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의사의 병원일기

INFJ 의사의 병원 일기
최은경 지음 / 에스에스엘티(SSLT) / 2025년 7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INFJ 의사의 병원일기>는 의사 최은경이 직접 기록한 병원 속 일상과 마음의 결을 담은 책이다. 흔히 ‘의사’라 하면 전문성과 권위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다. 진료실과 수술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쉼 없는 순간들이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처럼 풀려 있다.

저자는 육체적으로 고된 인턴 시절이나 긴장 가득한 수술 장면조차 무겁지 않게 묘사한다. 대신 그 속에서 만난 좋은 동료, 따뜻한 환자와 보호자들, 그리고 자신이 느낀 작고 소박한 깨달음을 부드러운 문장으로 들려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채송화 선생을 떠올리게 된다. 노래는 음치였지만, 환자를 대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했던 인물처럼, 저자의 글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묻어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병원 기록이 아니라 ‘위로’로 읽힌다. 무겁게만 느껴지던 의료 현장이, 저자의 시선을 거치며 조금 더 다정하고 가까운 공간으로 다가온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자신의 성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것이다. 내향적이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INFJ의 특징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환자의 한마디에 오래 마음을 두거나, 동료의 작은 배려에 깊이 감동하는 모습은 의사라는 직업적 가면 뒤에 있는 ‘한 사람 최은경’을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병원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내밀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간다.

또한 책에는 의료 현장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뿐 아니라, 작게나마 고민과 갈등이 담겨 있다.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날, 스스로를 돌아보는 저자의 문장은 독자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기록된 글이기에 오히려 더 진실되고, 그 솔직함이 책 전체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그 ‘친숙함’이다. 전문 용어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환자와 동료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의사가 아닌 사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때로는 피곤하고 쓸쓸한 순간을 털어놓으면서도, 결국 남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나면 “의사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친근함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INFJ 의사의 병원일기>는 특별한 사건이나 거대한 메시지보다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기록한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의사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친구처럼 곁에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차분하고 착한 시선으로 쓰인 이 병원일기는 독자에게 단단한 위로를 건네며,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부드럽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내가 만나는, 마냥 차갑게 보이는 대학병원의 의사들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