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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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인줄 알았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기막히게 이어진다. 이상한 것은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임에도, 높은 몰입으로 단숨에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게 함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서는 무엇을 써야할지, 펜을 들고서도 아무것도 쉽게 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이다. 이런 당혹감.


 꼭 화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세 이야기의 공통 분모가 영혜임에도 그녀의 목소리로 이어나가는 소설은 아니다. 영혜의 일이 주변 사람들의 시각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소설 속에서 아내로, 처제로, 동생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을 것만 같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


 채식을 시작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조경란 님의 <혀>를 생각나게 한다. 식욕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탐미적인 미각의 향연과는 반대되는 느낌의 절제가 있었던 소설이 끝나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의 욕망 분출이 앞섰던 형부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욕망을 현실에 묻어둔채 현실을 살아가는, 언니의 이야기로 소설은 끝이 난다.


 여전히 난 알지 못한다. 나를 소설 속으로 끌여들였던 그 몰입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의 종류를,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내 안의 포악함과 잔인함이, 욕망이, 현실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정작 영혜를 괴롭혔던, 그런 것들이 영혜의 입장이 아닌, 영혜를 바라봤던 남편, 형부, 언니 등의 시선으로 그녀를 함께 괴롭히며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당혹감은 그런 이유에서 였을까?


 좋은 소설이면서, 나를 아프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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