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오버 - 국가, 기업에 이어 AI는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조용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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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문자와 긴 글을 읽어내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고 발휘하기 보다는

언젠가부터 시각적 콘텐츠들에 물들어서 편의와 강한 자극에만 반응한다.

전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부유해지고, 더 좋은 교육을 받는 등

인간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그와 관련한 발명들이 꼭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줬다고 말하기에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무서운 것은 그 영향력이 매우 '비강압적'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며 자기 생각이라고 느끼게 한다는 데에 있다.

자율적인 자연질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는 시스템을 갖춘

지금을 우리는 '인류세'라고 칭하곤 한다.

그 인류세의 두드러진 특징이 '의식없음 mindlessness' 이라고 볼 때

실로 지금 이 시대는 스스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저자인 데이비드 런시먼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인류세가 아니라 사실은 '기계세'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기계세'라는 어휘를 접했을 때의 그 낯섦에 선뜻 개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읽어가면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미 우리가 기계세에 살고 있다며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에 설득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 세상에 침투하여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다움 상실을 우려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위기의식이야

이미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사실이지만

국가나 기업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인식은 사실 너무 가까이에서

혜택이라고 믿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의 동시대인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현재 인간다움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공지능이 으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핸드오버>의 저자는 이 책의 주제로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책 제목이 "핸드오버(Hand Over)"인 것을 대략 미루어 짐작해 보면

여기서 저기로 옮겨갔다는 것인데

읽다 보면 인간을 통제하는 그 중심축이 이동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인공지능으로 이동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무엇에서 이동했다는 것인지,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간의 삶을 통제하는 그 중심에 무엇이 있다는 것인지

목차를 보면 '국가'가 눈에 들어온다.

3장 제목 '인간보다 오래 사는 대리인들'은 바로 국가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며

책 전반에 걸쳐서 국가의 기능과 정체를 다각도로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주 섬뜩함을 느끼곤 한다.

현대의 국가와 기업이 복제 가능하다니!


 

기계세와 국가&기업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는

토마스 홉스의 저서 <리바이어던(1651)>에서 언급했던

'자동기계' 즉 국가를 지칭하는 말에서부터 풀어가야할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저자가 힘주어 쓰는 부분이 어디인지 이제는 대략 보인다.

우선 목차를 훑어보고 서문과 첫 장, 그리고 나가는 글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그 첫 장에서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 정의했던 국가와

현대의 국가 개념을 절묘하게 엮어서 풀어가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국가들을 만들었고 물론 성공도 했다.

그러나 이 기계들이 이제는 너무 강력해져서 확실하게 인간의 통제 아래에

둘 수 있다고 보장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것 같은데

되려 인간의 삶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개개인의 집단정신이 모여 집단체가 되었고 집단적 힘은 지녔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인간보다 국가에 더 큰 의사결정권이 쥐어져 있다면

국가가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을 제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인간을 파괴할 능력도 가지고 있는 국가는

과연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단순히 실행만 하는 기계일까?

이런 모든 가능성들을 끌어올린 저자는 그래서 국가와 기업을 괴물이라고 표현했고

바로 그 괴물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강대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이라고 분명하게 지목하고 있다.

영국, 미국, 인도, 중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인도의 다국적 기업 타타,

바이두, 아마존,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등등.

AI로 대표되는 생각하는 기계와 국가&기업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부터 멜서스의 덫을 거쳐

현대사회의 중요한 길목마다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변화를 주도했던

주요 국가와 기업들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탐구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책이 바로 <핸드오버>이다.

"국가, 기업, 로봇" 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중심으로 이 책을 펴낸 데이비드 런시먼은

국가를 '인공 인격'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일을 더 오래, 더 조직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보았으며 국가와 기업은 스스로 생각할 순 없지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오래 기능할 수 있는 인공 대리인으로서

앞으로도 권력, 지속성, 복제가능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도 전망하고 있다.

설상가상 국가와 기업같은 인공 인격을 인간화하는 과정도 진행중인데

이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국가나 기업을 비롯해서 우리의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온갖 비인격적인 시스템에 속하는

관료제, 시장, 자본주의, 가부장제들을 가리켜 인간이 만든 사회적 기계들이라 칭한다.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중 일부를 구성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쩌면 이런 인위적인 메커니즘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적 상태라고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진지하고 통렬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통제의 중심이 인간 주도의 의사결정 시대가 아니라

현대의 괴물과 기계가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현재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분명 이전과 비교할 때 거대한 인공 생명체(국가와 기업, 그리고 AI까지)가

우리를 압도하는 지금 이 세상은 충분히 이상하다.

이런 문제점을 감지하고 스스로 식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핸드오버>가 각성시켜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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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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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주는 편안함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어디 편안함만을 추구하던가!

나만의 특별한 공간을 탐색하고 반복적으로 나의 흔적을 남기면서

점점 나의 공간으로 점유해가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본능, 내지는 욕망의 다른 이름일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 고요히 잠들어 있는 그러한 욕망을

간질간질하게 자극시켜 주는, 머물고 싶은 공간이 책 한 권 안에

다 담겨 있다면 이거 펼쳐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의 인생 카페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요즘 일본여행이 완전 트렌드가 되어버린 때에

도쿄에 있는 빈티지 카페만 돌아다니는 컨셉으로 한다면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된다.

특히 카페 덕후에게는 이만한 일본여행 필독서도 없다!

맛, 멋, 감성을 모두 사로잡은 도쿄의 빈티지 카페 75곳을 소개해주는 <도쿄 카페 멋집>​.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가 펴낸 북폴리오의 신간이다.

 

@toranocoku 계정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이 보고 상상해온 꿈의 음식과 디저트들을 가상의 카페에 담아낸다.

공상찻집 도라노코쿠는 개성이 돋보이는 카페를 소개하거나

커피와 음료, 디저트 등 카페 메뉴 레시피를 공유하며

현재 약 19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카페를 찾는 이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빈티지 카페 75곳에서 왠만하면

만날 수 있게끔 도쿄에 있는 특별한 카페들을 엄선,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2023년 4월 기준 정보이니 우리가 제주도여행 하듯,

실제로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SNS나 직접 유선상 문의를 해 보기를 권한다.

카페 정보마다 주소, 전화번호, 영업 시간, 휴무일, 홈페이지나 SNS,

예약 가능 여부와 찾아가는 법이 기록되어 있으니!

도쿄 현지 로컬이 인정하고 자기들만 알고 싶은 빈티지 카페 75곳은

아기자기한 동화, 앤티크, 아지트, 찻집, 클래식, 레트로 라는 6가지 컨셉으로

다양하게 취향에 따라 카페놀이하는 재미도 있다.

그 중에서 나의 취향을 자극하는 도쿄 카페 멋집들을 컨셉별로 하나씩 골라 보았다.

당신의 카페 취향은 어떠한가?^^

 

 

<책을 벗삼아 지혜롭게>라는 블로그 제목과 별명처럼 책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못지 않게 좋아지는 것이 또한 내게는 자연이다.

넘기다가 여기서 곧바로 멈춰버렸다.

'큰 나무' 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 레 그랑 자르부르.... 트리 하우스로 꾸며진 보타니컬 카페이다.

카페마다 각각의 맛, 멋, 감성이 살아있는 도쿄 카페 멋집들 중에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동화 속 카페 컨셉을 지닌 빈티지 카페였다.

나의 진짜 트리 하우스를 만들 수 없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 내 흔적을 남겨두는 것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빈티지 카페에 등수를 매기는 건 의미없다.

기준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니까.

푸르디 푸른 식물들이 감싸고 있는 이 공간이 그래서 내게는 1등이다.

자연처럼 왠지 고요할 것 같고, 그래서 기분좋은 적적함을 만끽하며

책 한 권 감성돋게 읽고 오기 좋을 것만 같은 도쿄 카페 멋집.

물론 현실은 또 직접 가봐야 알겠지만

상상 속에서 다녀오는 게 돈이 든다거나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까

상상은 자유.^^

 

1960년대에 만들어진 활판 인쇄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활판 인쇄를 다루는 워크숍도 열리는 레터프레스 레터스에서는

레트로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이야말로 공간을 소비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한쪽 벽면 전체를 활판 인쇄 도구들로 채우고 있고

목제 알파벳 활자들까지 견학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만의 유니크함이 아닐 수 없다.

스튜디오 견학은 예약 필수!

 

 

카페 덕후들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를 새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카페보다는 사실 자그마한 동네 책방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카페에서 책방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공통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문을 열면 펼쳐지는 특별하고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는 것!

집과는 또 다른 편안함과 거기에 설레임까지 안겨주는 빈티지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기며 공간을 소비하는 멋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도.

거기에 가는 곳마다 훔치고 싶은 디테일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카페놀이...^^

세상 아름다운 물건들은 다 모여 있을 도쿄 카페 멋집 투어.

이 책만 정복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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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지금의 안부 (스프링) - 당신의 한 주를 보듬는 친필 시화 달력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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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는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즌이 되고 보니

연말선물 추천글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먹을 것도 좋고 겨울을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마음과 정서를 보듬어 주는 이런 시화 달력은 더 좋지~~~!

 

발표하는 책마다 포근하고도 편안한 시 선물을 전했던 나태주 시인이

이번에는 책이 아니라 달력을 선물한다.

북폴리오의 신간으로 나온 <나태주, 지금의 안부>는 언제나 쓸 수 있는 만년 주간달력으로

매주 하나의 시를 나태주 시인의 친필 시화로 만날 수 있다.

52주간 일주일에 한 편씩 나태주 시인의 손 글씨로

아름다운 시를 접할 수 있으니 친근감은 두 배!!!

거기에 선명한 색채까지 더해진 그림과 필명까지 더해져서

하나의 회화 작품을 만나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책상달력 하나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듯~^^



윗 상자를 열면 2024년 열 두달이 다 적혀 있는 달력 포스터가 보이고

그 아래에 풍성한 구성품들이 한 보따리다.

"당신의 모든 날에 안부를 전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친필 시화를 모티브로 7장의 엽서에 그래픽 시화도 담았다.

지인들에게 한 장씩 연말 안부인사를 전하면서 선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꿀팁인데 ...

하얀 벽면 한 켠에 엽서들을 자신만의 구성으로 붙여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롯이 나만의 갤러리가 된다.

우표 모양 안에 시인의 그림과 엄선한 문구들이 담겨있는 스티커

함께 들어 있는 나의 안부노트를 멋지게 꾸미는 것으로 활용해도 좋다.

나의 안부노트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필사해도 좋고 주간일기를 남겨도 좋다.

벌써 77주째 블로그에 주간일기를 기록하는 나처럼.

52주로 구성된 만년 주간달력 속 나태주 시인의 손글씨와 그림이 너무 정겹다.

이미 발표된 시로만 구성한 것이 아니라 미공개 신작 시가 14편 수록되어 있어서

나태주 시인의 best poem 모음집이라도 해도 좋겠다.

두꺼운 종이로 되어 있어서 오래 소장하기에도 좋은 탁상 시화집이다.

해가 거듭되더라도 집안 어디든 늘 옆에 두고 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더하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두고 두고 곁에서 볼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의 만년달력,

<나태주, 지금의 안부>.

내게 선물해도 좋고, 연말선물로도 강추!

시를 즐기는 팁 하나 투척한다면...

아끼는 노트에 좋아하는 시 한 편 골라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필사를 해보는 것이다.

시에 집중하는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 마음에 머물 수 있고

그 곳은 평온함만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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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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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로부터 시작된 21세기북스의 인문교양 시리즈로

나의 관심사들이 골고루 구성되어 있어서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는 책들도 족히 대 여섯권 가량 된다.

이번에 서가명강 서포터즈가 되어서 만난 첫 책은

환경문제를 다룬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이다.

벌써 34권 째 출간되었다.

서울대 교수들의 강의이다 보니 다른 교양서들에 비해서

과학적인 데이터가 많고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 낯선 용어들을 많이 접하게 되다 보니

더더욱 필사가 필요한 시리즈인데

이 책은 그동안 만났던 서가명강 시리즈에 비해서 비교적 술술 읽혔다.

아마도 식량 문제라는 것이 우리 삶에 가장 현실적인 이슈인 관계로

나랑 동떨어진 이야기로 읽히지 않기 때문인 듯 싶다.

가독성이 좋은 점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강조하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들을 교수님이 친절하게 반복 설명을 해주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식량 위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주니 독서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국내 최고 기후 전문가로 통하는 남재철 교수는

기상청장을 역임했고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기상 담당 연구원이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기상과 기후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이다.

'농림기상학' 이라는 학문으로 전문 분야인 농업과 기상을 결합하여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을 하나 하나 짚어내고

4부에 걸쳐 독자앞에 펼쳐 보인다.

'농림기상학' 은 농업 및 산림 자원의 생산성과 관련된 기상 요인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현대 사회가 당면한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해결책들을 창출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산림 자원을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자연의 법칙은 기후를 결정하고

그러한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삶의 매커니즘을 구축해 왔다.

그렇게 지속가능한 생존이 되도록 했는데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식량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핵심은

바로 기후 변화에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의 시작은 통상적으로 1760년부터 1840년 사이로 언급 되어지는 산업혁명이다.

인류는 생존을 넘어서 탐욕으로 점철된 역사 위에 있다.

사회, 경제적 요인이 이와 뒤섞여 에너지를 낭비함으로써

지구 시스템을 크나큰 부담을 주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갑작스럽고 큰 폭으로 변화했다.

인구수가 증가했고 에너지와 물 사용 등 그 변동 추세가 속도를 늦추기는 커녕

오히려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자원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심지어 자연의 법칙들을 무리하게 거스르려 하고 있다.

욕망 추구라는 인간의 본능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려고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을 통해 일부는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산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화석연료의 사용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협정을 통해 다같이 기후 위기를 극복해보자고 모인 나라들이 대부분

지구상에서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하여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실천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더딘 점도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소지가 많아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후변화 문제는 여러 이유로 불편한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Question 1.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를 겪으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가?

Question 2. 빙하가 녹으면 고대 바이러스가 또 활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까?

Question 3.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후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Question 4.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탈세계화 흐름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식량 안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Question 5. 과연 기후 변화가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Question 6.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면, 

새로운 생물종이 자연스럽게 새로 태어날 수도 있을까?

Question 7. 왜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가?

Question 8. 플라스틱 사용 제한이 실질적으로 기후 변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가?

Question 9.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의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와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하여 더 이상 행동을 늦출 수 없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위 9개의 질문들은 바로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제시된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의 상관관계였다!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라는 이 둘의 연관성은 사실

누구나 대략 짐작하기에 그리 난해한 연결고리는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한없이 막연해지기 마련이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 남재철 교수는

지금처럼 식량 잉여 시대에 변화 없이 풍요만을 추구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식량 부족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실 그 경고는 자연이 이미 인간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지구는 1960년부터 2020년 사이 특히 기온이 엄청 올랐고

선진국들이 위치한 북반구에서 특히 크게 올랐다.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현대 사회는 활발한 산업활동으로 인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를 키우고 있고 그로 인해 지구는 기온이 증가하며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힘 없는 작은 섬들은 하나둘씩 무인도화 되고 있고

빙하가 줄면서 그 영향으로 가뭄과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막화로 번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뚜렷했던 4계절의 변화가 점점 모호해 지고 있으며 


폭염과 열대야도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기후 문제' 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기후 위기' 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최근 이러한 기후 변화들이 광범위하고 빠르며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수천년 혹은 수십만년 동안 전례없던 수준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위기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모든 변화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종족이 문제이다.

날씨는 변해야 하는 게 맞고, 기후는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다.

사람의 기분은 짧은 시간에 시시각각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의 성격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경험과 환경의 결과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한다면 누구나 그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리아 난민, 2022년 이른 봄 꿀벌 실종 사건 등이 바로

변하지 말아야 할 기후가 변함으로써

인간 사회에 위험 신호를 보낸 심각한 문제들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경우 인간 종족과는 다른 생태 환경을 가진 종들이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로 인해 그들의 영역으로부터 밀려나게 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간 세상에 침투했다.

이는 결국 인간의 탐욕이 빚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고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리아 난민은 기후 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2010년 경에 중동지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것을 가리켜 '아랍의 봄' 이라고 부른다.

이는 시리아 내전과 난민을 발생시킨 이슈였는데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가보니 사실 기후 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지구촌의 식량에 있어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곡물들, 


즉 옥수수, 밀, 콩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경우

이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위로 권력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곤 한다.

2007~2008년에 걸쳐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는데

국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기에 이른다.

밀을 생산하는 곳에서도 식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수출을 중단하게 되었고

밀 수입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사회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폭동으로 이어졌고 정권이 무너지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2010년에 또 다시 발생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4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2010년 대가뭄이 들면서 과거와 똑같은 과정이 반복, 증폭되었다.

밀을 주식으로 사용하는 아랍 곳곳에서 국제 밀 가격의 폭동에 대한 책임을

장기 집권한 독재자들을 포함한 책임자들에게 물으며

그 와중에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흩어져 살게 된 것이다.

이 문제의 시작이 바로 기후 위기이기 때문에

시리아 난민을 '기후 난민' 이라고 바꿔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기후 위기로부터 시작된 시리아 난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유럽 국가들 간에 국제적 갈등을 야기했고

더 나아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알리는 브렉시트까지 초래했다.

기후 위기가 파생시킨 나비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게 암울한 지점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는 결국 인간에게 위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종이 소멸되는 차원을 넘어선다.

2022년 이른 봄에 전체 개체수의 약 16%인 78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 뉴스에 연일 보도되었다.

이런 반응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와

세계 농작물의 75%가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꿀벌은 건강하고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우리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시적 이상기온 현상으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서

꿀벌들이 계절을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꽃 가루 수정이 제 때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고

병해충 발생까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꿀벌의 면역력까지 떨어져

월동기 중에 활동하다가 집단 폐사에 이르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꿀벌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 농작물의 생육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인류에게는 식량 위기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꿀벌 실종 사건은 결코 하찮거나 인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존의 활동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은 생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만들지 말자고

오피니언 리더들, 환경 활동가들이 그렇게 목소리 높여 호소하고 행동하는 이유이다.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할 일이 머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농업에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곡물자급률이 낮아지는 것부터 막는 방법으로

우선 사료용 곡물 수입을 줄이는 것이다.

소의 트림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육식과 소고기 섭취를 줄임으로써 사료용 곡물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음식물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변화를 향한 개개인의 의지" 이다.

기후위기는 나, 이 나라, 지구인으로서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나만 살고 사라지면 그만인 지구가 아니다.

나의 자녀들, 자녀의 자녀들, 자녀의 자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이다.

지구는 이미 고생대부터 현재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그 시기에 살고 있는 생물종의 70%에서 90%가 없어지면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대멸종후 살아남은 생물 종들이 자연 진화해서

새로운 지구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인류는 현재를 살고 있다.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나 소행성과의 충돌 같은 자연적인 원인이었지만

여섯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트리거로써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 변화가 세계를 빈곤하게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여전히 미약해 보이지만

결코 풍요로운 시대가 영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지구가 식량, 에너지, 물을 공급하며 부양할 수 있는 최적의 인구수가

50억명이며 최대 부양 인구수가 80억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최대 부양 인구수를 넘었고

UN의 전망에 따르면 2057년이면 10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같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자연재해에 기대보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등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을 인간들끼리 강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8세기 말~19세기 초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의 저서 <인구론> 의 주장을

현실에서 적용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파국이고 비극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인식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만을 위한 행동이 아닌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이타적인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들을 지구공동체의 연대로

 

실현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리아 난민이나 꿀벌 실종 사건 이외에도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며

대멸종 시그널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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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쉼 - 쥐고 놓는 연습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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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온라인서점 MD, 패션지 기자, 라디오 DJ, 시사 교양 프로그램 MC 에서 ​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백영옥 작가가 처음으로 낸 

생활철학서, 인문 에세이 <힘과 쉼> 을 만났다.

​물론 이 책의 그녀의 첫 저작은 아니다.

소설집, 장편소설, 에세이도 여러 편 있지만 그 중에서

더 자세히 들어가 나와의 인연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부터 시작된다. https://blog.naver.com/hyuna5071/220794637611  


생활철학서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제목과 부제이다.

<힘과 쉼>... 그리고 쥐고 놓는 연습.

그렇지.... 우리의 삶은 어쩌면 힘주고 힘을 빼는 일의 반복일테니.

행복하고자 하는 건 모두의 바램일텐데

 모두에게 그런 바램이 가닿지는 않는다는 것이 모순이다.

너무 간절히 바라다 보면 바램이 불순한 욕망이 되어 변질되고

스스로 통제가 안 되어서 오히려 집착하게 되는 것이 무리도 아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힘 빼는 법 조차 잊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모든 것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논리의 강박 속에 이미 스며들어 

인간 고유의 지혜로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인간만이 가능한 통찰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본연의 '중심' 을 잃어간다.

유독 뭔가 고장난 것 같은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을 인문 에세이였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 삶을 위해 무엇을, 언제 잡고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 

아는 것 모두 중요하다. 

알아내고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세상의 만물들 중에서 

나에게 엄지척은 다름 아닌 '책' 이었다.

삶이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듯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 

역할과 정체성 또한 가만히 고정되어 있지 않는 것.

나의 해석은 세상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그러므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물며 내가 가만히 고여있기만 한다면 무엇을 발견할 수 있겠나.

이것이 바로 내가 책을 늘 곁에 두는 이유이다.

또한 현재의 나에게 '살아있는 책'이 되어 깨우치게 해줄 이들을 위해 

나의 한 켠을 늘 비워두고 맞이하려는 마음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이 책의 제목은 '나로 사는 힘' 이었다고 한다. 

힘에만 집중했던 작가에게 쉼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계기는 

그러나 그리 멀리서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21개월 된 조카 아기가 뒤집기에 성공하던 순간들,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힘 주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들에서 

세상의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가 목표한 것을 성취하고 난 후 

긴장을 풀며 힘을 빼는 모습에서 '힘' 의 반대편에 있는 '쉼' 을 떠올린다.

성인이 되어서는 불안함을 잊으려 계속 힘주고 있는 상황에 너무 젖어들어 

언젠가부터 힘 빼는 법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백영옥 작가는 12개의 키워드로 말을 건다.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더 내밀히 들어가기 전에 보여진 12개의 키워드 중에서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키워드에 아무래도 마음이 가지 않을까? 

내게 그런 키워드를 묻는다면 

느림 / 감정 / 비움 / 경청 / 휴식 / 자아 / 공감 / 성장 이다.

완독한 후에 인상적인 문장들은 그렇다면 어떤 키워드에서 발견했을까? 

결과적으로 키워드마다 필사하지 않은 구절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꼽는다면 이런 것들이다.


​"빈곤의 시대와 풍요의 시대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


"휴식의 강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심리학에서 행복이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행복학 연구들은 삶에서 '축적' 못지 않게 

'배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요지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태도의 문제다.

맞벌이 아내의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며,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다. 

수동이 능동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름에 '응답하는 능력'이라는 뜻을 가진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번 주면 어느덧 72주차 주간일기에 접어든다.

공개적인 글로 올리다 보니 당연히 불특정 다수가 나의 일기를 접하는 상황이지만 

내가 처했던 상황과 당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해방감과 뿌듯함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글쓰기의 투사 효과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니 

실생활에서 적용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내 마음에서 분리해 다른 곳으로 쏘는 행위, 투사!


"한 발짝 물러난 거리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소진된 마음은 충전되기 시작한다."


72주차를 앞두고 지금껏 내가 주간일기를 쓰고 있는 이유를 

명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맞다... 나는 주간일기를 쓰면서 나의 한 주를 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또 소진될 것이 뻔한 나의 현재에서 미래를 대비해 충전해 오고 있던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일기를 쓰는 것?

일기를 쓰는 주체는 당연히 '나' 이기에 호칭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맞는 호칭을 새롭게 창조해 봐야겠다.

무엇이 좋을까?

당장 이번 주 72주차 주간일기부터 적용해 보리라!

이렇게 해서 백영옥 작가의 인문 에세이 <힘과 쉼> 은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책이 되었다.


​"꽃길만 걷겠다는 낙관이 아니라, 두렵고 떨리지만 돌길이 나와도 걷겠다는 희망이다.

우리의 마음을 끄는 건 결코 완전무결함이 아니다.

결국 결함이다."


백영옥 작가의 책을 보면 이렇게 

니맘내맘같은 문장을 많이 건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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