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유명한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책일 것이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어린 왕자>는 초등학교 때 이다. 정확하게 학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할거야.' 라는 구절로 <어린 왕자>는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시절에 책을 다 읽고서 저 문구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필독서 목록에 꼭 포함되는 책이었기에 유명했고, 그 유명한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모자처럼 보이는 보아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읽으려고 몇 번은 시도 했었던 것 같다.


  그 후의 기억도 다른 시도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포기. 그러다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려웠던 것 같다.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도대체 이 책이 왜 초등학생 필독서야!' 라는 평가와 느낌이다.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서 이해하고 뭔가를 느낀다는 말이지? 내가 모자란 걸까?' 라는 불평이 이 책에 대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책을 사 둔 것도 꽤 오래 전이다. 영어 공부와 필사를 같이 하기 위해 먼저 영문판을 읽으며 필사했다. 한글판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하물며 영문판이라니. 그러면서 영문판의 번역본을 찾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점이라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고, 초등학생 필독서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읽은 천선란 작가의 에세이에서, 작가님도 이 책을 성인이 되어서 읽었다고 했다. 많이 울었다고도 했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같은 책에 대해 모두가 같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어린 시절 도전했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기를 바라고 기대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어린 왕자>는 어려운 책이다. 이미 세속에 찌든 어른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구에 도착하기 전 어린 왕자가 만났던 사람들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마음이 닫혀버린, 그런 어른들 말이다.


  언제 다시 이 책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이들과 같이 보면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어려운 책을 아이들에게 권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기에, 나와는 달리 이 책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과 영문판 모두 책장에 꽂아 두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음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의 별을 다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려고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 P85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 P98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닭들을 사냥하고 사람들은 나를 사냥하지. 닭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사람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난 좀 따분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이 드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다른 모든 발소리와는 다른 한 가지 발소리를 분간할 수 있게 될 거야. 다른 발소리를 들으면 난 얼른 굴 속으로 들어가겠지. 그렇지만 네 발소리를 들으면 마치 음악 소리를 들은 듯이 굴 밖으로 뛰쳐나올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을 보아도 머리에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너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멋질 거야! 금빛으로 무르익은 밀을 보면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럼 난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야……" - P100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난 벌써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겠지! - P101

어떤 날이 다른 날들과, 어떤 시간이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게 의식이야. - P102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P105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 - P106

만약 어느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쳐다보는 기분이 말할 수 없이 달콤할 거야. - P1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