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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평점 :
독서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일까,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가 나왔을 때,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책이었다. 클릭은 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미리보기로 몇 장만 들춰보다가 창을 닫았다. 그림체도 나쁘지 않았고, 제목이 주는 이끌림도 있었는데, 왜 바로 창을 닫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에 북유투버(겨울님)의 채널에서 이 책이 소개되는 걸 봤다. 내용 중간 중간 어, 어, 하면서 어느 순간 책을 주문했다. 겨울님만큼 독서력이 높지 않기에, 유투브 내용만큼의 공감과 재미는 아니었지만, 다른 종류로 나에게도 큰 재미와 공감을 준 책이다. 간만에 만난 재밌는 책이라는 이야기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 큰 서사 안에 자잘자잘하게 책들이 소개되는 형식인데, 그 자잘자잘함이 좋다. 대부분이 내가 모르는 책들이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책 내용 중에도 등장하지만 얼마든지 읽지 않고서도 아는체, 아니 웃을 수 있다. 책 뒷표지의 문구처럼 B급 감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인문학 대잔치다. 다만 큰 서사의 마지막이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 역시 만화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허용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와 같으면 이어서 바로 2권을 읽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미루고 미루었던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책을 보지 않으려 했는데, 이 책도 주문만 해 두려고 한건데, 비닐 포장을 벗기지 말았어야 했다. 첫 페이지만 잠깐 볼까, 하는 마음부터 지웠어야 했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 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 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을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얼룩말처럼 살다가 어머니인 대지의 품에 안겨서 잠든다. 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번의 자기반성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자가 지금까지의 얼룩말 잡아먹기를 반성하고 남은 생을 풀만 뜯어 먹으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하지 않는 것처럼.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 <책과 세계>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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