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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11주년 특별 개정판,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29가지 마음 수업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클랩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제목처럼 낭만적인 파리의 어느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심리 상담을 듣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책이다. 저자 '모드 르안'은 자신의 좌절과 아픔을 오랫동안 상담을 통해 극복했고, 그 과정을 밑거름 삼아 결국 심리학자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문장은 이론이나 학문적인 딱딱함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 차분하고 친근하다.

책은 감정, 상처, 사랑, 관계, 인생이라는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뉜다.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꽤 넉넉하다. 내담자들의 사례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로 채워져 있어, 마치 “아, 저건 내 얘기 같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사람의 마음이 전부 고장 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믿음이었다. 때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힘들고, 때로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를 잡아끌며 발목을 붙들고, 때로는 사랑의 끝이 인생을 흔들기도 한다. 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수많은 기대와 좌절을 겪는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스스로를 보듬을 힘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가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나의 경우, 상처나 인간관계 문제에는 큰 고민이 없다. 대신 감정과 인생이라는 주제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는 중이었어서 그랬는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줄을 치고, 필사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큰 고민이 없더라도, 혹은 오히려 막막한 고민이 없어서 방향을 잃은 순간일수록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결국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누군가의 문제를 단순히 해결해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나 스스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때 그랬었지” 하고 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파리의 어느 카페 대신, 내가 가장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안의 카페가 열리고, 나를 위한 상담이 시작될 것이다.
작게는 위로가 되고, 크게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선물해주는 책. 꼭 무겁고 깊은 고민이 아니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잘 정리되지 않아 답답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잠시 머물러 쉬어가듯, <파리의 심리학 카페>에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음식점 메뉴판 앞에 서서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인생을 대하곤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메뉴는 피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식이지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것은 만족스러운 것만 골라서 경험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힘든 일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때로는 당신이 싫어하는 사슴 고기든, 버섯이나 샐러리 같은 채소든 인생이라는 메뉴를 온전히 받아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왜 그래야 하냐구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없습니다. 좋은 것 만큼이나 안 좋은 것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인생의 규칙입니다."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