는 상황을 잘 못 견디는 타입인지라, 개소리가 많았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어머니의 표현대로 '쉰소리 그만해라'를 자주 들었던 걸 보면, 거의 확실하게 나는 그동안 개소리들을 해 온 것 같다. 내 주변에 미안함을 전한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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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병자호란 - 상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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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도 재밌는 책들이 많이 있다. 저자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즘 점점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실감한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역사서가 있었다. 다만 너무 멀지 않은 근현대사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역사 과목이 암기 위주였던 영향이 클 것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은 흥미와 관심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그 시절 그나마 근현대사가 시험 출제도 적었고, 그래서 암기할 부분도 적었다. 그리고 너무 먼 과거보다는 최근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의 27대 왕들을 여전히 외우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오건영님의 저서를 구입했는데, 이 책은 오건영님의 추천 도서 목록에 있어서 알게 되었다. 요즘 만화로 구성된 과학 및 역사책을 즐겨보는 첫째와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 구입했다. 출판사도 내가 좋아하는 창비였기에 구입을 망설이지는 않았다.


  만화로 되어 있어 읽기 편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말이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와 함께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 싶다. 광해군에서 인조로 넘어가는 이야기부터 병자호란 때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질 듯 보인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 읽은 상권에서는 인조반정으로 시작해서 정묘호란과 그 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화여서 읽기가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서가 그렇듯 여러 등장인물과 당쟁들이 등장하는 혼란은 글로 읽으나 만화로 읽으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글의 흐름에서 그런 디테일들을 모두 머리에 담으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옛날 이야기를 듣듯 사건을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흐름과 이야기 자체에 빠져 들게 된다.


  이 시기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훈 선생님의 <남한산성>이 있었고, 동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었다. 둘 다 봤는데, 둘 다 재밌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작품들이 겹쳐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같은 사실에서 소설과 영화, 그리고 이 책이 보여주는, 혹은 말하는 부분들이 조금씩 다른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도 이 책이 주는 재미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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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은유들
페드로 알칼데.멀린 알칼데 지음, 기욤 티오 그림, 주하선 옮김 / 단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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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어려움에도 쉽게 놓지 못하는 장르가 있다. '시'가 그렇고, '철학'도 그렇다. 시도 마찬가지지만 철학에도 은유가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철학'보다는 '은유'라는 단어에 끌렸기 때문이다.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가끔 듣곤 한다. 일부러 관심을 가지기 싫어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눈치와 은유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책 뒤편에 있는 글귀처럼 유명한 철학자들의 24가지 철학 사상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철학의 역사라고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런 것 같은데,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은유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철학자들의 대표 사상에 대해서 다뤄지는 은유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은 '동굴'에 대한 은유를 소개한다. 그 은유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철학 사상들에 비춰 소개하는 형식이다. 


  철학은 함축적인 경우가 많다. 설명을 돕고자 은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은유가 더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역시 난 눈치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어려운 철학 사상을 아주 짧은 글로 소개한다. 그 사상을 하나의 은유에 담고, 그 은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함축적인 사상들을 압축시켜 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에게는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좋은 점은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은유를 적절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듯 한데, 가끔은 매치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림이 좋았다. 내용이 너무 어려운 책이었지만, 한 페이지 가득 자리한 그림들이 매 페이지마다 머리를 좀 맑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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