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창조 -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새로운 한국 경제학 강의
김세직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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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었고, 아직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석사 때는 논문을 쓰기 위해 계량적으로 분석을 잘 하는 것이 제일 멋진 일이고, 경제학을 잘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를 이해하고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더 멋져 보였다. 그게 더 경제를 공부한 전문가처럼 보이게 하는 것 같다(그런 면에서 나는 전문가와는 한~~참 동 떨어져 있다). 나는 주로 데이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돌려 수치를 뽑아낸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무언가를 주장할 때 아무것도 없이 짐작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예전에 이게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착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착각이 대단히 잘못된 것인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경제성장에 관한 책이다. 단기 성장보다는 장기 성장과 관련된 경제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면서 경제학 관련 보다는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읽는 나이지만, 최근에 읽은 경제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인것 같다(이 전에 읽은 경제학 관련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예전(아주 오랜전인것 같다)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생각났다. 경제사의 흐름에서, 유명하면서도 경제학에 큰 이론들을 세운 경제학자와 그들의 이론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크홀츠의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아담스미스, 맬서스, 리카르도 등의 경제학자와 경제 이론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학원론을 공부하다 보면,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파이가 커질수록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게 많아서는 아니고, 갖고 싶은 것이 더 많아서 인것 같다. 이 책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성장에 관한 솔로우, 루카스 모형 등이 등장하고, 특히 내생적 성장이론에서 인적자본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경제학, 이론.... 뭐 이런 단어들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신문에 사설로 실렸던 김세직 교수님의 글을 보고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교수님은 5년마다 1%p씩 하락하는 장기 성장률 하락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장기 성장률이 0%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모방 경제로 인해 고도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 단계가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모방 경제로 인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이 5년 1%p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창조적 인재들을 키워 인적자본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 말한 '제안'이란 이런 것이다. 경제학에서 실증분석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모형을 세우고, 데이터를 이용해 모형을 검증한다. 모형 분석은 결국 모수의 추정인데, 이 부분은 대부분 간단하게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있다(물론 데이터 작업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모수의 추정보다 모수가 경제에서 무엇을 설명하는가, 이다. 내용 중에서도 '무엇'과 '어떻게'가 등장하는데, '창조'는 '무엇'에 가까울 것 같다. 교수님도 유학생활에서 이야기 하셨듯이, 논문 자격 심사까지 한국 학생들이 앞설 수 있는 까닭이 '무엇'보다는 '어떻게'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프로그램으로 모형을 추정하는 것이 강점일 수 있지만, 무엇을 모형화 할 것인지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왜 이렇게 공감이 갔을까ㅜㅜ).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라서 교수님 강의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교수님 강의를 직접 들은 동료와 최근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꽤 오래전부터 책의 내용을 강의에서 해 오셨다고 한다(물론 책에서도 알 수 있다). 난 항상 이렇게 늦다. 파이가 커지길 원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성장률이 꽤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최근에서야 이 책을 만나서 조금은 아쉽다. 그동안 모방에 그쳐있었던 것도 반성을 한다. 무엇을 어떻게 막 바꿔야 겠다는 생각이 막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어떻게' 보다는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씩 바꾸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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