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솜털처럼 (양장) - 해인 수녀가 꼭 전하고 싶은 말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인 수녀님께서 벌써 수도자로 60년, 시인으로 50년이 되셨나 보다. 책 뒤표지에는 '수도자 60년, 시인 50년 이해인 수녀의 스물아홉 가지 마음'이라는 문구가 있다. "제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고 이 말들에 담긴 제 마음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수녀님의 말씀과 함께 말이다.


  이 책은 수녀님의 29가지 말씀과 그 말씀에 어울리는 수녀님의 시들이 담겨 있다. 처음엔 그저 표지 사진의 정갈함과 함께 수녀님의 글이 읽고 싶어 책을 펼쳤다. 수녀님의 글은 언제나 차분하고 정적이다. 마음이 들떠 있거나 뭔가 정신이 산만할 때, 수녀님의 글을 읽으면 내 마음도 차분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나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고 있다. 신앙심이 두텁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처치맨(church man)처럼 매주 교회에 열심히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주일 성수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믿음을 의심하거나 그 믿음에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지금은 함께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다. 그런데 나의 믿음을, 그 믿음을 올곧게 전할 수 있는 곳을 내가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그러다 가톨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 요즘이다. 그런 생각의 기저에 이해인 수녀님과 수녀님의 글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생각뿐이다.


  책을 읽다가 여러 군데에 밑줄을 치며 옮겨 적었다. 그러다 기도를 잘 하지 않는 나의 현재를 반성하며 수녀님의 시를 다시 옮겨 본다. 아주 조만간 다시 수녀님의 글을 다시 찾을 것 같다.



「끝기도」

                           이해인


하느님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순간마다

인내하고

순간마다

용서하는

하루의

길 위에서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고

제가 저를 조금만

다독여주어도

괜찮겠지요?

살아갈수록

나이 들수록


제가 드릴 말씀은

왜 이리

가난한가요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변함없이 깨어 살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시가 안 써진다고 억지로 짜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글자들을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가슴에 안기는 글자들이 생기게 돼요. 내가 쓰지 않으면 외로울 글자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내 생활을 꾸미지 않는, 정직한 글을 쓰기 위해 글자를 사랑합니다. - P36

"오늘은 어제 내가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내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이다"라는 말이 있죠.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 말을 분별없이 막 하게 되면 자신의 인격이 깎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P99

싫어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네가 싫다

미워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네가 밉다

절대로 용서 못해
하고 누군가에게
네가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우리를 아프고
병들게 하는 그런 말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아프고 병들어보니
제일 후회되는 그런 말
우리 다신 하지 말자
고운 말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잖니

화가 나도 이왕이면
고운 말로 사랑하는 법을
우리 다시 배우자

「어떤 고백」 - P100

말은 전혀 안 해도
따스한 사랑의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있고

사랑의 말을 많이 해도
사랑과는 거리가 먼 냉랭함이
전해지는 사람이 있지

말과 침묵이
균형을 이루려면
얼마나 오래
덕을 닦아야 할지

침묵을 잘 지킨다고
너무 빨리 감탄할 일도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너무 많이 감탄할 일도 아닌 것 같아
판단은 보류하고
그냥 깊이 생각해보자
사랑 있음과 사랑 없음의
그 미묘한 차이를

「말과 침묵」 - P102

손님 아닌 주인으로 당신을 맞을 마음의 방에
어서 불을 켜게 하소서.
돌처럼 딱딱한 마음 대신
아기의 살결처럼 부드러운 마음으로 당신을 보게 하시고
욕심으로 번쩍이는 어른 옷 대신
티 없이 천진한 아기 옷을 입고 기도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주의 말은 찬미의 말로 바뀌고
불평의 말은 감사의 말로 바뀌게 하소서.
절망은 희망으로 일어서고
분열은 일치와 평화의 옷을 입으며
하찮고 진부하게 느껴지던 일상사가
아름답고 새로운 노래로 피어나게 하소서.

「구유 앞에서」 - P106

화내고 싶을 때 한 번 참는 것, 그것을 작은 죽음이라고 한다면 그 작은 죽음부터 연습해야겠죠. 그렇게 해야 진짜 큰 죽음이 왔을 때 잘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P129

하느님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순간마다
인내하고
순간마다
용서하는
하루의
길 위에서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고
제가 저를 조금만
다독여주어도
괜찮겠지요?
살아갈수록
나이 들수록

제가 드릴 말씀은
왜 이리
가난한가요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변함없이 깨어 살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끝기도」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