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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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서점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비밀 속의 비밀1>을 읽으며 머리가 띵할 정도로 빠르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를 이제 막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언제나 나를 한 발 앞서 있는 퍼즐 마스터였다.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 심층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고 느꼈다.




처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곧바로 로버트 랭던 교수와 함께 프라하의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노에틱 과학자 캐서린이 갑작스럽게 실종되고, 그녀의 미출간 원고마저 사라진 상황. 랭던은 체코 외교정보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사건의 중심에 선다. 작가는 논리와 암호,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교묘히 섞어 독자를 미궁 속으로 이끈다. 나는 그 속에서 진실과 거짓,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계속해서 의심했다.


댄 브라운은 독자가 '이게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노에틱 과학이라는 소재가 그랬다. 인간의 의식과 잠재력을 탐구하는 이 분야는 과학과 신비주의의 경계에 있다. 의식이 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 나는 이 개념을 따라가며 계속해서 "이것이 과학인가, 믿음인가?"를 고민했다.


스토리의 전개는 빠르고 정확하다. 한 장면이 끝나면 다음 장면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프라하의 고딕 건축물, 중세 전설, 비밀 통로들이 미스터리의 배경이 된다. 나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계속해서 "이 퍼즐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그렇게 피곤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랭던 교수는 그의 지적 능력으로 문제를 풀어가지만, 이번에는 그가 전문가가 아닌 영역을 마주한다. 노에틱 과학이라는 낯선 세계를 배워가며, 동시에 연인을 잃은 사람으로서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나는 그가 퍼즐을 풀 때마다 나도 함께 머리를 굴리며 긴장했다. 나는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댄 브라운의 글쓰기 방식은 촘촘하다. 그는 역사적 사실과 음모론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전체 이야기를 짜 넣는다. 나는 이 균형감각이야말로 댄 브라운의 진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 충돌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식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비밀 속의 비밀1>은 단순히 스릴 넘치는 스토리 이상을 제공한다. 이 책은 '비밀'이라는 테마 아래 인간의 본성과 진실의 의미를 탐구한다. 캐서린은 어디에 있는가? 그녀의 원고는 왜 사라졌는가? 1권은 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남긴다. 나는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퍼즐이 풀린 후에도 남는 질문들이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독서 경험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나에게 답을 주려 하기보다 질문을 던졌다. 댄 브라운의 작품은 단지 스릴러로 분류되지만, 그 속에는 삶과 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숨어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이란 단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생각을 마주하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다. <비밀 속의 비밀1>은 나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한 책이다. 2권을 주문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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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스테이크 - ‘퀀텀 10년’ 포지션 선점을 향한 양자 컴퓨팅 투자 가이드
안유석 지음 / 처음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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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큐비트가 정확히 뭔지, 양자 얽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퀀텀 스테이크』는 애초에 그런 책이 아니었으니까. 안유석 작가는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로 인해 움직이는 돈을 봐라."


책은 1부에서 양자컴퓨팅 시장 지형을 훑고, 2부에서는 아이온큐 같은 순수 양자 스타트업들을 다룬다. 고위험·고수익 영역이라는 걸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았다.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현실을 보여주려는 태도가 느껴졌다. 3부는 구글, IBM 같은 빅테크 이야기다. 이미 자본도 있고 생태계도 갖춘 거인들이 어떻게 시장을 먹으려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4부에서 실전 전략과 10년 전망을 정리한다. 생소한 시장이었는데, 책을 덮을 땐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졌다.

이 책은 명확하게 투자 가이드다. 기술 자체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양자 알고리즘이나 물리 이론의 디테일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나는 투자 관점에서 보고 싶어서 읽었으니까 괜찮았지만, 순수하게 과학적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시장 자체가 고위험·고변동 영역이다 보니, 여기 나온 내용을 그대로 투자에 적용하기보다는 참고 자료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다. 저자도 그걸 의도한 것 같긴 하다. 정답을 주려는 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나니 양자컴퓨터가 '언젠가 올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1조 달러 단위의 머니 게임이 시작된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실감났다. AI 다음으로 무엇이 올지 궁금했던 사람, 양자 관련 종목에 관심은 있지만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던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나처럼 기술은 잘 모르지만 투자에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꽤 쓸모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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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코의 뜨개 옷방 -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입는 니트 스타일링 14
문혜정(하루한코) 지음 / 책밥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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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을 펼치면 곧장 이 예쁜 옷들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보다 먼저 머무르는 시선이 생기고, 글과 도안 사이에서 자꾸만 숨을 고르게 된다. 뜨개질이라는 행위가 아마도 그렇듯, 차분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무언의 신호가 책 전체에 흐른다.




이 책은 친절하다. 실제로 재료 설명부터 기본 용어, 바늘 잡는 법과 뜨는 순서까지 하나하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뜨개질을 해본 나에게 그 친절함은 곧바로 쉬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되돌아가 읽고, 설명을 따라 손을 움직이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몇 날 며칠을 붙잡고서야 겨우 몇 줄의 뜨개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책은 분명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내 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지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독자를 다그치지 않는다. 빨리 완성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보다 느려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도안 사이사이에 담긴 작가의 말과 사진들은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의 시간과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몇 줄밖에 뜨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나는 제대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개질이라는 행위를 시작했다는 기쁨도 있고, 잘하지 못하는 뜨개질에 집중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도 아직은 즐겁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옷들은 유행을 앞서가거나 과장되지 않는다. 대신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형태와 색을 지니고 있다. 계절이 바뀌어도 옷장 한쪽에 조용히 걸려 있을 것 같은 옷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다 보면 기술을 익히고 싶다는 마음보다, 사진 속 모자나 니트를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먼저 생긴다. 완성된 옷보다 그 옷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더 궁금해진다.



아직 나는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다. 실을 고르는 일도, 손에 힘을 주는 방식도 서툴다. 몇 줄을 뜨는 데에도 집중력이 필요하고, 자주 풀었다 다시 시작한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책 속 사진에 담긴 이 모자를 꼭 완성해서 써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삐뚤어도 상관없다. 내가 보낸 시간과 시행착오가 그대로 남아 있는 물건이라면 충분하다.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은 단순한 뜨개질에 관한 기술이나 도안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을 뒤적이다 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느린 속도로 하루를 보내는 것, 쉽게 완성되지 않는 일을 끝까지 붙잡아보는 태도에 대해 말없이 보여준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조만간 뜨개질을 하며 책을 읽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무한한 반복으로 세 줄을 겨우 완성했지만, 단계별로 표시된 모자, 조끼, 카디건 등을 하나하나 정복해 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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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
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지음, 배효진 옮김 / 리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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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옵서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 이야기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려는 소설이 아니라, 양자역학을 빌려 인간의 간절함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었다. 처음 책을 접하면 이들이 말하는 양자역학을 이해하려고 애쓰게 된다. 하지만 읽다 보면 과학과 철학, 그리고 감정의 경계선 위에서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양자역학적 개념들은 쉽지 않다. 관찰자 효과, 다중우주, 의식과 현실의 관계 같은 설정은 끝까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이 양자역학을 다 이해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양자역학이란 원래 그런 학문이기도 하다.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하고, 관측되는 순간 하나의 현실로 수렴한다는 개념은 과학이지만 동시에 철학에 가깝다. <옵서버>는 그 불완전함과 모호함을 그대로 감정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죽음이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은 공포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후에도,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너무도 인간적인 욕망이 이야기를 이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 중 하나가 되고, 다중우주는 상상 속의 이론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기 위한 하나의 언어가 된다. 물리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 감정만큼은 또렷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애도의 서사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이 소설에 뚜렷한 악역이 없다는 점이다. 갈등은 존재하지만 글을 꽉 채우며 목을 조르지는 않는다. 대신 인물들은 각자의 선택과 믿음,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흔들린다.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악의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점이 이 소설을 유난히 부드럽고, 동시에 쓸쓸하게 만든다.



다중우주라는 설정 역시 단순한 SF 적 장치로 소비되지 않는다.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희망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잔인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어딘가에서는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바로 지금 이 현실의 상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옵서버>는 그 간극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중우주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살아 있는 이 현실의 무게를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양자역학을 잘 알지 못한다 해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이 과학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론은 종종 비약되고, 철학적 해석이 과학적 사실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정확한 과학 전달이 아니다. 양자역학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 즉 세계가 관찰에 의해 의미를 얻는다는 발상을 감정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있다. 그 점에서 <옵서버>는 오히려 솔직한 소설이다.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은 복잡한 공식이나 양자역학이나 다중우주가 아니다. 죽음은 정말 끝일까.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은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혹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은 다른 형태로 계속 존재하는 걸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그렇다고 믿고 싶은 듯하다.



<옵서버>는 위로를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한 이유는 그 여백 때문이다. 양자역학과 죽음이 만난 이 이야기에서 결국 가장 선명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리고 그 마음만큼은 어떤 이론보다도 분명하게,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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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세계척학전집 1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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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고 있으면 삶이 조금 달라질까, 아니면 그저 말솜씨만 늘어날까. '모티브 출판사'의 <세계척학전집>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제목 속 ‘척학’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장난스럽지만 동시에 꽤 도발적이다. 아는 척, 지적인 척, 이해한 척. 이 책은 그런 태도를 풍자하는 동시에, 왜 우리가 그렇게 ‘척’하게 되는지까지 슬쩍 건드린다.



책을 읽으며 느낀 첫 인상은 의외로 차분하다는 것이었다. 철학과 과학, 인식과 사유를 다루고 있지만 문장은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옆에서 천천히 말을 건네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부담이 없다.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생각해보라는 여유가 먼저 온다.



이 책은 특정 이론이나 철학자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해온 방식의 조각들을 모아 보여준다. 데카르트의 회의, 과학적 사고의 태도, 우리가 ‘안다’고 믿는 감각의 불완전함 같은 이야기들이 일상의 언어로 이어진다. 그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 속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내 삶과 겹쳐진다. 내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생각들,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관점들이 사실은 꽤 취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문장은 금세 넘어가지만, 어떤 문장은 자꾸 멈추게 한다. 다시 읽고, 고개를 들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속독을 허락하지 않는다기보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에 가깝다. 그렇게 "내가 안다는 것이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인지, 혹은 안다고 믿는 것인지"로 시작해 "나는 누구인가?"까지 주춤주춤 다가간다. 이런 질문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한번쯤,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또한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은, 지식을 ‘소유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우위에 서는 구조가 아니라,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흐른다. 그래서 제목에 담긴 ‘척’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아는 척을 하게 되는지, 정말로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지, 그런 질문들이 읽는 내내 따라붙는다.


저자 이클립스는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데 능숙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는 않고, 친절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이 균형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지적인 허영을 부추기지 않으면서도, 생각하는 즐거움은 분명히 남긴다.



<세계척학전집>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생각이 막힐 때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이다. 지금 당장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이 책이 남겨두는 여운이다. 어떤 질문은 바로 답이 나오지 않고, 어떤 문장은 며칠 뒤 갑자기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이 책은 독자의 일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아마 이것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벽히 알 수 없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생각은 조금 더 정직해진다. <세계척학전집>은 그 출발선에 서게 해주는 책이다.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생각의 자세를 점검하는 독서. 그래서 이 책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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