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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마지막 잔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신간이 나오면 그냥 무턱대고 사는 작가가 있다. 내게도 몇분 계신데, 그 중 한 분이 '하루키'다. 20대 시절에 <상실의 시대>를 읽은 사람들에게 '하루키'는 아마도 그냥 작가는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렇다고 전작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상실의 시대>를 읽었던 나의 20대 끝자락 이후에 출간된 책들은 아마도 거의 다 읽어 보지 않았을까.
이 책 역시 새로운 신간인줄 알았는데, 1982년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린 안자이 미즈마루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재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처음 접하는 책이기에, 신간이라는 느낌으로 읽었다. 단편이고 그림도 섞여 있어 짧은 시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책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용이 길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 위해 잔디 깎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장거리 연애 중이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돈을 모을 필요가 없어진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한다. 줄거리의 끝이다. 마지막으로 잔디를 깎는 집의 주인이 좀 색다르긴 하지만, 별반 새로울 것은 없다. 내용의 배경으로 음악이 등장하고 술(위스키)이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하루키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심리적인 부분들에서 내가 뭔가 공감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진 못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과 겪어 본 경험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공감하지 못했다. 20대에 읽었다면 뭔가 달랐을까. 책과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읽는 내내, '그래서?', '그래서?' 하는 생각 뿐이었달까. 너무나도 현실감이 세세한 요즘을 견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아니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하루키 책이 몇 권 더 있다. 소설보다는 오히려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