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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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일본소설에 대한 관심이 도통 없던 제게


처음으로 흥미를 느끼게 했던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을 읽고 일본작가나 일본소설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쓸데없음을 알았죠.


하지만 조금 더 지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래 스타일은


이 책과 사뭇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한번 더 나름의 충격.....ㅋ


그래서인지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두꺼웠던 책을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을 정도의


재미를 줬던터라 "츠바키 문구점" 역시 그 당시 느꼈던 독서의 즐거움을


줄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기대감은 기분좋게 맞아떨어졌구요. ㅎㅎㅎ

 

 


책띠 하나는 정말 잘 지으셨다는 생각이~~~^^


"당신이 차마 보내지 못한 편지, 츠바키 문구점에서 대신 써드립니다!"


이 세상을 왠만큼 살아본 분들중에 편지 한통 보내고 싶은 곳 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누구나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을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하고 싶어할텐데 그럴 때 바로 츠바키 문구점에


대필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아...... !!!

츠바키 문구점에서는 문구류만 팔지 않는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건데요..... 편지도 대신 써준다네요.^^

그렇습니다.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에게 말못할 사연들이 있죠.


한 개인의 사연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대필을 의뢰한 바로 "그 사람" 이 되어서 상대방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는 포포.


그녀는 선대(할머니)의 대필업을 이어받아서 지금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는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 은 주인공 포포의 사연 뿐만 아니라,


세상에 각자의 사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재해지역에 보내는 위문편지, 추업실패를 격려하는 편지,


술자리에서 한 실수를 사과하는 편지, 이혼알림편지,


절연을 알리는 편지, 조문편지 등등


대필을 의뢰하는 사연들도 참으로 다양하지요.

 

 

 

 


포포는 선대에게 오랜 시간 듣고 배운 것을 총동원해서


온기, 미소, 편안함, 차분함으로 대필을 의뢰한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배꼽 아래의 단전에 기를 모으고 온 몸으로 글씨를 써내려갈 정도로


대필을 업으로 삼는 포포를 보면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이지요.


청소년기에 방황하며 할머니가 싫어서 외국에서 방랑생활을 했던 포포이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분이 하셨던 츠바키 문구점을 이어받아


지금 20대후반인 그녀도 선대처럼 편지 한 통에 세상 모든 공을 들입니다.


 "츠바키 문구점" 을 읽으면서 포포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데도


공을 들이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의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렇듯 공들여 편지를 써보는 정성을 들인적이 있었을까요?


모든게 편리함과 합리적인 생활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한켠에서는 진심과 정성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는


츠바키 문구점 같은 곳이 한국에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딘가 제가 모르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거라는 믿음도 있긴 합니다만.... ㅎㅎㅎ 









 "츠바키 문구점" 은 주인공 대필을 의뢰한 사람들을 통해서 포포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해요!!!


세상은 "나" 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세상은 나만 사는 곳이 아니니까요.


더불어 살고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은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혈육인 선대에게는 부드럽게 대하지 못했으면서


이웃에 사는 바바라 부인과는 이렇게 친하게 까망베르 치즈를 먹고 있다.


선대는 선대대로, 만난 적도 없는 펜팔 친구에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마음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어쩌면 세상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다 보면,


설령 혈육인 가족과는 원만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지지해줄지 모른다."




피를 나눈 가족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은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만큼


누구나 동감하는 부분일텐데요.


참 신기하게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있게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되면서부터는


함께 하는 시간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하게 되죠.


어떤 인연이 되었건간에 나에게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걸쳐놓고 있는듯


살아가는 동안 가족이 아닌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책에서도 역시 그런 발견을 하게 된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가족과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은데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떨어져 있어도 끈끈함이 있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으로


떨어져 지내는것에 대한 합리화를 저 자신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아쉬움을 덜가져 보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츠바키 문구점" 에서 말하듯이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살다 보면


가족과는 자주 못보고 지내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수도..... ㅎㅎㅎ 



 



"나는 지금까지 글씨는 사람 그 자체라고 믿었다.


촌스러운 사람은 촌스러운 글씨를 쓰고,


섬세한 사람은 섬세한 글씨를 쓴다.


얼핏 꼼곰하게 보여도 대담한 글씨를 쓰는 사람은 성격에도 그것이 나타난다.


....................


글씨에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인품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저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글에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치들과


태어나면서 타고난 기질이 있다고.


물론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글씨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가늠하는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임을


포포처럼 저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글씨 하나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이라 한다면 좀 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령 글씨가 악필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겐 다른 사람에게 없는 능력 하나쯤은 분명히 있을거라고 확신하니까


대세에 지장은 없는걸로 ㅋㅋㅋ

 

 

 

 

 "츠바키 문구점" 은 이야기 내내 잔잔하고 은은하고 섬세하고 따뜻합니다.


자극적으로 갈등을 조장하지도 않고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해결해가는 과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저는 이런 흐름의 책이 읽는 내내 평온해져서 더욱더 좋아하기도 하고


스토리를 진행해가면서 곳곳에서 세상에서 얻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줘서 그것이 또한 좋았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으로


하루하루를 가치있게 열정적으로 살자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라는 것은 안할수가 없더라구요.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후회를 했을 때 그러면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게 현명할 것인가도 생각해봅니다.


이미 지난 일에 후회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내내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있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잘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많이 있지만


사람은 노력이라는 걸 할수는 있잖아요.


그러지 않으려는 노력, 그렇게 하려는 노력.....!!!


사람에게는 의지가 있고 그 의지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건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의지를 활용할지 말지는 그 개인의 바램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정말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의지를 활용할 능력을 발휘할거라고!!!


그래서 현재 내 곁에 남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자!!!



일본어로 쓰여진 포포의 편지들이 여러 장 첨부되어 있는데요.


이것이야말로 제게는 꼬부랑 글씨 ㅋㅋ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츠바키 문구점" 에서 포포가 정성스럽게


대필을 했던 그 상황을 상상해 봅니다.


 

​번역가가 일본 문학 다수를 옮겨봤지만 작업 중에 소설 속 배경으로

여행을 가 본 것은 츠바키 문구점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번역가라면

저는 무조건 가보고 싶을 거 같아요.

작업 중에 나오는 장소들을 직접 가서 볼 수 있다면요.^^

츠바키 문구점에 나오는 장소들은 모두다 실제 그대로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더더욱 가보고 싶어지는 가마쿠라 역 인근~~~

도쿄에서도 기차타고 55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라고 하니

동백나무가 자라는 츠바키 문구점과 포포가 이웃사람들과 다녔던 곳들,

문학기행 하듯 가보고 싶으네요.

일본여행도 하고 겸사겸사.... ㅎㅎㅎ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 늦은 여름유가를


말레이시아에 있는 선셋이 아름다운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답니다.


가서 읽으려고 가열차게 들고 갔지만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코타키나발루 숙소 마젤란 리조트에서 너무 즐겁게 보내고 왔죠.^^


그때의 추억이 이렇게 "츠바키 문구점" 소설책과 함께 하는데다가


어릴 때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가 있었을 정도로


저의 감성과 맞아떨어졌던 이 책의 만남, 소중한 추억입니다.


천천히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기분좋게 해줄 "츠바키 문구점" 추천합니다.

재밌어서 그저 술술~~ 읽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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