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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평점 :
장석주 시인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첫번째 만남은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라는 시읽기 책이었습니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달라도 작가의 책은
독자에겐 한결같은 것이죠.
장석주 시인이 쓴 책 속 문장들은
하나하나 굉장히 공들여서 독자들에게 농축된 글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번에 나온 <은유의 힘> Metaphor, 은유 !!!
살아가면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은유법을 많이 쓰는데요.
늘 주변에 흘러나오는 노랫말 가사에도 은유가 넘쳐나지요.
그런 일상속 은유를 포함해서 실제로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유명한 시인과 시인들의 작품을
장석주 시인의 내공으로 <은유의 힘> 에서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감히
"수줍게 시를 쓰기 시작한 몇몇 어린 친구들에게 읽어야 한다고 권하는 책"
이기도 해요.

그냥 흘러가는 스토리들은 몰입해서 쭉~~ 읽다 보면 필사하는 걸 잊곤 하는데요.
이 책은 장석주 시인이 공들여 쓴 문장 하나하나가
필사를 부른답니다!!! ㅎㅎㅎ
중간에 멋진 시들이 등장하면 적고 싶어지고
그 시를 장석주 시인의 시선과 40년 내공의 시인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설명해주는 걸 보다보면 안 적을 수가 없게 만들죠.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나올 때도 반가움에 사전적 의미부터 찾아보게 되요.
"가뭇없다" .....
작가들의 책에는 이렇듯 생활속에서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예쁜 말들도
많이 만나게 되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데 괜히 더 반갑고 그렇더라구요. ㅎㅎㅎ
단어 하나하나, 그리고 그 단어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문장 한줄 한줄이
이 책에서는 하나같이 가치가 있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 고은.
40년 내공을 가진 장석주 시인도 고은 시인과 그의 작품들을 범접할 수 없다 칭하는데요.
고은 시인의 작품은 저도 사실 접해보지 못했는데
장석주 시인의 설명을 통해 만나게 되니
그 위대함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정말 짧고 간결한데 울림이 있는 멋진 시를 만난 거 같아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삶은 발견 속에서 경이로 바뀐다.
이 한 문장에서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시의 특징도 느껴지면서
동시에 뭐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뒷통수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깨달음과 울림을 전달해주는 듯 해요.
시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나칠법한 것들을 붙들고 말을 걸고
또 말을 들어주며 그것이 갖는 의미의 가치를 고양시켜 주는 재주들이 있으십니다.^^
나쁜 시는 사실보다 더 큰 진실을 담으려는 시,
큰 목소리로 외치는 시,
옳은 소리만 해대는 시들이다.
반면에
좋은 시는 작은 진실들에 충실하다.
좋은 시인은 그 진실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이 참이라면 경의를 표한다.
거짓과 과도함에 오염된 시들, 인간 본성을 왜곡하는 시,
도덕적 상투성에 빠져 화석화된 진실들을 파렴치하게 담는 시들,
진부한 악에 교묘하게 동조하는 시들,
한줌의 가치도 없는 이기주의와 진부한 인지들로 가득찬 시들 역시
악시라고 보고 멀리하는 혜안이 필요할텐데
아마추어인 저로서는 참 어렵습니다.....^^;;
시에 대해서 아주 디테일하게 다양한 의미들을 풀어내는 것처럼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은유의 힘> 을 만나면서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시인은 만물이 내는 소리들을 조용히 귀기울이고 그것을 채집한다.
시인들은 제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무수한 직관, 천년전 밤으로부터 오는 예언들,
거침없는 야만인들의 목소리, 죽음을 앞둔 별들의 탄식,
오래된 대지의 한숨들을 세계에 중계한다.
시인들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동참하며 가장 늦게까지 울고,
세상의 고통과 비참의 원인에 자신이 연루되었다고 믿으며,
그것에 대한 통렬한 윤리적 책임감을 뼛속까지 새기는 자다.
시인이란 이런 사람들이래요.
그래서 고은 시인처럼 단순히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로만 보지 않고
세상 이야기와 사람들의 인생에 더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이며
때로는 자신의 삶까지 던져 희생했기에
오랜 시간 후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는 거겠죠.
가만히 읽고 보니 시인은 그 옛날 재판관이자
신성한 것들의 중재자라고 일컫던 말들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 옛날 신에게 의지했을 때 예언자들을 따랐던 것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그 예언자의 위치에
시인을 포함해서 훌륭한 작가들의 내공으로
세상의 지혜를 담아 쏟아내는 책속 한 줄에
의지하게 되는게 아닐런지~~~!!

"시" 를 생각하면 막연히 평범한 사람들은 어렵게 느끼죠.
모호함 투성이.
그리고 그 모호함 일색인 시를 쓴 시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쓰는지도.......
저 개인적으로는 <은유의 힘> 을 읽기 전과 후,
시와 시인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입시를 위해 암기하고 해석되어지는 내용조차 외웠던 게 익숙해서
시 하나를 만나게 되면 이건 또 어떻게 해석해서 봐야할지에 몰두하게 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져서 좀 씁쓸하기도 하죠.....^^;;
하지만 장석주 시인이 <은유의 힘> 속에서 말하는 걸 가만히 읽어가다보면
시인의 존재이유, 그리고 그가 쓴 시를 통해서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천박한 실용주의에 매몰되어 부와 특권들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작 삶의 숭고한 미덕들을 놓친다는 걸요.
너무나 공감가는 부분!!!
깨달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아가려고 하는 저의 인생관과
장석주 시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맞닿아서 괜시리 기분도 좋아지구요.^^
돈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생각에 갇히면,
침묵과 관용의 가치, 키스와 포옹의 기쁨과 보람들, 사월의 비,
봄마다 돋는 작약의 움들, 공중에 흩뿌려지는 종달새의 명랑한 노래,
산소와 피톤치드와 향기로 가득찬 울울창창한 숲,
개별성의 존귀함을 지닌 인간의 숭고함,
연인들이 나누는 교감의 신비와 복잡성 따위를 다 놓치게 된다고도 말합니다.
전적으로 옳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궁금해 하실거 같아서 살짝 귀뜸해 드립니다.^^
시란 해석의 불가능성으로 늘 새로운 해석의 시도를 열어놓은 시!
지속성을 갖는 시가 좋은 시니까
명확하게 해석하려는 노력은 안해도 된다는걸요. ㅎㅎㅎ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 <은유의 힘> 을 통해서
좀 더 시와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주관식 문제의 해답을 찾으실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시는 은유들의 보석상자이기에
명쾌한 것만이 善 (좋은 것, 옮은 것) 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분명히 배운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