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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으로 배우는 통계학 교과서 - 2판 ㅣ 파이썬으로 배우는 교과서
바바 신야 지음, 윤웅식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무언가를 배우는 데 더딘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를 배우는 게 좋다. 파이썬을 써 보는 중이다. 즉, 배워가는 중이다. 파이썬은 재미있다. 그렇다고 코딩을 하며 프로그램을 돌리는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만든 코드가 작동하며 결과가 나오는 모습을 보는 일이 재밌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경제 모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통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파이썬은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내가 파이썬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그 다양함 속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파이썬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은 매우 더딘 편일 것이다.
이 책의 서평단에 참여하게 된 동기 역시 파이썬이 크다. 책 제목에 파이썬만 들어가면, 우선은 눈길부터 가는 요즘이다. 그 정도로 파이썬은 지금 내 관심의 한 가운데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분야의 책은, 콕 찍어 말한다면, 좀 다르긴 하다. 그렇다고 통계학이랑 경제학이랑 전혀 다른 분야는 아니다. 경제학 중에서도 계량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고, 계량경제학의 기본은 통계학이다. 통계학을 모르면 계량경제학을 할 수 없고, 계량경제학을 할 수 없으면, 내가 좋아하는 경제 분석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처음 학부에서 계량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의 충격은 정말 경제학을 전공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경제학과는 보통 고등학교의 문과생들이 진학한다. 그런데 통계학이라니...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은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아졌고, 단순히 이론과 실습을 분리해서 배우던 때와는 많이 다른 환경이라 두려움이 먼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계량경제학이나 통계학일 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너무 잘 나온 책이다. 우선 이론과 실습을 함께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통계학이든 계량경제학이든 이론만 배울 때는 무겁기 한이 없다. 조금만 수식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되어 있다. 이 책은 이론도 쉽게 설명하지만, 그 이론들을 직접 실습하면서 실제 데이터로 이론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너무 좋은 구성이다.
그리고 이론의 설명도 길고 장황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간결한 건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좋았다. 너무 길게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헷갈릴 수 있다.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짧게 짧게 읽어 나가면서 실습 부분을 길게 가져간 것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집중력을 높이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이 책의 구성이다. '통계학 교과서'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통계학의 기초는 물론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모형의 기초적인 설명, 분석 방법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끝부분에는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머신러닝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맛을 보여주면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번역서 임을 감안해도 다소 어색한 표현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그러한 표현들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아 흐름이 가끔 끊기곤 했다. 예를 들면, '이는 모집단이 완전히 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와 같은 문장은 몇 번을 앞 뒤 문장들과 견주어 읽어 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완전히 분명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 통계학 책이기에 통계 관련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글로 비교적 의미가 잘 전달되게 번역이 잘 되어 있지만, 영문 병기가 대부분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통계학 책에서는 같은 의미의 용어를 다르게 번역할 경우 번역 용어만 가지고는 두 개의 용어가 같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문 표기가 용어들마다 되어 있었더라면, 나중에 다른 책을 보더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장점에 비하면 단점은 그저 소소할 뿐이다. 통계학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봤었던 통계학 책들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