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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
세마르탱 라보르드.델핀 파팽.프란체스카 파토리 지음, 양영란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평점 :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역사나 지리 같은 과목이 재미가 없었더랬다. 아마도 암기과목이 주는 암기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지리나 역사 같은 것들이 재밌게 다가온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자주 본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행은 내가 학창시절 그렇게나 싫어했던 지리와 역사가 함께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지리와 역사가 좋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도 이걸 알았더라면, 조금은 재밌게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알라딘 서점에서 북펀드로 진행된 책이다. 가끔 평소에 읽어 보고 싶었던 책(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이나, 읽어보기에는 너무나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책장에만 꽂아둬도 멋있어 보이는 책(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들이 북펀드로 진행된다. 이 책은 알고 있던 책은 아니었지만, 후자의 느낌을 주는 책이기에, 그리고 또한 점점 재밌어지는 지리와 관련된 책이기에 북펀드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방에 세계지도를 붙여 두었거나 지구본 하나쯤은 갖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나의 아이들이 당장의 현실보다는 넓은 생각을 갖길 바라면서 함께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데이터를 만지는 일을 하고 있다. 숫자들로 이루어진 자료를 분석하여 결과를 설명하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그래프를 자주 접하고 있으며, 나 또한 그래프를 다양하게 많이 그린다. 그래프의 장점은 글이나 숫자보다도 명확하게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지도도 그런 면에서 같은 시각적 효과를 준다. 대단한 발명품이다. 이 책은 그동안 익히 봐왔던 지도와는 다른 느낌의 지도들이 들어 있다. 매 페이지마다 두 개의 반구 형태로 세계지도를 그려 두었고, 그 지도들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특히 기후나 환경에 대한 지도들이 많은 울림을 주었다. 기후, 환경, 인구 등에 대해서 매일 어딘선가 한번쯤은 듣게 되는 것 같은데, 특별히 현실적인 느낌은 없이 일상이 되어 버린 듯 하다. 그만큼 심각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도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한 눈에 보게 되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일상이 무서운 현실로 변하는 느낌이다.
다만 책에 대한 아쉬움도 있긴 하다. 가장 크게 아쉬웠던 점은 양쪽 페이지에 반구 하나씩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가운데 접히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정말 사정없이 펼치지 않는다면 접히는 부분을 세세하게 볼 수 없다. 이런 불편함은 이 책의 지도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지도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금은 짧은 듯한 느낌이다. 관련된 이야기들이 조금 더 풍부하게 담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지도가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 이 책은 이야기보다는 지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올 겨울은 두꺼운 패딩을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았다. 3월에도 낮에는 2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간 날들이 있었던 것 같다. 4월 초인데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이상하게 춥거나, 미세먼지가 너무 안 좋거나, 갑자기 눈이 오기도 한다. 이런 생활들이 일상이 되어 하루 하루 그냥 살아가는 무던함을 이 책을 보며 반성한다. 나와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 보게 될 지도는 어떤 것들이 담길 것인가. 그래서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